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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수다(12) – 조는 사람 일어서시오 

목회수다(12) – 조는 사람 일어서시오 

김영하 목사(샬롬선교교회, 미주)

조는 사람 일어서시오

목사의 가장 큰 고민과 관심 중의 하나는 아마도 “어떻게 하면 설교를 잘할까?”일 것이다. 교인들은 끊임없이 좋은 설교를 요청하는 것 같고, 무엇보다 설교를 잘못하면 본인이 괴롭기에 이 고민은 설교를 잘한다고 인정받는 목회자들도 분명 은퇴할 때까지 계속되는 질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목회자들은 만나면 자연스럽게 설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떤 목사는 길게 설교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교인들이 일주일에 한 번만 교회에 오는 경우가 많아서 오는 날에 말씀을 오래 먹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 교회의 교인들 몇을 알고 있었는데 한결같이 설교가 길어서 교회에 가기 싫다는 반응을 보였던 기억이 난다. 반면에 또 다른 목사는 예화를 많이 넣어 재미있게 설교하되 짧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 교인들이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스스로 자신의 설교에 대한 단점을 알고 있듯이, 교인들이 듣고는 잊어버려 무슨 설교를 했는지도 잘 모르고 있더라고 했다.

예배 시간마다 신문을 보다가 조는 사람이 있었다. 신문을 넘기는 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리던지 설교 시간 내내 신경이 쓰였다. 그러다가 조용해지면 이내 코를 골았다. 차라리 신문을 넘기는 소리가 더 조용했다. 그는 아버지뻘 되는 분이셨는데 젊어서부터 한국에서 온갖 유명한 목사님들의 설교를 다 들었다며 더 이상 들을 말씀은 없지만 예배는 드려야 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교회에 나온다고 하는 분이셨다. 그리고 목사들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었는데, 당연히 그분이 보기에 젊은 내가 거만하게 느껴졌고 성도들이 보는 가운데서도 목사인 나에게 반말을 하곤 해서 대하기가 껄끄러웠다.

예배 시간마다 그 성도 때문에 괴로워하면서 그를 위해 기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도 모르게 지금 졸고 있는 사람 일어나서 예배를 드리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그분이 잠결에 벌떡 일어나더니 설교 시간 내내 서 있다가 나중에 앉았다. 교인들은 어리둥절했다. 평상시 그분의 성격이면 설교 시간이라도 목사에게 대들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 성도는 그 후 설교 시간에 신문을 보거나 졸지 않았다. 찬송도 힘차게 부르며 태도가 겸손해졌다. 몇 주가 지난 후 사무실로 찾아와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사실 그동안 자신이 젊었을 때 헌금을 많이 할 때는 목사들이 좋아했었는데 나이 많아 돈이 없어지니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느꼈다면서 이 교회 목사도 그런 사람이겠지 하는 생각에 반감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던 중 그날도 예배 시간에 일부러 신문을 보다가 졸려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일어서라고 했고 그렇게 예배를 드리면 오늘 저녁에 데려간다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그 후부터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다른 목사님들과는 다른 것을 많이 느껴서 사과하러 왔다는 것이다.

그 성도는 다른 성도들에게도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성도가 바뀌니 다른 성도들도 설교를 듣는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예배는 점점 생동감 있게 변했고 설교할 때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지 설교도 잘되는 것 같았다. 그날부터 나는 설교를 잘하도록 기도하고 좋은 자료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교를 듣는 사람들이 잘 듣도록 기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성도들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계속 궁금한 것이 있다. 그 성도가 들었다는 천둥소리야 내가 강대상에 있는 종을 쳤으니 그런 것이고, 일어서서 예배를 드리라고는 분명히 내가 했는데 그렇게 예배를 드리면 오늘 저녁에 데려간다는 소리는 그가 꿈결에서 들은 것인지 아니면 하나님이 직접 그에게 말씀하신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아직도 조는 성도들에게 동일한 말씀이 들려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설교하고 있기도 하다.

설교는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교를 듣는 자의 태도도 중요한 것 같다. 은혜를 받는 사람은 자세가 다르기 때문이다. 듣는 사람을 위해서 설교자는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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