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牧會斷想] 지혜로운 연극
지준호 목사(헌츠빌 은퇴, 자유기고가)
지혜로운 연극
손녀 둘을 preschool 선생님 손에 맡기고 해방감을 즐긴다. 이기적인 욕망을 이루려 체면이고 뭐고 말도 안 되게 시도 때도 없이 부리는 생떼를 상대해, 쇼와 연극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선생님 손을 맞잡고 교실로 향하는 귀여움과 의젓한 뒷모습을 얼 놓고 지켜보다 반만 하는 발음으로 조잘대며 부리는 재롱이 눈에 삼삼 해지며 픽업할 시간이 멀리 있는 듯하다.
변덕스런 마음에 미소를 짓는데 자녀를 맡긴 엄마들의 표정이 보인다. 알람 소리에 피곤한 몸을 일으켜 빠르게 돌아가는 시곗바늘을 보고 또 보며, 먹이고 입히고 준비물을 챙기느라 허둥대며, 배고프지 않게, 모양새도 예쁘게 기분도 좋게 하려는 그 애씀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없이 느긋한 자녀들을 보채다 다투고, 우는 아이를 달래다 아양 떨고 공갈치며 연극하다 자녀를 인계하곤 해방된 표정들 …. 그러나 안도하며 쉴 겨를도 없이 해야 할 일들에 사로잡혀 서둘러 떠난다. 싱크대에 쌓인 닦아야 할 그릇들과 어지럽혀진 옷가지들, 가야 할 마켓, 서둘러도 픽업해야 할 시간에 맞추기 빠듯한 모양이다.
이렇듯 힘겨운 수고로 자녀를 양육하지만 맺어지는 열매가 아리송해 결국 독신주의와 무자녀 문화가 확산되는가 보다. 생명이 태어나고 성숙하는 신비와 가치에서 오는 행복은 포기하고서….
인간은 이기적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진리를 기준 삼아 사는 본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하지만 이 성품들이 균형을 잘 맞추면 좋으련만 이기적인 생각에 온전히 지배를 받다 남을 배려하고 진리에 따라 살도록 모범을 보이고 따르게 하며 훈련받게 창조되었나 보다. 그리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양육을 하려면 훈련하는 부모와 할아버지 할머니가 질서 가운데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이기적인 본성에 지배를 받는 어린이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부모가 상상하는 이상의 노련한 연극을 하고, 엄마 아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자신을 향한 입장이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면 욕구를 채우기 위한 기회를 눈치로 최대한 활용하기 때문에….. 진리의 기준과 남을 배려하는 양심의 소리 따위는 콧등의 땀으로 씻어 버리고…..
부부는 자녀 앞에서는 틀리고 다른 생각을 가져도 하나 되는 연극을 하는 것이 지혜 중의 지혜다. 이를 모르는 이들은 똑똑한 척 자녀들 앞에서 부부가 정죄하고 바로 잡다 다투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훈수를 두다 핀잔을 들으며 사랑의 수고가 쓴 열매를 맺도록 돕는다. 순간순간의 재롱과 성숙함을 보는 행복을 맛보기는커녕 양육의 무거운 짐에 눌려 빠르게 성숙하여 자유해질 날만 기대하며, 생각이 다른 부부와 할아버지 할머니가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행복을 잃어버리는 줄도 모르고….
한 대화가 떠 오른다. 네덜란드 화가 라파르가 “삶의 신조가 무엇이냐?” 고흐에게 물었다. 이에 “침묵하고 싶지만, 꼭 말을 해야 한다면 이런 거라네.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산다는 것, 곧 생명을 주고 새롭게 하고, 회복하고 보존하는 것, 불꽃처럼 일하는 것, 무엇보다 선하게, 쓸모 있게, 무언가에 도움이 되는 것, 예컨대 불을 피우거나 아이에게 빵 한 조각과 버터를 주거나,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물 한잔을 건네주는 거라네.”
세상살이는 힘겨움과 쉬움, 슬픈 일과 기쁜 일이 뒤 섞인 가운데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일을 행복으로 만드는 이도 있지만, 쉽고 기쁜 일조차 엉겅퀴 같은 열매로 만드는 이들도 있다. 순간순간의 모든 수고와 즐거운 일들을 행복으로 만드는 것은 지혜로운 연극을 해야 하는 줄을 모르고…..
어린이는 어른들이 상상하는 이상의 두뇌를 사용해 울음과 웃음으로 연극하며 자기 뜻을 관철해 나간다. 그러다 엄마와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가 다른 의견을 가지고 다툴 때면 어느 편에 설 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유리할까? 잔꾀에 의존해 말과 행동으로 옮긴다. 한편으론 불안해하며 … 그래서 때로는 단호하게, 때로는 한없는 너그러움으로, 때로는 감탄하고, 때로는 자상한 대화를 하며, 때로는 장난치는 연극을 부부가 일치하여 하는 것이 지혜 중의 지혜다. 진리 안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상황 파악을 바르게 하고 자녀의 마음을 읽으며…….
그렇지 않으면 양육의 수고로 하는 엄마의 사랑의 말이 잔소리가 되어 부모의 권위는 추락해 버린다. 그리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 진리를 기준으로 삼고 사는 지혜는 자녀로부터 멀리멀리 도망가 버리고, 자녀와 소통은 힘겨워지고 양육의 수고는 아랑곳없이 이해 못 할 세상의 풍조를 따라가는 자녀를 보는 아픔을 무능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진리를 알아 지혜로운 연극을 하며 살면 스트레스 되는 삶이 행복의 근원이 된다. 이 일을 이루려 충분한 대화 가운데 부부의 일치를 먼저 이루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질서 가운데 하나가 되는 가정을 만드는 일이 우선으로 느껴지는 시대다. 가정은 천국의 모형이 되어, 사랑하고 사랑받고 생명을 주고 새롭게 하며 불꽃처럼 일하게 하며 존재의 가치를 높이며 행복을 배가시키게 하는 예배드리는 가정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