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웨스턴 칼럼-안지영] 잃어버린 아름다움을 다시 찾으려면 (1)
안지영 교수 – 미드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 실천신학 교수
잃어버린 아름다움을 다시 찾으려면 (1)
유튜브 내용 중에서 사람 사는 이야기를 올려놓는 채널이 꽤 된다. 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것들인데, 한 번 들어가 보니, 사람 사는 모양이 정말 가관이다. 특히 부부간의 문제에 관한 이야기는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부부 중 한쪽이 서로의 언약을 지키지 못하고 결혼 울타리 밖에서 다른 사람과 만나는 이야기들이 매우 많다. 그걸 읽다 보면, 믿을 사람 하나도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비정상적인 관계는 대부분 드러나게 마련이고 그로 인해서 본인은 물론이고 나머지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불행은 상상을 불허한다. 불륜을 저지른 쪽의 부모는 무릎을 꿇고 한번 용서해달라고 애원을 하지만, 그게 어디 쉽겠는가? 한번 깨진 신뢰 관계의 트라우마가 용서하고 덮는다고 어찌 그냥 사라지겠는가 말이다. 시도 때도 없이 불신의 먹구름이 몰려올 것이고, 그럴 때마다 양쪽 다 고통이다.
과거 한국에서는 ‘간통죄’로 형사처벌을 했지만, 지금은 ‘간통’을 개인적인 영역으로 옮겨 놓았기 때문에 민사 소송에만 해당한다고 한다. 과거에 형사처벌을 했다고 해서 간통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성적으로 더 개방된 시대에 살고 있는 현재, 불륜 때문에 겪는 신음소리는 더 깊어졌을 것 같다. 첫째 딸아이가 선교지에 있다가 미국 달라스로 부모를 따라와야 했다.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마치려 했던 계획이 틀어지면서 딸아이는 매우 힘들어했다. 달라스에 있는 고등학교에 가보니, 선교지에서 다니던 학교와는 너무나 딴판이었기 때문이었다. 달라스에서 다녔던 학교에 탁아소가 운영되었는데, 미혼모가 된 학생들이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시설이었다. 교실의 많은 아이가 부모가 이혼한 가정에서 온 아이들이었다. 선생도 자기의 현 배우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는데, 그 사람도 이혼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이라고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고, 그 얘기에 환호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던 딸아이는 학교에 못 다니겠다고 야단이었다. 그것도 벌써 17년 전 얘기다. 그때 그랬으니, 지금은 얼마나 더 엉망이겠는가!
그런데 유튜브 채널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부부간 서로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동을 선택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자못 궁금했다. 그것도 서로가 갈등을 가지고 있는 사이가 아니라, 그동안 원만하게 잘 지내왔던 사이인데, 그 모든 것을 깨어버리면서까지 빠져버리게 되는 원인 말이다. 어떤 사람은 결혼 후 몇 년 만에, 어떤 이는 결혼 기간이 오래된 40대와 50대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원인이다. 젊은 부부의 경우는 결혼 전에는 각자가 싱글로서 어디에 매이지 않고 자유로웠는데, 결혼 후에는 그 결혼이 자기를 속박하는 굴레로 여겨지면서 감정의 굴곡이 깊어진다. 부부 양쪽이 양태는 다를지라도 본질적인 문제점은 같다. 결혼한 지 15~20년 정도가 된 부부에게서, 특히 아내의 경우에는 아이들이 이제 어느 정도 자기 몫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경우에,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갱년기 증상과 맞물리면서 자기 정체성에 혼란이 찾아오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렇게 한 가정에서 부부가 흔들리게 되면, 가장 고통받는 식구는 바로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흔들려버린 부모 사이에서 자기들이 버림받을까 봐 무섭고, 부모 중 하나를 잃어버릴까 봐 마음을 졸인다. 특히나 부모 중 한 사람이 신실하지 못한 짓으로 가정이 파탄이 날 때, 아이들이 느끼는 충격은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나도 어렸을 때 아버지 어머니가 언성을 높여 싸움이 일어나게 되면, 그렇게 불안할 수가 없었다. 앞날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들판에 내던져진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해 왔던 기억이 있다. 부부싸움이 없는 가정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그리고 다 그렇게 사는 거지라고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런데도 아이들에게는 공포일 수밖에 없다. 부모님 양쪽 다 감정이 격해졌기 때문에, 그 앞에 서성거렸다가는 뼈도 못 추리겠다는 생각에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슬그머니 숨어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면서 굳게 결심했던 것은, “나는 커서 절대 저렇게 싸우지 않겠다”였다. 그런 면에서 나와 아내는 문제가 생겼을 때 큰 소리를 내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우리 둘 사이의 불편한 안색이 포착되면, 아이들은 금방 눈치를 채고 밝았던 표정에 그늘이 지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고 부부간의 갈등이 없는 것처럼 아이들 앞에서는 밝은 표정을 짓다가, 아이들이 없는 데서 싸우는 식으로 사는 것도 정석은 아닌 것 같다. 갈등이 없는 관계가 어디 있겠는가? 갈등이 있다는 것이 당연한 인생살이 아닌가? 오히려 “우리 엄마 아빠는 절대 싸우는 법이 없어”라는 말이 더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갈등이 생겼을 경우 그것을 풀어가는 법을 배울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가 갈등하는 것을 보고 긴장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둘 사이의 관계가 원만해진 것을 보면서, 아이들은 ‘갈등은 풀어가는 것’이라고 배우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들이 결혼해서 갈등이 생긴 것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갈등의 관계를 풀지 못하는 바람에 헤어지는 것과는 달리, 평범하고 정상적인 일상을 살다가 벌어지는 불륜의 문제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부부의 속사정을 어찌 다 파악할 수 있겠느냐마는 단순히 문제를 진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부 중 한쪽이 배우자에게 성적 불만족 때문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것이 아니라면 어떤 문제가 도사리고 있을까?
< 다음 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