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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희 사모의 가정상담칼럼] 문제보다 중요한 문제

[심연희 사모의 가정상담칼럼] 문제보다 중요한 문제

 

심연희 사모(RTP 지구촌 교회,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몇 달간 골치를 썩었던 문제가 있다. 어느 순간 집 주위에 개똥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개똥이 집 주위의 보도를 따라 열두어 군데에 늘어섰다. 집 주위를 좀 더 유심히 지켜보던 중에 범인이 이사온지 얼마 안 된 옆집임을 알게 되었다. 아침마다 옆집 식구들이 번갈아 데리고 나온 강아지가 우리집 주위에서 유유히 큰 볼일을 보고 사라지곤 했다. 마주친 옆집 아저씨에게 개똥을 치워 달라고 요구하자 우리를 가리켜 “겨우 이런 일 가지고 투덜대는 좋은 이웃이다”라며 빈정댄다. 어이는 없고, 화는 치솟고, 이내 복수심이 불타오르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 옆집과 개똥을 사이에 둔 전쟁이 시작됐다. 개똥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사람들에게 조언도 구했다. 우스운 고민이지만 생각보다 이런 문제로 골치를 썩는 사람들이 많았던지 이래저래 한 마디씩 거든다. 그중에는 옆집에 개똥을 다시 던지라는, 귀에 착착 붙는 조언도 있다. 별 효과는 없었지만 마당에 뿌리는 약도 사보고, 똥 있는 자리에 깃발도 꽂아보고, Home Association에 이메일도 했다. 우리가 바짝 경계태세로 돌입한 것을 알자, 옆집의 중학생 아이들이 질세라 마당에 장난질을 치고 도망간다. 이쯤 되니 어느 순간 성경책을 읽다가도 창밖을 노려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웃긴 일이 성질나는 일이 되고, 미움이 되고, 이내 미움에 대한 죄책감이 된다. 한쪽 뺨을 맞으면 다른 쪽 뺨도 돌려야 하는데 싶다가도, 옆집 사람들의 무례함에 약이 바짝바짝 오른다. 이런 사이클을 반복하면서 두어 달이 흘러갔다. 개똥 가지고 씨름을 하는 일이 그렇게 스트레스가 될 줄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아마도 미움이 잔뜩 섞인 씨름이라 더 신경을 긁었던 것 같다.

최근 뉴욕 타임즈의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던 ‘The subtle art of not giving a f*ck’이라는 황당한 제목의 책이 한국말로는 비교적 점잖게 ‘신경 끄기의 기술’로 번역되었다. 원작으로 보면 제목보다 더 황당한 욕설이 난무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그 막말 뒤에 꽤나 깊이 있는 통찰력이 숨어있다. 저자인 Mark Manson은 우리가 정말 많은 일에 신경을 쓰고 산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산다는 것은 언제나 녹록한 일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훅 치고 들어올 때가 있다. 내가 얼마나 바보처럼 보일지, 별 볼 일 없는 인간으로 비추어 질지 몰라 전전긍긍한다. 누군가 나를 미워할지, 뒤에서 욕을 할지가 신경 쓰인다. 불이익을 당할까, 무시를 당할까 경계한다.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골목골목 숨은 복병을 만나기도 한다. 이런저런 일로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무엇인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산다. 그런데 그 신경을 끄고 살자는 것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신경 써야 할 일과 신경 꺼야 할 일을 잘 구분하자고 도전한다. 우리의 생각을 효율적이고 의도적으로 정돈하고 조직하자는 것이다.

두어 달간 신경전을 벌이며 옆집 이웃의 얄미운 태도와 개똥은 확실히 줄어들긴 했지만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결정적인 증거를 잡아 벌금을 물리고야 말리라는 결심에 창밖을 째려보다가, 용서에 관한 책까지 들쳐보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옆집을 쳐다보고 있지 않게 된 계기가 있다. 집에 자꾸 손님들이 오는 유독 바쁜 한 달을 보내면서이다. 오가는 여러 손님들을 치르느라 근 한 달을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 새인가 옆집 개가 나와 똥을 싸는지 오줌을 싸는지 쳐다볼 새가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화가 나서 마당을 지켜보는 일이 없다 보니, 옆집 사람들도 시큰둥해졌는지 집 앞으로 왔다 갔다 하는 일이 줄었다. 문득 보니 개똥도 눈에 띄지 않는다. 내 신경이 우리 집을 찾는 손님들을 잘 대접하는데 쏠리다 보니 옆집 사람들을 미워할 시간이 없어졌음이다.

마크 맨슨에 의하면 신경을 끈다는 것은 세상에 무관심해지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사람들에게 거리를 두고 은둔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 덜 중요한 일에서 관심을 돌리는 일이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어깨 한번 으쓱하고 피식 웃고 넘어가는 것이다. 대신 진짜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알고 집중하는 것이다. 개똥에서 고개를 돌려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복음에 집중하는 우리에게, 사명에 집중하는 우리에게 고난이 그저 삶의 작은 일부가 되는 이유이다. 교회에 집중하는 우리가 갈등으로 교회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다. 사랑에 집중하는 우리에게 사람의 연약함과 단점이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 있는 이유이다. 어쩌면 우리는 쓸데없는데 목숨 거는지도 모른다. 개똥으로 두어 달을 허비하듯이… 우리 삶에는 진짜 신경 써야 할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잠깐 잊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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