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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牧會斷想]
멋진 권위 아래서

<span style=" font: bold 0.8em Nanum Gothic, serif ; color: green;">[목회단상 牧會斷想]</span> </br><span style=" font: bold 0.5em Nanum Gothic, serif ; color: fuchsia;">멋진 권위 아래서</span>

지준호 목사(헌츠빌 은퇴, 자유기고가)

멋진 권위 아래서

7살 된 손녀가 4살 된 동생을 가르치며 훈계를 한다. 이때 권위가 개입된 목소리는 그 위엄이 심상치 않다. 이러한 누나의 지도에 고분고분 따르는 손자를 보며 먼저 되어 가르칠 실력 있는 자에게 주어진 권위의 힘이 신비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은 순간 권위 아래서 펼쳐지던 아름다운 광경이 사라지고 동생과 누나가 치고받고 싸움을 한다. 아불싸! 동생이 남용되는 권위에 순종하다 폭발을 하였나 보다.

이때 내가 겪은 상황이 떠 오른다. 손녀보다 더 큰 권위의 부작용에서 온 아픈 상처가 있는…… 난 먼저 된 이들에게 주어지는 권위로 가족에게 내 생각을 주입하고 내 뜻에 따르게 하는 것을 사명처럼 여겼다. 내 삶의 철학이 맞는다는 확신과 함께 정의와 사랑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그러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망될 때 폭력까지 사용하며 이루어지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랑하는 가족과 소통이 어려워지다 결국 소외됨을 맛보았다. 사랑은 미움으로 변이되어 버리고…. 이때 난 ‘부인과 자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란 세상에서 떠도는 말로 스스로 위로를 하였다.

그렇게 맥 빠지게 살던 어느 한 날 세상에서 가장 큰 권위를 가지신 하나님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모습이 되어, 우리 마음에까지 오셔서, 끝까지 들으시며 섬기시는 멋이 보인다. 권위에서 온 모든 특권을 버리고 내 마음에 계시며 내가 울며 부르짖는 동안 들으시며 상처를 치료하시고 용기를 주신다. 그리고 감정과 생각을 털어놓을 때 고요해지시기를 기다리신 후, 미처 알지 못했던 진리를 깨닫게 하시고, 양심을 통해 나의 잘 못 된 것을 일깨우시고, 상황을 이해하게 하시며, 인격적으로 설득을 하신다. 권위에서 주어진 힘으로 강요나 협박을 눈곱만큼도 하지 않으시면서….

이 멋진 권위의 진리를 모를 때 난 하나님이 가진 능력으로 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구하는 것이 기도인 줄 알았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를 바로 잡으려 기도할 때 먼저 질문이 떠 오르게 하시며 기도를 훼방하신다. ‘부르짖는 기도를 정말 다 응답해 주실까? 그렇다면 세상에는 불의도 고통도 억울함도 없이 천국이 이미 되어 있어야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게 하시며….

결국 난 하나님이 살아계시는 증표를 구하는 것 이외는 기도할 거리가 없어져 버렸다. 그래서 감정을 뜨겁게 하여 신비한 체험을 사모하지만 하나님은 침묵으로 일관하신다. 그 결과 난 신앙에 대한 회의를 품고 방황과 목마름의 오랜 시간을 보내어야만 했다. 마음을 열고 진리를 깨닫기를 애타게 기다리시는 줄도 모르고….

이러던 난 멋진 권위로 나를 대하심에 눈 뜬 후 나의 어리석었던 신앙생활과 삶이 보인다. 그리고 기도는 일방적인 구함이 아니고 호흡이고 대화인 것에 눈이 떠진다. 낮아진 멋진 권위의 사랑 안에 거하려면 정직이 최선인 것과 함께…. 이후로 가정이 먼저 된 자와 나중된 자가 함께 대화하는 곳임이 이해가 된다. 진리를 나누고 감정을 나누고 꿈을 나누는…. 그러는 사이 치료되고 용기를 얻는 곳, 그리고 지혜의 능력이 커지고 아름다운 인격으로 성숙되는 곳, 사랑이 가치를 만들며 행복을 누리게 되는 곳, 그래서 각자에게 주어진 은사를 마음껏 발휘하며 천국을 경험하는 곳… 이를 위해 먼저 된 자는 권위에서 오는 힘을 포기하고 귀 기울여 듣고 또 듣고 들으며 이해하고 적절한 말과 행동을 하는 곳, 그리고 나중 된 자는 정직하게 질문하고 베풀어진 은혜를 헤아리며 사랑을 크게 하는 곳….

이렇게 우리가 하나님과 호흡하듯 가족이 모여 하나님 앞에서 진실을 나누는 예배가 절실한 시대가 된 듯하다. 대면 예배가 어려워지고, 개인주의가 대세가 되고,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는 갈등 많은 사회와 교회의 권위가 시시해지는 시대에… 멋진 권위 아래서 가족이 드리는 예배를 통하여 신앙을 새롭게 하며 가정에서 천국을 맛볼 꿈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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