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화 목사의 하.나.우 이야기 (29)] “이빨이 다 망가지기까지…”
IOO(Impact Of One) 재생산연구소장 박인화 목사
“이빨이 다 망가지기까지…”
샬롯 열린 교회 최윤석 목사의 취임예배에 다녀왔다. 어려운 지역이라는 소문이 무색할 정도로 건강한 침례교회가 30년 넘게 우뚝 서 있는 것은 여간 감사한 일이 아니다. 교회의 건강한 미래를 열망하는 제직들과 간담회를 했다. 진지한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교회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각각 지체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흐뭇했다.
제직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30년 가까이 마음의 지하실에 숨어있던 한 사건이 떠 올랐다. 랄리에서 목회했을 때 일어난 일이었다. 당시 닭공장과 노동 계약을 하고 합법적으로 영주권을 받기 위해 일하는 7~8가정 있었다. 그중 한국에서 무허가 신학교를 나와 목사 안수를 받은 과격한 사람이 있었다. 가정과 닭공장 그리고 교회에서까지 원망과 시비를 계속 일으켰다. 옆에 있으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비슷했다. 교회의 한 집사님께서 작은 모임에 속한 그가 계속 어려움을 준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긴 이야기를 짧게 하겠다. 나는 그에게 안수받은 사람으로서 덕과 질서를 존중해 달라고 당부하는 전화를 했다가 귀가 놀라는 온갖 욕설을 들었다. 다음 날, 사무실로 찾아온 그는 손으로 두드리는 대신 발길로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액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순식간에 벌어졌다. 그 모습이 영화였다면 가장 눈길을 끄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단거리 선수 Usain Bolt처럼 순식간에 향해 달려오더니 망치 주먹으로 알려진 Mike Tyson 버금가는 강한 주먹을 날렸다.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늘씬하게 얻어맞았다. 얼굴에 시퍼런 멍이 들기도 했지만, 맞은 것에 대한 수치심과 분노가 찾아왔다.
긴 이야기를 정리해야겠다. 다음 날, 긴급 집사회가 소집되어 빠르고 강하게 폭력을 가한 그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회의를 했다. 의견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폭행 관련 법을 적용하자. 영주권 신청 중인 만큼 변호사의 도움을 구하고 이민국에 알려 엄중한 조치를 취하자. 지역에서 떠나도록 해야 한다!”라는 강경파 주장이었다. 둘째: “교회는 은혜의 공동체인 만큼 예수님의 마음으로 그를 용서하자.”라는 온건파 주장이었다.
순간 “그래 후자 사람들 의견처럼 예수님의 심정으로 용서하자.”라는 생각은 모래알만큼도 들지 않고 “지들이 얻어맞지 않았으니까 저렇게 쉽게 말하는구나…”라는 아쉬운 생각이 찾아왔다. 그에게 수갑을 채워 감옥소에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결국은 온건파 의견을 수용했다. 처음에는 섭섭한 마음도 들었지만, 어느덧 마음의 지하실에서 잘 보이지 않는 이야기가 되었다. 강 주먹을 날렸던 그와 나는 6개월 후에 만날 수 있었다. 랄리중앙 교도소로부터 통역 요청을 받고 찾아갔는데, 그는 두 명의 다른 죄수들에 의해 심한 폭행을 당하고 감옥 진료소 한구석에 앉아있었다.
근자에 목회자 세대교체가 눈에 뜨이고 들린다. 목회는 무엇인가?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듯 다양한 정의를 열거할 것이다. 목회의 정의를 한가지로 꼬집어 말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목회란 결혼과 비슷하다고 늘 생각했다. 결혼 대상을 신중하게 결정하라. 결정했으면 100% 헌신하고 참으라. 결혼이건 목회이건 참기 어려운 사람과 상황이 있다. “이를 악물다가 이빨, 다 망가졌습니다”라는 반 농담은 나의 입에서 자주 나온 말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