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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수다(21) – 어떻게 오셨어요?

목회수다(21) – 어떻게 오셨어요?

김영하 목사(샬롬선교교회, 미주)

어떻게 오셨어요?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는 겉모양이 남루하거나 힘이 없어 보이면 약간 무시하고 권력이나 돈이 있어 보이면 대접받는 분위기가 팽배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 한 때 아니꼬우면 출세하라는 말이 유행한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하루는 구청에서 민원을 보느라 줄을 서 있는데 바로 내 앞에서 창구의 직원이 할아버지 한 분에게 큰소리로 역정을 내자 그 할아버지는 쩔쩔매고 있었다. 보다 못한 내가 민원인에게 그렇게 막 대하면 어떻게 하냐고 직원에게 한마디 했다. 그러자 그 직원은 어떻게 오셨냐고 물었다. 남이야 자가용을 타고 오든, 걸어서 오든, 버스를 타고 오든 그것이 당신에게 무슨 상관이냐고 되레 큰소리를 쳤다. 그러자 조용히 창구에서 나오더니 소파에 앉으라고 하면서 커피를 타 주고, 신문을 보고 있던 민원실장 정도 되어 보이는 사람이 와서 연신 굽신거리며 본청에서 나오셨냐고 물었다. 이왕 일이 이렇게 된 것, 민원인에게 똑바로 대하면 내가 본청에서 나왔던 어디서 왔던 그것이 무슨 상관이냐고, 또 한 번 소리를 쳤다. 앞으로 직원 교육을 제대로 시키겠다는 다짐을 받고 아까 그 직원에게 서류를 한 장 떼어 달라고 했더니 의아해하면서도 아주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형님이 타고 다니던 아주 비싼 차를 물려받아 목회 활동에 유용하게 사용하던 중 어느 주말에 한강변에 위치한 모 호텔에 갈 일이 있었다. 현관에 있던 직원은 사람은 보지 않고 차만 보는지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 키를 건네받아 현관 가까운 곳에 주차해 주었다. 한 교인이 처가에 인사를 드리러 가야 한다고 하기에 빌려주고 난 후 교인의 화물차를 몰고 일주일 후 다시 그 호텔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다. 이번에는 주차 관리인이 차를 대지 못하게 하면서 자꾸 언덕 위로 올려보내서 나는 비탈길을 한참 걸어 내려와야 했다. 역시 이름값을 하는 호텔이었다. Walker Hill. 

검찰청에 사람을 만날 있어 들어가려는데 현관 입구까지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나는 다른 엘리베이터가 없나 살펴보니 반대편에 하나 더 있었다. 왜 저 엘리베이터는 안 타지? 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며 그곳으로 가서 서 있으니 곧 탈 수 있었다. 중간 중간에 문이 열리며 직원들이 타면서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나는 속으로 대한민국 검찰청이 참 친절해졌다고 생각했다. 사무실에서 만난 고위급 직원에게 겪은 일을 말하며 친절함에 대해 칭찬했더니 목사님이 아마 00 이상만 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신 것 같다며 그 직원들이 바빠서 그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인사를 드린 것 같다고 하며 껄껄 웃었다. 그러자 나는 그럼 왜 현관에서 나를 제지하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아마 말끔한 양복에 가방까지 들고 당당하게 서 계시니 경비가 제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서 나도 따라 웃었다.

교회에서는 이른바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무언가 그 사람에 대해 알아보고 대우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하는 질문은 없는지, 또한 교회에 얼마나 유익한지 따져서 대우하는 일은 없는지 곰곰이 살펴보면 좋겠다. 예수님이 낮은 자로 오셨음을 늘 기억하자.

외모로 판단하지 말고, 공의롭게 판단하라 하시니라 (요 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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