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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사모의 ‘교회 장애교육’(13)
색다른 지구인 – ADHD ③ “단순한 삶”

<span style=" font: bold 0.8em Nanum Gothic, serif ; color: green;">홍 사모의 ‘교회 장애교육’(13)</span> </br><span style=" font: bold 0.5em Nanum Gothic, serif ; color: fuchsia;">색다른 지구인 – ADHD ③ “단순한 삶”</span>

홍경아 사모(미주)
아리조나한인교회, 현 공립초등학교 특수교사

색다른 지구인 – ADHD ③ “단순한 삶”

본인에게 또는 가족 중 한 사람에게 ADHD 성향이 짙게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덤벙거리길 잘하고, 무엇이든 까먹고, 정리 정돈을 잘 못 하고, 집중이 잘 안 되고, 싫증이 잘 나고, 불끈불끈 화를 참지 못하는 성미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소리다. 이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 본인도 괴롭지만, 주변 사람들은 더욱더 괴롭다. 참다못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서서히 뺑덕어멈, 악덕 매니저가 되어 가기도 한다. 이것은 ADHD 성향의 사람과 함께 생활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ADHD를 지닌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이 말에 100% 공감할 것이다.

어른이나 어린이나 할 것 없이 ADHD를 지닌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주변 환경을 단순하고 간결하게 정리하는 것이다. 뇌 속에서 자극이 차단되지 않음으로 환경을 되도록 단순하게 정리하여 최대한 집중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주변 환경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스케줄도 최대한 규칙적이고 단순하게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방과 후에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 한두 가지 일에 충분한 여유와 시간을 가지고 집중할 수 있게 스케줄을 계획하고 실천하면 삶이 한결 편안해질 것이다.

필자가 아는 한 학생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ADHD 진단을 받고 온 가족이 부단히 ‘단순한 삶’을 실천한 끝에 고등학생이 된 지금은 이제 더 이상 특수 교육의 도움을 받지 않게 되었다. 그 학생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이러하다. 학교에 갔다 와서는 숙제를 한 시간 정도 한다. 학교의 배려로 한 시간 정도에 끝낼 수 있는 정도의 숙제를 받아온다. 일반 학생들과 같은 숙제를 하게 되면 한도 끝도 없이 시간을 끌게 되므로 선생님과 상의해서 그렇게 정한 것이다. 숙제 후에는 간단히 저녁 식사를 하고 저녁 식사 후에는 매일 엄마, 동생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보드게임을 하였다. 매주 수요일 저녁에는 교회에 가서 교회 친구들과 어울리고 일주일에 2~3번씩 학교 육상부에서 훈련을 받았다. 수년간 똑같은 스케줄로 반복된 생활이었다. 학교에 있는 여러 가지 클럽 활동 중에 육상부를 택한 이유는 경기 규칙과 훈련 과정이 단순하여 집중하기가 쉽고, 친구들과 부딪히거나 싸울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어떤 부모님들은 친구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라는 취지에서 축구나 농구, 또는 토론 클럽 등 여럿이 어울리는 활동에 참여시키기도 하는데, 오히려 친구들과 더 많이 싸우거나 잘 적응하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생기기 쉽다.

자녀가 의사로부터 ADHD 진단을 받았다면, 학교에 “504 PLAN”이라는 것을 요청할 수 있다. ADHD의 경우, 미국 특수 교육법에 규정된 장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ADHD만을 가지고는 특수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대신 학습장애나 품행장애, 언어장애 등 다른 장애와 ADHD가 함께 나타날 때에는 “기타 건강 장애(Other Health Impairment)”로 분류되어 특수교육 서비스를 받게 된다. ADHD만 있는 경우에는 특수교육 서비스 대신에 504 PLAN이라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504 PLAN이란 쉽게 말해 일반 교실에서 원활하게 학습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배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공적이고 법적인 장치이다. 학교 측과 학부모가 상의하여 ADHD를 지닌 자녀를 위해 어떤 물리적인 도움을 줄지 정해 두는 계획안인 것이다. 예를 들면, 교실에서 항상 선생님과 가까운 곳에 자리를 배치받을 수 있도록 한다든지, 시험을 볼 때 시간제한 없이 조용한 공간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배려받는다든지, 숙제나 과제를 제출할 때 하루나 이틀 정도 더 여유 날짜를 받는다든지 하는 것이다. 학교에 요청하여 504 PLAN을 받게 되면, 학년이 바뀔 때마다 학교에 이러한 배려를 요청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504 PLAN 하에 이러한 서비스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는 특수 의자를 받는다든지 아니면 교실에서 좀 왔다 갔다 해도 선생님들이 이해해 준다든지 하는 도움이나 보호를 받게 되는 것이다. 특수 교육과 504 PLAN의 차이점은 특수 교육이란 특수 교사 자격증이 있는 전문가가 특별한 교육지도를 제공한 데 비해 504 PLAN은 환경적 또는 도구적인 배려와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라 점이다.

ADHD가 있는 자녀는 정리 정돈하고 계획하는 것을 도와주어야 한다. 혼자서 정리하게 내버려 두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 정리를 아예 안 하게 된다. 그러므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 함께 의논하고 차근차근 도와주어야 한다. 책과 공책에 라벨을 붙이고 되도록 공책은 한 권으로 단순하게 쓰도록 하며, 시험공부 및 큰 프로젝트 과제 등은 세세하게 일일 공부량과 과제량을 정해 주어 매일 조금씩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포스트잇이나 메모지를 적극 활용하여 항상 메모하고 확인하도록 훈련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ADHD로 인해 약을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필자는 약을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는 사람도 만나 보았고, 약을 먹고 삶의 질이 굉장히 향상되었다는 사람도 만나 보았다. 약으로 인해 부작용을 겪고 있는 학생들도 보았다. 전문가들이 말하길 ADHD로 인해 먹는 약은 눈이 나쁜 사람이 안경을 쓰는 것과 같다고 한다. 안경이 근본적인 시력을 좋아지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안경을 씀으로써 사물을 또렷하게 볼 수 있고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ADHD약은 ADHD를 고치거나 없애지는 않는다. 그러나 약을 먹고 집중을 잘하고 차분해지는 효과가 있고, 배가된 집중력과 차분함 때문에 과제를 빨리 끝내고 야단을 덜 맞고, 성취감을 느껴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약을 먹고 식욕이 떨어지고 수면 리듬이 깨지고 병든 닭처럼 축 늘어지는 학생도 보았다. 또 약을 먹는다고 다 효과를 보는 것도 아니다.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는 과정도 겪어야 한다. 그러므로 ADHD로 인해 약을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는 순전히 본인과 부모님의 결정에 달린 것이다. 이것에 대해 제삼자가 옳다 그르다 판단하는 것은 삼가야 할 일인 것이다.

ADHD, 이제는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ADHD 성향의 사람들을 이웃으로 만나거든 품고 이해해주자!

(안내) – 네이버에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 라는 이름으로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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