Advertisement

Select Page

[시론] 권력

[시론] 권력

 

작년 11월 어느 날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보좌관을 지낸 윤모 씨를 심문하던 검사는 그가 전 수석을 ‘주군(主君)’으로 호칭하자 짐짓 당황하며 자신의 귀를 위심했다고 한다. 권력을 가진 자에 대한 아랫사람의 태도가 아직 전근대적인 사고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고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를 심문하는 자리에 있는 검사라는 사람들도 아직도 그런지 모르겠으나 이십 대에 ‘영감’ 소리를 들으며 아버지 뻘의 피의자에게 반말을 하고 뺨을 때리는 등 무소불의의 권력을 휘두르던 권위주의적인 시절이 있었음은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닐 것이다.

권력은 그 자체를 향유하려고 할 때는 타락하지만 권력을 가지고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려고 할 때는 유용한 것이다. 하지만 권력을 잡은 자는 그 권력을 올바르게 행사하기보다는 권력 그 자체를 누리려는 속성이 있다. 왜냐면 권력은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권력을 잡은 자는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인도의 카스트제도처럼 한번 가지면 종신토록 사용할 수 있다고는 믿는 권력이 몇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나이’의 권력이다. 한국 사람들은 만나자마자 나이를 물어보고 서열을 매긴다. 나이의 서열은 집안에서나 쓰는 것이지 사회에서 쓰는 방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도 나이가 많으면 형이고 적으면 동생이다. 이 서열은 의사결정 같은 소소한 것에서부터 일상생활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나이가 평생의 권력이 되는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상대적으로 권력을 갖지 못한 젊은 사람들이 앞에 나서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라는 권력이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함이 마땅한 일이다. 나이가 든 사람은 젊은이를 사랑하고 밀어주며, 나이가 어린 사람은 나이 든 사람을 공경하면 그만인 것을 나이를 권력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어서 나이 먹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우리 교단에서도 일부 인사들이 조금만 나이가 많으면 말부터 놓고 ‘나이 많은 나는…’ 하면서 허세를 부리며 어른 행세를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미국에 살면서 그런 행동은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학교나 회사, 단체 등에서 만들어지는 ‘선배’라는 권력이다. ‘한번 선배는 영원한 선배’라는 등식은 결코 뒤집어지거나 없어지지 않는 영구한 권력이어서 남용의 여지가 크다. 선배니까 대우를 받아야 하고 후배들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을 하면 그건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다. 반면에 선배니까 선배의 본을 보이려고 한다면 그것은 권력으로 세상을 맑게 하는 것이 될 것이다.

세상의 권력은 한번 잡으면 금세 시드나 나이와 선배라는 권력은 한번 정해지면 평생 동안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어리석은 일이다. 나이나 선배라는 것은 권력이라고 볼 수 없다. 권력이라고 생각한다면 집안이나 개인 간의 관계에서나 따져라. 한 해가 또 시작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스스로 마음을 허물지 않으면 초라하고 괴팍한 인간으로 변하게 된다.

미주침례신문 앱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