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사모의 ‘교회 장애교육’(27) 하나님의 개입(intervention)
홍경아 사모(미주)
아리조나한인교회, 현 공립초등학교 특수교사
하나님의 개입(intervention)
미국의 교육현장에서 일하던 초기에 나를 알쏭달쏭하게 만든 단어가 있었다. 바로 ‘intervention’이란 말이다. 사전을 찾아보니 ‘개입(介入)’ 즉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에 끼어듦’이라고 뜻풀이가 되어 있었다. ‘간섭’이나 ‘오지랖’에 가까운 뉘앙스를 풍기는 뜻풀이다. 그런데 미국 친구들이 ‘intervention(개입)’이란 말을 사용하는 상황들을 보니 ‘간섭’이나 ‘오지랖’보다는 구체적인 도움, 치료, 행정절차에 더 가까운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구글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한국의 교육현장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개념임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의학이나 상담 또는 사회복지 쪽에서 사용하고 있는 개념이었다. 구글 선생님이 알려 준 바에 의하면 한국에서는 “정신과 의사와 정신 요법자가 환자와 면접하여 행하는 치료를 가리키는 포괄적인 말. 정신 의학적 치료에는 약물 처방, 치료 과정의 설정 등이 포함되며, 정신 요법적 치료에는 질문, 해석 등을 포함한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고 한다. 구글 선생님이 알려준 영어로 된 뜻풀이에도 비슷한 것이 있었다. 영어로는 “An intervention is a carefully planned process that may be done by family and friends, in consultation with a doctor or professional such as a licensed alcohol and drug counselor or directed by an intervention professional(interventionist).”이다. 어쩌면 교육학에서 intervention이라는 용어를 의학 분야에서 끌어왔는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교육학에서 사용하는 intervention의 뜻은 “a strategy used to teach a new skill, build fluency in a skill, or encourage a child to apply an existing skill to new situations or settings.” An intervention has specific, formal steps. It’s also tracked to measure your student’s progress.”이다. 해석하자면 “새로운 지식, 기술을 가르치거나 또는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나 기술을 실생활의 상황에 적용하는 것을 돕거나 격려하기 위해 사용되는 전략”이다.
내가 이 용어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특수교육 대상자’로 지정되기 직전에 거치는 단계가 바로 이 ‘intervention’이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씩 문제 학생의 담임 선생님들과 교장 선생님, 학교 심리 검사 선생님, 부진아 지도 선생님, 행동수정 전문가 선생님 그리고 특수교육 선생님인 나는 회의를 한다. 이 자리에서 선생님들을 힘들게 하거나 걱정하게 하는 학생들을 놓고 대책을 논의한다. 읽기와 수학에 계속해서 낙제 점수를 받는 학생들과 품행이 난폭한 학생들이 선생님들의 토의 주제이다. 학업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은 이미 ‘intervention’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intervention’을 받고 있다는 의미는 이미 부진아 학습반에 소속되어 있어서 하루에 30분에서 45분씩 부진아 지도 선생님과 함께 소그룹 읽기 지도를 받고 있다는 말이다. 이 학생들은 마치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이 수시로 몸무게 체크를 하는 것처럼 매주 한 번씩 학생들의 실력 향상 체크를 한다. 한 학기 또는 일 년 정도 부진아 지도반에서 수업받다가 만약 정상적인 실력 향상을 보이지 않는다면 바로 이 회의에서 특수교육 대상자 지정을 위한 각종 검사를 받게 할 것인지 아니면 좀 더 부진아 지도를 받아 보게 할 것인지를 의논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행동상에 문제가 있는 경우, 즉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고 수업을 방해하거나 선생님에게 반항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 싸움을 자주 하는 경우, 심한 장난을 치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학생들도 이 회의에서 논의 대상이다. 만약 이 학생의 행동이 담임 선생님의 지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면 바로 이 회의에서 ‘intervention’ 즉 개입을 시작할 것을 결정한다. ‘intervention’을 하기로 결정이 나면 행동수정 전문가 선생님이 행동수정 계획(Behavior Support Plan)이라는 거창한 문서를 작성하고 학부모에게 연락해서 교장 선생님, 담임 선생님, 특수교육 선생님, 그리고 본인이 참석하는 회의를 소집한다.
많은 학부모는 이 회의 소집 명령이 그냥 단순한 학부모 면담 정도로 알고 있는데 사실, 이 회의는 그보다 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주로 우리 식으로 생각하자면 ‘학사 경고’나 ‘정학’ 직전의 조치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이 단계에서도 학생의 행동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행동수정 전문가 선생님은 바로 다음 단계, 즉 특수교육 대상자 지정을 위한 검사를 강력하게 권고할 것이다. 슬프게도 행동상의 문제로 intervention을 해서 행동이 나아지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물론 없지는 않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았을 때, 행동 문제로 받게 되는 intervention은 ‘정서장애’, ‘ADHD’, 또는 ‘적대적 품행장애’의 진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렇다면 왜 곧바로 특수교육 대상자 지정을 위한 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6주 정도의 시간을 질질 끌면서 진 빠지고 번거롭게 ‘intervention’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학생의 행동에 대한 구체적 증거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더불어 부모님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하고 자녀에 대해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기간, 그리고 혹시나 학생의 행동이 개선되고 조절될지도 모른다는 가느다란 희망을 가져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교회와 학교 두 군데에 발을 담그고 있다 보니, 전혀 다른 두 기관을 비교할 때가 많이 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과 교장 선생님이 intervention을 하는데, 교회에서는 누가 한단 말인가? 나를 포함하여 성경의 오묘하고 깊은 진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생각에 빠진 우리에게 부진아 성경지도반이라는 intervention이 필요하다. 근사한 타이틀로 위장한 여러 종류의 성경공부 부진아반을 본다. 그래도 성경 intervention은 큰 교회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행동이 난폭하거나 문제 행동을 일삼은 사람들은 누가 intervention을 한단 말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나님이 직접 하시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들이 가지고 있던 특권을 거두어 가시기도 하고(privilege suspended), 고독하고 고립된 환경에 넣기도 하시고(isolation, in school suspension), 침묵(ignorance, giving personal space)하시며 기도 응답을 보류하기도 하신다. 이 시기를 소홀하게 여기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말고, 하나님의 intervention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우리들이 되길 기도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들은 모두 하나님의 특별한 지도 편달 즉 specialized instruction 단계로 넘어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