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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나 사모의 병아리 사모일기” ② 방송실 땜빵과 감사

“김수나 사모의 병아리 사모일기” ② 방송실 땜빵과 감사

김수나 사모 (루이빌 우리교회(KY))

방송실 땜빵과 감사

요즘 종종 금요 예배 방송실에 사람이 없을 때 내가 들어가곤 한다. 다행히 바로 옆에 간이 자모실이 있어 아이들을 챙기면서도 자막을 넘길 수 있는 건 실은 이곳이 내가 만나는 다섯 번째 방송실이기 때문이다. 청년부 시절, 초등부 교사 시절, 대학교 IVF 선교단체 시절, 그리고 이전에 사역했던 교회에서까지 나는 종종 방송실에서 예배를 드렸다.
청년 시절부터 나는 각 부서에서 미디어팀으로 섬기며 어떨 땐 자막을 넘기기도 하고 영상을 만들곤 했다. 특별히 이전 교회에서 남편이 EM(영어부) 설교를 하던 그 시절, 나는 하루에 서너 번은 토하는 임산부였는데도 방송할 사람이 없으면 그 자리에 앉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비닐봉지를 의자 왼쪽에 두긴 했지만, 다행히도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 으앙으앙 우는 아기가 태어났을 때도 옆에 유모차에 두고 능숙하게 슥슥 자막을 넘기곤 했다.
그때 그 경험이 있어서 그런 걸까. 예배 시간 10분 전 갑자기 방송실에 들어가야 한다는 남편의 다급함에 당황하지 않고 오케이를 외칠 수 있었던 건 이전의 이런 기억들 때문이다. 실은 한 시간 전에 남편이 오늘 전도사님이 안 계셔서 방송을 해야 한다고 문자를 보냈으나 보지 못해 예배당에 덩그러니 앉아 있던 중이었다. 예배 시간이 다가오는데 방송실이 텅 빈 것을 본 남편이 부랴부랴 나를 찾아왔던 것이다.
두어 달 전, 사람이 많이 없는 금요 예배에 반주자가 없어 남편이 몇 주를 마음 졸이고 종종거리며 찾았던 때가 있었다. 그때 옆에서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그런데 갑자기 전도사님이 자리를 비우시게 되면서 예배 자막을 넘길 사람이 필요하게 되었고 내가 그 자리에 딱 섬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내 작은 재주가 예배에 도움이 되었다니 무척이나 감사했다. 더불어 나의 오케이 사인에 안심하고 설교하러 강대상에 올라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며 내심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돌이켜보면 하나님의 일하심은 참 놀랍다. 처음 청년부 방송실에서 예배를 드리며 자막을 넘기지 않겠냐고 물어보셨던 그 물음에 순종했더니 결국 여기까지 나를 이끄셨다. 새로운 방송실에서 예배를 드리며 내가 잠깐 잠깐 섬겼던 그 모든 방송실의 컴퓨터가 생각났다. 하나님 앞에서는 하나도 버릴 게 없다는 그 말씀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내 작은 섬김이 교회를 세우고 예배의 필요를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참 기쁘다. 땜빵이면 어떠랴. 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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