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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牧會斷想]
고귀한 존재가 되게 하시려

<span style=" font: bold 0.8em Nanum Gothic, serif ; color: green;">[목회단상 牧會斷想]</span> </br><span style=" font: bold 0.5em Nanum Gothic, serif ; color: fuchsia;">고귀한 존재가 되게 하시려</span>

지준호 목사(헌츠빌 은퇴, 자유기고가)

고귀한 존재가 되게 하시려

신학교 시절 시험을 치를 때면 먼저 기도를 하곤 했다. 이때 난 주위에서 부르짖는 뜨거운 통성 기도 소리를 훔쳐 들으며 눈만 감고 있었다. 아는 문제 나오기를 구하려니 얌체 같고, 시험 잘 보게 해 달라고 하려니 도둑놈 심보이고, 실력대로 보려니 낙제 점수가 아른거리고,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기도하려니 생뚱맞아 기도할 수가 없다. ‘기도하면 정말 다 응답해 주실까? 그렇다면 세상에 도둑놈도 사기꾼도 아픔도 억울함도 없어야 할 텐데…. 나의 필요를 나보다 더 잘 아시는 주님께서 알아서 주시지 왜 기도하라 하실까? 죽기까지 사랑하신다면서……’

의문을 품고 지내던 한 날 “시험을 통하여 모르고 아는 부분을 분명히 알아 약한 부분을 보완하는 기회로 삼게 해 주세요. 이렇게 기도할걸” 하는 아쉬움이 내면으로부터 솟는다. 그리고 기도를 오해하고 있었음을 알았다.

기도는 주께서 주신 현실을 창의력과 사고력을 자유의지로 적용하며 살아가던 내가 코치 받는 인격적인 만남인데…. 이 만남의 대화가 잘 되면 될수록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실력이 생기고 지혜롭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알게 될 텐데…. 난 노예근성과 거지 근성 가득한 마음으로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 구하기만 했다. 무지와 욕심에서 나오는 구함인 줄도 모르고….

이렇듯 날라리 신앙을 가진 나에게 참 좋은 친구 되시는 주님의 은혜가 느껴진다. 아리고 쓰린 억울함,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일들, 알지 못하여 생기는 질문들과 필요를 정직하게 부르짖고 고백케 하시는 이유가 선명해지면서….

인간의 눈과 귀의 기능은 마음의 상태에 따라 변덕을 부린다. 그래서 같은 것을 같이 보고도 다르게 평가하고 다투는 일을 일상에서 흔히 경험한다. 이를 위해 부르짖고 고백하게 하면서 편견과 상처받은 마음을 바르게 치유하고 눈과 귀를 건강하게 하신다. 이러곤 침묵으로 일관하시던 주께서 맑고 순수한 건강한 영혼만이 들을 수 있는 세미한 음성으로 말씀하시며 기도가 대화 되게 하심의 지혜가 내 영혼을 활짝 웃게 한다. 그리고 “너희를 종이라 부르지 않고 친구라 부르시겠다” 하심에 난 고귀한 존재감을 느낀다.

이렇게 기도로 말하고 듣는 실력이 커져 주님과 진실한 친구가 되면 주님과 친구 된 이들과 저절로 진실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된다. 나이 많고 적음과 남과 여, 그리고 직업과 문화의 다름에 상관이 없이…. 오히려 다름을 통하여 더 넓고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며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

기도와 친구 됨을 이해하고 행복해하는 나에게 한 분이 반가운 표정으로 질문을 한다. 누구가 친구라면서요! 난 어 어 어 하다 어정쩡하게 “네” 하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나에게만 들리는 소리로 이야기한다. 난 그 동창과 예의 바른 관계로는 있지만 속마음이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그의 아픔도 즐거움도 꿈도 알지를 못하는데…. 내 친구라고 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나는 그의 친구라고 대답하고서 허전한 마음이 생긴다.

삶에서 생긴 모든 진실을 서로 정직하게 털어놓고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면 진실한 친구가 되게 하신 진리에 눈뜨는 기쁨이 크다. 그리고 그렇게 된 친구의 친구가 내 친구가 되어 친구가 많아지는 즐거움은 기도하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이 아닐까?

세상에는 다양한 만남이 있다. 만났다 헤어지면 시원한 사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잊히고 마는 사람, 그러나 좋거나 힘들거나 상처 되는 일을 만났을 때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만나서 모든 것을 나누며 공감하는 즐거움과 합력하며 에너지를 배로 늘려 삶을 풍요롭게 하는 친구가 있다.

상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경제를 주도하던 시대에서 상품 생산 없는 회사가 주도하는 시대로,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시대로, 고령화 시대로 급속하게 변화되는 때에 코치 받을 진실한 친구가 더욱 그리워진다. 그리고 진실한 친구의 친구를 확장하며 연합된 능력으로 미래가 불투명하고 혼돈된 어려운 시대에 고귀한 존재가 되게 하시려는 세미한 사랑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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