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牧會斷想] 미켈란젤로가 외치는 소리
미켈란젤로가 외치는 소리
고개를 한껏 뒤로 재껴 휘청거리며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안에서 미켈란젤로가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너도 내가 거룩한 교회에 나체를 그린 것이 못마땅해? 내가 성당에 죽기 살기로 그림을 그린 이유가 라파엘과 레오나르도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는 승부욕 때문이라고 생각해? 아니면 돈 때문에? 아니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가 되려고 4년 동안 불구가 되며 천장에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고 생각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늘어진 아들을 안고 있는 마리아의 “피에타” 조각상이 떠 오른다. 그리고 24살 미켈란젤로의 신앙 고백과 성전 주위에서 경험한 가슴 아픈 일들을 보며 천장화를 그리는 미켈란젤로의 마음이 공감되어 가슴이 짠하다.
고통을 통한 놀라운 사랑을 베푼 은혜를 가슴에 품고 복음을 전해야 할 성직자가 죽은 후 자신의 무덤에 조각상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일어나는 실망감. 일을 시키고 임금을 체불하는 찌질한 성직자. 그에게 지팡이로 머리를 얻어맞고 일어나는 분노. 이러한 사람이 장엄한 성전에서 거룩하고 품위 있는 롭을 입고, 하나님께 특별히 선택받았다, 백성들 위에 군림하며 누리는 권세. 이들을 믿고 따르며 이득을 보려 아부하는 속물들. 인간관계를 이간시키며 자신의 이득과 감정을 충족하려는 야비한 족속들. 빌고 충성하고 봉사하면 축복받고 죽어서 천당 가는 것만 믿고 깊게 사고할 능력을 잃어버리는 무지몽매한 백성들.
은혜와 사랑을 방패 삼아 불의와 거짓으로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이들을 발가벗겨 드러나게 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인간과 하나님이 어우러짐의 목마름을 영혼들이 나체가 됨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복음에서 나오는 타오르는 에너지로 성전 천장에 4년 동안 몸이 망가지는 아픔을 극복하며 붓질한 것이 아닐까? “정직한 자가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하는 말씀을 가슴에 품고서….
하지만 미켈란젤로가 죽은 후 천장화 나체에 팬티를 입혔다. 미켈란젤로가 소리치는 듯하다. “그것은 내 그림이 아니야! 발가벗은 영혼이라야 인간끼리도, 하나님과도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소통할 수 있단 말이야. 친구도 되고. 그런데 그림의 포인트를 지우고 내 그림이라고 이야기하면 어떻게 해? 하나님의 손가락과 아담의 손가락이 닿을 듯 말 듯 한 ‘천지창조’로 인간과 하나님이 친구 되고 싶어 하는 목마름을 묘사하는데, 경쟁과 돈과 천재적인 기술로만 그림을 설명하려고 하다니…. 노아의 거룩함과 술 취한 그림으로 인간의 연약함에서 오는 이중성을 이야기하려 했는데, 가면을 벗고 나체로 하나님 앞에 나가면 은총의 교제가 시작되는 이야기를 하려 하는데, 노아의 충성스러운 순종만 강조하면 어떻게 해!” 미켈란젤로의 처절한 외침이 귀에 쟁쟁하게 들린다.
예술 같은 삶을 사는 나에게 하는 충고가 들린다. 예술가는 먼저 ‘사랑이든, 진리이든, 아름다움이든 묘사할 주제를 가슴에 품어야 하듯, 신앙인은 복음을 가슴에 품고 네 안에 계시는 하나님과 숨 쉬듯 교제하며 살아야 해. 그리고 품은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예술을 위한 기술을 연마하듯 복음이 드러나게 할 인격과 실력을 쌓아야 해. 그러면 예술가들에게 훌륭한 작품이 남겨지듯, 너의 삶에 아름다운 신앙의 열매가 맺어질 거야. 그런데 어리석은 예술가들이 주제 없이 기술만 가지고 인기 있는 작품을 만들려 하듯, 복음의 뜨거움과 하나님과 호흡하는 교제도 없이 얄팍한 잔기술로 사람만 모으려는 세상이 되었어. 영혼이 나체가 되는 것은 겸손이고, 낮아짐이고, 정직함이고, 귀를 여는 일이고, 밝은 빛 안에 들어가는 일이고, 하나님이 내 안에 내가 하나님 안에 있는 최선의 길이야. 그런데 아담과 화와는 나뭇잎으로 가리고, 어리석은 사람들은 위선과 각가지 경건의 모양의 가면을 쓰지, 그리고 미켈란젤로가 그린 그림의 나체에 사람들은 팬티를 입혔지.’
영혼이 나체가 되어 밝은 빛에서, 이기적인 생각, 동물 같은 생각, 지질한 생각, 자랑하고 싶은 생각, 선하고 사랑스러운 생각 중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하나님이 주시는 생각을 골라 말하고 따르며, 혼돈된 시대를 살며 복음이 세상에서 권위를 회복하고 교회가 부흥하는 꿈을 품으라고 미켈란젤로가 외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