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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수다(4) – 돈을 만지작거리며 

목회수다(4) – 돈을 만지작거리며 

김영하 목사(샬롬선교교회, 미주)

돈을 만지작거리며 

월요일 이른 아침에 전화를 받았다. 교회를 개척하고 가입한 지방회의 여전도회 임원들이 방문할 예정이란다. 어두컴컴한 지하 예배당을 청소한 후 손님들을 맞이했다. 

10시쯤에 오신 십여 명의 임원들과 으레 그렇듯이 예배를 드리고 부랴부랴 마련한 과일을 대접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임원들은 교회 개척의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물었다. 나는 교육목회를 꿈꾸며 동네 아이들에게 전도해서 교회를 사랑방과 공부방으로 만들어 목회하겠노라고 패기 넘치게 말을 했다. 그런데 속으로는 그들이 얼른 일어서서 돌아가기를 원했다. 

어제 예배의 헌금이 이만 원 남짓이었다. 아직 은행에 그 돈을 입금하지 못했기에 주머니에 넣어둔 상태였다. 조금 있으면 점심시간인데 가시지 않으니, 점심을 대접해야 마땅하지만 그러려면 어제의 헌금을 모두 써야 했다. 돈을 만지작거리며 망설이고 있었다. 

갑자기 “손님 대접하기를 잊지 말라 이로써 부지중에 천사들을 대접한 이들이 있었느니라(히 13:2)”는 말씀이 생각났다. 떠오르는 말씀에는 순종하라고 가르치면서 내가 불순종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임원들을 그 동네에서 가장 좋은 식당으로 가서 당시 가격으로 1,500원짜리 갈비탕을 대접해 드렸다. 

배웅하고 나서 후회가 되었다. 그들에게 대접한 식삿값으로 어제의 헌금을 모두 사용한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한 살배기 아들과 함께 점심이나 제대로 먹고 있을지 모를 아내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또한, 한 달 임대료가 9만 5천 원인데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걱정이 절로 나왔다. 

수요예배 시간에 엊그제 오셨던 임원 중 몇 분이 다시 오셨다. 예배 후에 흰 봉투를 내밀며 사연을 말씀하셨다. 여전도회에서는 새롭게 개척한 교회들을 방문하는데 방문한 교회마다 어렵다고 도와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교회는 도와달라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목회의 계획에 대해서 자신 있게 말을 하며 사정이 가장 어려워 보임에도 불구하고 갈비탕까지 사주어서 임원들이 감동했다는 것이다. 개척교회에서 점심을 얻어먹기는 아마 처음인 것 같다며 이튿날 회의를 할 때 만장일치로 우리 교회를 3년간 돕기로 결정하고 첫 달 선교비를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그들이 돌아간 후 열어보니 십만 원이 들어있었다. 임대료가 해결된 것이다. 그것도 3년간이나…. 만약 그때 돈이 아까워서 점심을 대접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감동을 받았을까? 말씀에 순종하지 않고 순간만 모면하려고 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하나님을 인정하여 그 말씀에 순종하면 하나님께서 일을 이루신다.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잠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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