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수다(7) – 어린 양은 잠을 못 자는데 목자는…
김영하 목사(샬롬선교교회, 미주)
어린 양은 잠을 못 자는데 목자는…
개척을 하면 목사를 돕고 목사의 마음을 헤아리는 믿음직한 사람들보다는 도움을 주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돌봐주어야 할 사람들이 오게 마련이다.
교회에 온 지 얼마 안 된 어느 여 성도는 돈은 벌어주지 않으면서 폭력을 가하는 남편에게 공포심을 느끼고 있었다. 목사인 내가 남편을 만나 타이르면 어느 정도 안정되는 듯하다가 계속 폭력을 가하는 일이 반복되자 그 성도는 남편을 피해 집을 나오기도 했다. 그러면 남편은 잘못했다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결국은 마찬가지였다.
그러한 남편의 행동에 지칠 대로 지친 그 성도는 예배란 예배는 빠지지 않고 하나님께 간구했다. 하나님께서 간구를 들으셨는지 이번에는 남편이 지방에 공사가 있다며 집을 비웠다. 그 성도의 얼굴에 오랜만의 웃음기가 돌았다.
하지만 공사 도중에 남편에게 뭐가 잘못되었는지 잔뜩 카드빚만 지고 집안의 물건은 빨간딱지가 붙어서 만질 수도 없는 지경이 되었다. 어느 날 새벽 3시쯤에 그 성도에게서 전화가 왔다. 잠결에 전화를 받으니 대뜸 한다는 소리가 “어린 양은 잠을 못 자고 있는데 목자는 편히 주무시네요…”이었다. 물론 그 성도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속으로 약간 짜증이 났다. 하지만 내색하면 안 되었다. 지금 교회에 갈 테니 교회에 올 수 있냐는 것이 전화한 목적이었다. 하루 종일 피곤하게 이리저리 심방하며 다녔던 터라 피곤하기도 했었고, 또 2시간만 지나면 새벽기도 시간이라 그때 와서 기도한 후에 만나자고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내를 깨워 대뜸 교회로 달려갔다. 이미 교회에 와 있었던 그 자매는 목양실로 들어선 순간 아내를 붙잡고 한참을 울었다. 겨우 달래서 이야기하려고 하니 지갑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것이었다. 수면제였다.
자신이 그 시간에 전화한 것이 실례인 것을 알지만 그래도 전화한 이유는 이 세상에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자신의 편이 되어 줄 한 사람이 목사님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목사님이 나중에 만나자고 하면 이 수면제를 먹고 죽으려고 했고, 지금 달려오시면 어떤 어려움이 와도 견디라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셨으니 수면제를 버린다고 하면서 울었다. 그 자매의 등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잠이 든 아기가 업혀있었다.
누군가를 돌봐준다는 것은 그 사람이 지금 당장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주는 것이다. 상식과 체면, 법도와 도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울고 있는 자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다. 우리를 위해 자신을 버리신 주님의 사랑을 이미 받았고, 또 그 사랑을 전하라고 목회자로 불러주신 것이 아닌가?
또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작은 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마 10:42) 그가 우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셨으니 우리가 이로써 사랑을 알고 우리도 형제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것이 마땅하니라.(요일 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