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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牧會斷想]
새해를 맞이하는 고요한 시간

<span style=" font: bold 0.8em Nanum Gothic, serif ; color: green;">[목회단상 牧會斷想]</span> </br><span style=" font: bold 0.5em Nanum Gothic, serif ; color: fuchsia;">새해를 맞이하는 고요한 시간</span>

지준호 목사(헌츠빌 은퇴, 자유기고가)

새해를 맞이하는 고요한 시간

새해를 맞이하는 고요한 시간 하얀 눈이 밤새 내린 이른 아침을 걷던 추억이 생끗이 떠 오른다. 소복이 쌓인 눈길을 뽀도독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걷다 멈추고 돌아서 내가 만든 발자국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다시 앞에 펼쳐진 백지 같은 길을 본다. 이때 과거와 미래 사이에 서 있는 내가 보인다. 그리고 지난 내 삶의 모든 순간순간의 생각과 감정에서 나온 말과 행동들이 만든 삶의 여정이 눈 위에 난 발자국으로 오버랩된다.

이때 질문이 터진다. 현재의 나를 만든 말과 행동과 우선순위는 어떤 가치관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인가? 열심히 달려오게 한 인생의 목표는 무엇이었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기준은 무엇이었나? 난 대답 대신 큰 숨을 들이쉬었다 내쉰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에 따라 변하는 다양한 감정인 미움과 질투 그리고 편견에 좌우되고, 때로는 무지 가운데서 허둥거리고, 때로는 짧은 지식에, 때로는 허황된 욕심에 노예 된 계산에 따라 지금의 내가 된 것이 보이며… 더러는 하나님이 주시는 말씀을 따르기도 했지만 그런 척 연극을 한 때도 있었고…….

이웃 교회와의 경쟁심은 숨기고 문제를 부각하며 의인인 척 남을 비난한 적도, 교만한 상태로 사람을 깔보며 입 다물고 거룩한 척하기도 하였다. 전통에서 온 고정관념으로 상처를 받아 부정적인 시각으로 사람을 보기도, 불의를 보고도 비굴하게 침묵할 때도, 먹고사는 일과 성직 사이에서 갈등할 때도, 그래서 하늘을 바라보며 다시 태어나 성직자가 된다면 독신으로 살고 싶다는 넋두리도 하였다. 어쩌다 손해를 감수하고 바보처럼 외로운 길을 걷기도 했지만…….

이렇게 갈팡질팡하던 날 다시 연말과 새해를 주시며 밝은 빛 안에서 나를 돌아보고, 매인 것에서 풀리고, 자유 한 영혼이 되게 하시어 나의 본모습을 찾게 하시는 은혜에 사랑을 느낀다. 그리고 교회의 틀을 유지하느라 겨를이 없었던 신학과 신앙의 질문들을 정리하며 영혼의 새싹이 터 오르게 하시는 인도에 감사가 나온다. 그리고 먼저 해야 할 일들이 보인다. 들을 수 있는 귀를 열어 상대하는 사람의 환경과 상태와 감정이 무엇인지, 내가 알지 못하는 깊은 뜻은 무엇인지, 나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이 가운데 가슴으로 말씀하는 하나님의 음성은 무엇인지의 귀 기울여 들을 것을…… 그래도 들리지 않는 것이 있으면 더 기다리고, 속상한 마음이 들면 하나님께 맡기고 끄달리지 말 것을…….

이런 삶에서 태어나는 새로운 경험들을 글로 표현하며 하나님과 영적인 교제가 깊어지게 될 새해를 맞이하며 가슴이 부푼다. 그리고 자유한 영혼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기대와 세상을 향한 사명을 품고, 부끄러운 감정과 깨달은 진리를 나누며 공감하는 이들과 삶과 사랑을 나눌 꿈을 꾸며 새로운 생명의 싹이 움트는 듯하다.

단단한 껍질을 벗고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이 백지 같은 미래를 맞게 하시는 듯하다. 이를 위해 때를 주심을 느끼며 심을 때가 있고 거둘 때가 있고 일할 때가 있고 쉴 때가 있고 나를 돌아볼 때가 있고 꿈꾸고 실천할 때를 주시며 인도하시는 은혜를 고요한 가운데 누린다. 그리고 그동안 행복과 능력과 나의 가치를 빼앗아가던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희망을 품고 새해를 맞이하는 신앙인의 특권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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