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관 목사의 목회의 길에서] 그 앞에서 무너져도 좋을 진정한 친구
최근에 읽었던 책에서 사람은 반드시 친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마음을 내어놓을 수 있고, 특별히 내 약점을 내어 놓을 수 있고, 뭔가 문제가 생겨서 무너졌을 때 가서 기댈 수 있는 친구가 꼭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글을 읽으면서 나는 그런 친구가 있는가 하고 자문해 보았습니다. 애석하게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대학 1학년 때 아내를 만났고, 아내와 너무 가까웠기 때문에 저에게 있어서는 늘 아내가 그런 친구였고, 따로 친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한국에 살 때는 그래도 절친한 친구가 몇 있었지만 한국을 떠난 뒤로는 가끔 e메일만 주고받을 뿐이지 내가 그 앞에 가서 무너질 수 있는 그런 친구는 없구나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왜 이럴까 하고 생각해 보았는데, 친구를 만든다는 것은 다른 것에 비해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아랫사람이 따르게 하거나, 윗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것은 비교적 쉬운 것 같습니다. 그저 조금만 잘 해 주면 족합니다. 아랫사람에게는 조금만 잘해줘도 감동을 줄 수가 있고, 윗사람도 그런 면에서는 동년배보다는 쉽습니다.
그에 비해서 친구를 만드는 것은 다른 것 같습니다. 친구를 만들려면 일단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합니다. 거기에다가 섬겨 주어야 하고, 때로는 동등하기 때문에 생기는 트러블을 참아 주어야 하고 그런 모든 걸림돌들이 극복이 되었을 때 비로소 친구가 됩니다. 다시 말해서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희생이 동반된 투자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만 맞으면 친구가 될 거라고 믿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쉽게 친구를 만들려고 하지만 친구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구나 하는 것을 느낍니다.
이런 사실은 오늘날이 진정한 친구가 없는 세대가 되어 가는 이유를 잘 설명합니다. 현대인들은 일단 생업이 너무 바쁘고, 게다가 발달된 취미생활, 화려한 드라마, 인터넷, 그리고 SNS 등 우리의 시간을 빼앗는 것들이 많아졌고,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이기적이고 희생을 싫어하기 때문에 친구를 만드는 것이 쉽지가 않은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저를 보니, 저 역시도 미국에 오자마자 저에게 닥친 일들, 금방 시작하게 된 사역, 그리고 신학교와 직장을 병행했던 바쁜 일상생활,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음에 부담이었던 후임이라는 자리 등이 친구를 만드는 데 방해요소로 작용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는 좀 더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 시간을 투자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을 위해서 희생을 드리시기 바랍니다. 친구가 없다고 외로워하는 사람은 다들 그런 투자를 게을리 한 이기적인 사람일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희생적인 투자를 한 분이 예수님이십니다. 그 분은 움직이지 않는 내 마음의 문 바깥에 서서 오랫동안 두드려 오신 분이시고, 무엇보다도 날 위해 더할 수 없는 희생을 치르셨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마음을 열면 의외로 쉽게 그 분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유는 그 분이 우리를 위해서 치룬 희생이 크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