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時論] 시론 교단 헌법이 필요한가?
동료 목회자들이 늘 질문하는 것 중의 하나가 ‘과연 침례교에서 헌법이 필요한가? 오직 성경만 있으면 되지 않는가?’이다. 이 질문은 총회 석상이나 지방회 모임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관계에서도 나오는 질문이다. 성경을 사랑하는 침례교인다운 날카로우면서도 평범하고 단순한 질문일 수 있으나 대답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헌법은 특정한 영역에서의 공동체 질서를 규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법이다. 따라서 일종의 절대적인 ‘규범 체계’(ein System von Normen)의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헌법은 국가조직에 존재하며 해당 국가의 헌법은 국가 명을 병행해서 표기하는 것이 원칙이다(예를 들어 ‘대한민국 헌법’, ‘CONSTITUTION OF THE REPUBLIC OF KOREA’). 일반적인 조직에서는 대체로 헌법이라고 표기하기보다는 ‘정관(CONSTITUTION)’으로 표현한다.
성경만을 따르는 침례교회라 할지라도 교회나 지방회, 혹은 총회가 조직되었으면 그 조직의 성격에 맞는 정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 총회의 Constitution을 ‘헌법’으로 부르고 있는데 ‘정관’으로 수정하여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헌법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서 법률과 기타 조례 등이 제정되어야 한다. 헌법은 일종의 ‘정신과 규정에 대한 선언’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법의 순서는 헌법(Constitution), 법률(Law, Act), 명령 혹은 규칙(Rule), 조례(by Law)이다. 하위법은 상위법을 따라야 하며 그 순서는 절대 바뀔 수 없다. 이외에도 어떤 조직의 통제와 운영을 위해 제정한 규약(Regulation), 지방 공공 단체가 제정하는 조례(Statute) 등이 있으며 각 조직에 따라 매우 세분화되어 있다.
우리 총회는 크게 헌법(Constitution)-규약(by Law)-내규 혹은 세칙(Enforcement Rule)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헌법과 규약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중복되는 면이 있어서 차라리 규약을 없애고 정관에서 하나로 묶어 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반대로 정관을 없애고 규약으로 통일을 해도 된다. 내용이 비교적 단순하고 양이 적기 때문에 이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현재의 헌법과 규약은 그 내용이 애매하여 해석상의 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어서 정기총회 시 자문위원들이 경험에 근거한 해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헌법과 규약을 종합하여 내용을 조금 더 체계화하고 조밀하게 만든다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각 부서나 위원회의 내규나 세칙은 자체적으로 마련하여 총회에서 인준을 받아야 하는데 각 부서 자체의 운영을 위한 것이라면 상관이 없으나 선거관리위원회의 세칙의 경우 총(부)회장의 자격을 정한 것과 선거 등록에 관한 것이 있으므로 성격상 세칙으로 정하기보다는 정관에서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총회의 조직은 장기 계획을 세우는 실행위원회가 입법부에, 총회의 살림을 하는 상임위원회는 행정부에, 살림을 감시하는 감사는 사법부에 해당될 것이다. 그 외에 독립기구인 선거관리위원회가 있으며 필요시 구성되는 각 위원회가 있다. 조직은 비교적 균형 있게 짜여 있지만 각 기관의 역할과 상호 견제와 협조에 대한 기능이 명확하지 않아서 각 기관마다 자의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효율성이 떨어질 소지가 있다. 총무가 조정과 지휘를 하여야 하나 총무 업무지침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니 역과부족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관이 새로 작성되면 좋을 것이다.
우리 총회는 지난 37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왔다. 한인 교단으로는 미국에서 가장 큰 교단이다. SBC와의 관계로 인해 독립 총회의 지위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과 행정은 독립적이고 대교단의 면모에 어울리는 총회의 살림을 하여야 더 발전을 할 수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천 교회를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 총회의 모든 영역은 견고하게 재정비되어야 2,000교회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 기본적인 작업이 정관을 제대로 만드는 일이다.
과연 침례교회에 헌법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헌법이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으니 정관(혹은 규약)이라는 단어를 쓰되 총회의 활동을 더욱 개선할 수 있도록 좀 더 촘촘히, 그리고 명확히 기술된 정관이 필요하며, 또한 현재 애매하고 분산되어 있는 각종 내용도 잘 다듬어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