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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牧會斷想] 신학교 시절의 한 추억        

[목회단상 牧會斷想] 신학교 시절의 한 추억        

지준호 목사(헌츠빌 은퇴, 자유기고가)

신학교 시절의 한 추억       

신학교 시절 한 추억이 떠올라 미소를 짓는다. 시험지를 받기 전 모두가 통성 기도를 했다. 이때 난 기도 대신 갈등을 했다. 아는 문제 나오게 해 달라고 하려니 얌체라는 생각이 들고, 시험 잘 보게 해 달라는 것은 도둑놈 심보이고, 실력대로 보겠다고 하려니 점수는 잘 받고 싶고, 정직하게 시험 보게 해주시라고 하려니 ‘그런 것까지 부탁해? 유치하게!’ 하는 소리가 내면으로부터 들려서.  

어설프게 기도를 이해하고 있던 때였다. ‘구하는 것을 다 들어주신다면 병들 사람도, 죽을 사람도 없을 텐데’ 하는 회의가 들어 결국 기도를 할 수가 없었다. 이 문제를 극복하려 산으로 기도원으로 가 금식하며, 뜨겁게 찬송을 부르며 울부짖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하고 열정적으로 오랜 시간 기도하는 이들을 부러워하며 갈등은 숨기고 가면을 쓴 채 신학교 시절을 보냈다.  

구하는 것이 기도라는 어린 신앙을 가지고 있던 난 기도는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이고, 대화이고, 영적인 호흡인 것을 알았다. 이후로 기도시간이면 빛으로 오신 예수님의 밝음으로 나아가 내면에서 일어나는 오만가지의 감정들; 욕심, 질투, 미움, 정욕, 이기심, 거짓된 마음들을 본다. 그리고 처한 환경을 객관적으로 보며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이해하고, 보다 깊은 지식과 말씀을 이에 적용하여 하나님의 지혜가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 하는지’ 가슴속으로 들려주시는 음성을 듣는다. 그리고 이를 따를 때 사랑으로 인도하시는 놀라운 은혜를 느끼고, 요란하고 혼돈된 세상에서 평정된 마음으로 가치 있고 행복하게 사는 뿌듯함을 맛본다.  

이러한 기도를 때로는 하던 모든 일을 멈추고 온전하게 하나님의 밝은 빛 안에서 집중하여 내 안에 계시는 주님과 독대하는 것처럼 바른 자세로 앉아서, 때로는 처한 상황에서 친구 같은 아버지 손을 잡고 이야기하는 듯 “항상 깨어 기도하라”는 말씀을 현실의 삶 가운데 누리면서 하나님 세계의 아름다움과 지혜와 능력으로 존재가치를 높이며 영이 성숙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그리고 욕심과 이기심에서 나온 구하기만 하는 기도로 신비한 하나님의 능력을 기대하고 뜨겁고 열정적으로 기도하다 신앙생활을 포기하고 싶었고, 기도하려 눈 감으면 오만가지 잡념들에 시달렸고, 세상에서 고립되거나 세상 사람들에게 한심스러운 눈총을 받던 신학교 시절의 나를 기억하며 어둠에서 밝은 빛으로 나온 새로운 신앙의 세계를 즐긴다. 

기도는 생명력 있는 기도와 없는 기도가 있다. 그러나 나의 신학교 시절처럼 이를 몰라 갈등하고 잡념에 시달리는 생명력 없는 일방적인 기도를 하는 이들이 너무도 많다. 그래서 가치관의 혼돈, 세대의 갈등, 정치적인 갈등, 빈부의 갈등 속에서 교회가 무능한 존재가 되어 되레 갈등을 부채질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교회의 권위를 추락시키고 신앙인의 수를 줄어들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인격적인 만남을 이루는 기도를 가르치고 훈련하는 교회가 되어야 하는 절실함을 느낀다. 하나님과 인격적인 대화를 하며 말하고 듣고 이해하고 그에 따라 사는 사람이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사회와의 관계에서도, 자연과의 관계에서도 모두 아름다운 삶의 열매를 맺게 될 텐데…. 아름다운 인격으로, 지혜와 영성이 성숙하게 하는 하나님과 인격적인 호흡을 하는 기도가 절실한 때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는 논리 있는 말과 행동으로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게 하는 신앙인을 배출하는 교회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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