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나 사모의 병아리 사모일기” ④ 반성일기
김수나 사모 (루이빌 우리교회(KY))
반성일기
생각해 보면 그때 우리 담임 사모님은 지금 내 나이와 비슷할 때 담임 목회를 시작하셨다. 지금 나를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먼 병아리 사모인데도 그때 10년 전에 처음 담임 사모님을 봤을 때는 사모님이 아주 큰 어른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려움 속에 있는 담임 사모님을 볼 때 나는 “담임 사모님이니까, 엄청 믿음이 좋으시니까. 괜찮으실 거야.”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부끄럽게도 지금의 나는 성숙함이 흘러넘쳐 교회의 어려움을 오직 기도로 넉넉히 이길 수 있는 담임 사모는 아니다. 아무리 수많은 시간을 흘려보내고 버텨낸 사모님이라도 가시돋힌 뾰족한 말과 눈 흘김을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혼자 교회 화장실 청소를 하고 새벽예배 성도들 식사 준비를 뚝딱하시던 우리 담임 사모님은 아이 둘 낳고 정신없이 독박육아하던 어린 나에게 한 번도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맛있는 음식을 해서 문 앞에 조용히 두고 가셨다. 그렇게 여리고 고운 사모님이셨다. 그래서 “그때 내가 더 도와드리고 보호해 드려야 했는데…”라는 후회가 밀려올 때가 있다.
나는 요즘도 종종 나의 첫 담임 사모님을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 어려울 때 사모님처럼 음식을 해다 주고, 교회 요리를 위해 앞장서서 장을 보고 뚝딱 양파를 썬다. 사모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나도 그 사랑의 모양을 닮아간다. 병아리는 처음 알을 깨고 나와서 본 것을 어미처럼 따른다고 한다. 나 역시 사모님의 그 고유의 빛나는 아름다움을 생각하며 조금씩 따라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