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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원 목사의 청년을 품은 교회이야기]

떠나보내는 아쉬움

[송경원 목사의 청년을 품은 교회이야기] </br></br> 떠나보내는 아쉬움

 

2018 영어부 졸업생들과 함께

 

며칠 전에 곧 졸업을 앞둔 영어부 청년 중의 한 명이 내가 이곳 빙햄턴에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있으면서 목회를 할 것인지 물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순간 당황했다. 이런 질문은 그동안 교인들한테서 거의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간혹 주변 목사님들이 궁금해하시며 물으셨던 적은 있어도 교인들의 입장에서는 담임 목사에게 물어보기 어려운 질문이다. 역시 영어권 청년들은 솔직하고 직선적이다! 답이 궁색해진 나는 최선의 방어는 최선의 공격이라는 원리에 따라 일단 질문으로 응수했다. “그런데 너는 그게 왜 궁금하니?” 그러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나중에 뉴욕시에서 목회하게 되면 본인을 꼭 불러 달라는 것이다. 내가 목회하는 교회에서 다시 섬기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서 비록 예의상 하는 말일지라도 고마웠다. 사실 영어부 청년들은 예의상 멘트를 던지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예의가 없어서?) 더 감동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속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떠나기가 아쉬우면 네가 이 근처에서 직장을 잡지 그러니?’ 물론 현실적으로 뉴욕시티에 비하면 이곳에서 일할 기회가 많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차마 말은 못 했지만, 이제 좀 정들고 쓸만해 진(?) 졸업생을 떠나보내는 것은 해마다 경험해도 매번 아쉽다.

우리 교회는 BBS(Bring them in, Build them up, Send them out) 세 가지 공정을 무한 반복한다. 그런데 매년 보내다 보니까 이제는 Send them out을 좀 바꾸고 싶다. 가령 Settle them down이라고 하면 어떨까?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 지역의 경제가 더 발전해야 하는데…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매년 찾아오는 졸업식은 우리에게 있어서 파송식과도 같다. 그리고 청년 농사에 대한 중간 평가를 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졸업을 통한 수확의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종자 씨도 남김없이 다른 밭으로 모두 떠나보낸다. 그래서 졸업의 때가 되면 봄기운과 더불어 마음이 늘 싱숭생숭하다. 이런 마음을 하나님께서도 아시고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오래전에 졸업한 자매의 메시지를 통해 위로하신다. 대학부 시절에 회장으로 섬겼던 이 자매는 현재 C 국에 있는 국제 학교에서 선교적 사명을 붙들고 상담 교사로 섬기고 있다. 학교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선생님들이 대부분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기독교 학교는 아니지만, 복음의 기반 위에서 아이들을 지도한다고 한다.

“목사님 잘 지내셨나요? 한동안 페북을 못 하다가 최근에 VPN을 구매해서 이렇게 연락도 드릴 수 있어 너무 좋네요! 돌아 돌아 들으셨을 수도 있겠지만 전 그사이에 아이도 낳고 1년간 육아휴직을 받아 육아 사역이라는 새로운 사역을 감당하는 중이에요. 이제 벌써 3달 뒤면 복직이네요. 아이 이름은 나단이에요. 나단 선지자와 같은 사람이 되란 의미로… 목사님도 셋째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요!

숨 가쁜 일상을 살아가지만, 빙햄턴에서의 시간을 떠올릴 때면 늘 하나님께 감사하게 됩니다. 좋은 목사님 밑에서 좋은 믿음의 동역자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며 훈련받을 수 있었던 너무나 축복된 시간이었습니다. 세상의 관점에서는 즐길 것 하나 없는 심심한 동네이지만 하나님의 관점에서는 하나님만 바라보는 환경에서 신앙의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축복된 땅이 바로 빙햄턴인 것 같아요. 그런 곳에서 묵묵히 사역을 감당하시는 목사님이 있어 정말 너무나 감사해요. 그런 목사님과 사모님의 헌신이 있기에 아직도 그곳에서는 아름다운 열매들이 맺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찾아뵐 순 없지만, 늘 마음으로 그리워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라 때론 알면서도 힘드실 때가 있겠지만 저와 같은 열매들을 기억하며 힘내세요! 목사님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함께 보내온 귀여운 아들의 사진을 보면서 세월을 아끼라는 주님의 말씀(엡 5:16)이 떠올랐다. 비록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 힘들지만, 하나님께서 맺으시는 열매들이 있음을 기억하자! 마지막 날 추수의 때를 기대하며 오늘 떠나보내는 아쉬움도 주님의 발 앞에 내려놓는다.

 

“심는 이와 물 주는 이는 한 가지이나 각각 자기가 일한 대로 자기의 상을 받으리라.”(고전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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