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Select Page

[목회단상 牧會斷想]
별을 향한 마음

<span style=" font: bold 0.8em Nanum Gothic, serif ; color: green;">[목회단상 牧會斷想]</span> </br><span style=" font: bold 0.5em Nanum Gothic, serif ; color: fuchsia;">별을 향한 마음</span>

지준호 목사(헌츠빌 은퇴, 자유기고가)

별을 향한 마음

소유의 개념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을 때 밤하늘은 은총 가득한 내 정원이었다. 머리를 상하좌우로 돌려도 여전히 부분만 보이는 드넓은 궁창에 가득한 보석처럼 반짝이는 별들, 그 중앙을 유유히 흐르는 우윳빛 은하수, 하얀 꼬리를 만들며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가는 별똥별, 모두가 어우러져 내는 은은한 빛 아래 우리 가족은 멍석을 펴고 둘러앉아 알콩달콩 이야기꽃을 피우곤 했다. 그러다 할아버지께서 신앙에 관한 질문으로 할머니께 시비를 걸 때면 어느 편에도 설 수 없는 난 미소로 얼버무리곤 했다.

“사단과 소곤거려 욥의 자녀들과 재산 그리고 건강까지 잃게 하는 것이 하나님으로 하실 일이야? 잃은 자식들 대신 아들들을 주시니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욥을 생각하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다 눈살까지 찌푸려져! 감정도 추억도 생명의 존엄도 느끼지 못하는 욥이라면 몰라도…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죽은 자녀를 살려 줘야지, 새로운 자녀들을 주면 어떻게 해! 그리고 억울한 일들이 세상에 널브러졌는데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하나님을 이해할 수가 없어! 바보가 태어나게 하는 것도 그렇고…” 승기 잡은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그렇지 않니?” 하시며 할아버지는 자기편이 되길 바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신다.

논리로 응수할 수 없는 할머니는 카리스마 있는 톤으로 “피조물인 인간이 세상을 지으신 하나님의 뜻을 어떻게 다 알아요! 교만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거예요.” 하신다. 예상치 못한 역공에 할아버지는 멀뚱해져 “예수쟁이들과의 말다툼은 당할 수가 없어.” 하시곤 입맛을 다신다. 긴장하던 가족은 어설픈 평화와 자유를 느끼고, 난 밤하늘에 가득한 별들을 보며 질문을 한다. 저 별들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모두 알고 있을까?

궁금증으로 목마름을 느끼며 사는 난 성숙할수록 따라잡기 힘겹게 고속으로 발전하는 문명과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생존의 버거움을 맛보며 별들에게 하소연했다. 문명의 빛에 밀려 소수가 남아 외로이 반짝이는 별들이지만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하시는 일들을 알 듯하여서… 왜 세상에 아픈 이별을 만들어 놓았는지, 빈부 격차를 두어 억울함을 맛보게 하는지, 거짓과 간사와 불의를 세상에 두셨는지, 무지한 말들이 진실처럼 돌아다녀 불신과 혼돈된 세상이 되게 하는지, 사랑하는 이가 아파할 때 무능함을 처절하게 맛보며 지켜보아야만 하게 하는지, 스스로 질투하시는 하나님이라 말씀하시는 것은 또 무엇이고… 하지만 별들은 나의 갈등에 차갑게 반짝이며 외면하는 듯하다. 결국 난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이며 아브락사스(선과 악을 함께 가지고 있는 신)를 떠올리며 영혼의 갈증을 느낀다.

이러던 나에게 한날에 정직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들을 수 있는 하나님의 음성이 내 마음속에 있음에 눈뜨는 은혜를 내리신다. 그리고 이 음성은 마음의 빛이 되시어 환경에 따라 갈대처럼 변하는 감정과 생각을 관리하며, 자연과 문명의 관계에서 행복과 가치를 크게 하는 지혜를 얻게 하고, 서로 다른 이들과 정직한 대화에서 오는 공감의 기쁨을 맛보게 한다. 결국 난 이때 비로소 하나님의 질투는 어리석은 인간들을 향한 사랑인 것과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다툼은 사랑놀이임을 알았다.

이런 줄도 모르고 난 태어나면서부터 쌓아온 모든 정보를 욕심으로 계산한 고정관념에 따라 평가하고 결정하며 문명이 만든 경쟁의 힘겨운 싸움을 싸우며 그로기가 되곤 하였다. 하나님께서 주신 자존감과 의지력, 창의력과 상상력은 무시하고 필요한 모든 것을 구하는 의존적인 기도를 하면서… 이러며 빠르게 변하는 문명사회의 삶이 힘겨워 더러는 결혼과 아이 낳는 것까지 포기하고, 세대 차와 도시 집중 현상으로 핵가족을 선호하며 양극화에서 오는 불행을 자초하는 세상을 한숨 쉬며 바라보기만 했다.

이러던 난 고통과 어려움이 죄의 결과라는 고정관념에 갇혀, 사랑해서 하는 말로 오히려 상처를 주는 욥의 친구들과 하나님을 향한 신뢰를 고백했다 원망하는 변덕스러운 욥을 깨워 천국의 맛을 보게 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보인다. 그리고 문명과 자연과 인간의 관계 부조화 때문에 발생하는 아픔을 회복하는데 이바지할 꿈이 꾸어진다. 하나님의 전지전능함과 종말만 바라는 유아기적인 신앙을 탈피하고 생명력이 삶에서 나타나게 하면서… 이러다 때때로 문명의 빛을 피해 온전한 별들이 수정처럼 반짝이고 별똥별이 여기저기 떨어지는 정원에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사랑과 꿈을 나눌 상상을 한다. 이때 바라보는 별이 반짝거리며 생끗 웃는 듯하다.

미주침례신문 앱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