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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수다(18) – 더 이상 쉬쉬하지 맙시다

목회수다(18) – 더 이상 쉬쉬하지 맙시다

김영하 목사(샬롬선교교회, 미주)

더 이상 쉬쉬하지 맙시다

돈은 하나님도 받으시기에 많은 돈을 헌금하는 것이 믿음의 척도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그리스도인들조차 돈에 대해서는 편하게 말하기가 쉽지 않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일만 악의 근원이라는 준엄한 말씀과 더불어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현실적으로 얽힌 사연이 너무 많기에 이중적인 태도를 가지거나 살짝 돌려서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목사와 교인들과의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로인해 수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교회에서 바람직한 문화정착을 위해서라도 차라리 떳떳하게 공개적으로 말을 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어느 대형교회는 목사의 사례비가 연 10만 불이 넘어가자 교인들의 불만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려고 한국의 공무원처럼 사례비는 가급적 적게 조정하고 대신 각종 공과금 보조, 사택보조비, 차량 보조비, 가족수당, 명절 보너스 등으로 분산했다. 그렇게 하니 교인들의 불만이 잦아졌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연 10만 불이 과연 많은 금액인가? 한 달에 8,000불 정도인데 그 정도는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도 벌 수 있는 금액이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20대 청년들도 그 정도 월급을 받는 사람들은 꽤 있다. 나이 50이 넘은 목사가 그 정도를 받으면 안 되는 것인가? 목사는 돈이 많으면 타락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데서 생기기 시작했다. 담임목사의 액면상의 월 사례비가 적으니 상대적으로 부목사와 다른 교역자들의 사례비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 같은 착시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른바 수당이나 다른 보조금이 전혀 없으니 빠듯하게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임목사와 비교하여 사례비를 조정하게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교역자 중 누구도 말을 하지 못한다. 교회에서 편하게 말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돈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어느 작은 교회는 목사의 사례비에 모든 것을 다 포함했다. 심방비, 교육비 등 목사가 목회활동을 하면서 필요한 모든 것을 사레비로 해결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례비로는 한 달 살기에도 빠듯했기에 제대로 심방을 다니기도, 명절에 교인들에게 선물을 하기도 힘들었다. 교인들은 목사님이 사례비를 받는데 점심 식사 한 번 제대로 사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어느 교회는 노골적으로 목사님은 하나님의 종이니 하나님이 책임지실 것이라며 은퇴준비를 전혀 하지 않아서 담임목사의 노후를 불안하게 했다. 그렇다고 요구하기도 어렵다. 편하게 말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돈이기 때문이다.

어느 후배 목사가 전화로 하소연을 했다. 교우 중 한 사람이 본인의 어려운 사정을 상담하면서 겪은 일로 인해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사연은 이랬다. 그 교인은 최근 물가가 많이 올라 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하면서 본인이 헬스장도 안가고 외식도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기가 너무 팍팍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교인은 목사가 사례비를 얼마 받는지 정확하게 금액을 말하며 “목사님은 그 금액으로 충분하시죠?”라며 반문한 것으로 인해 감정이 상한 것이었다. 그 교우가 어렵다고 한 생활비는 목사의 다섯 배가 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 교인에게 당신은 그 돈으로도 어렵다면서 나는 그럼 어떻겠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돈에 대해 말을 하는 순간 목사의 지도력에 금이 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나에게라도 털어놓으며 감정을 치유받기 원했다.

목사가 종업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교회의 목사 청빙 광고와 사회에서 직원 채용 광고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돈에 관한 것이다. 일반 회사는 대략이라도 금액을 제시하는 편인데 대부분의 교회 청빙 광고는 월급(사례비)을 얼마 준다는 내용이 없다. 그 말은 채용(?)이 확정된 후 말하거나 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전에 물으면 불경한(?) 일이 된다!

목사와 성도는 서로 삶에 깊게 얽혀 있는 매우 특별한 관계이다. 목사는 교인들의 영적인 필요를 충분히 채워주고, 교인들은 목사가 청빈한 삶을 사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궁핍하게 살지는 않도록 공급해야 할 책임이 있다. 어느 교회는 목사의 최저 사례비 규정표를 만들어 놓았다. 교회에서 이런 논의부터 공개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이뿐 아니라 돈도 숫자에 불과한 것이니 그 숫자에 대한 의미와 태도만 제대로 지키면 쉬쉬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쉬쉬한다고 감추어지는 것도 아니고 서로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문제는 현실화하는 것이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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