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牧會斷想] 찬송이 절로 흥얼거려질 때
지준호 목사(헌츠빌교회)
뜬금없이 떠올라 흥얼거리는 시구(詩句)가 있다.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시를 읊으며 미소를 짓는다. 한마디의 언어로 아름답고 신비한 하나님의 다양한 세계를 그려 냄에 감격하여… 흘러가는 구름 사이에 달이 멈추어 있을 뿐인데… 구름에 달 가는 듯 착시현상을 일으키며 아름다움을 더하게 하는 자연, 이를 흘러가는 인생에 비유하며 나이 듦으로 지혜와 인격과 아름다운 추억으로 영글어 가게 함을 동시에 표현하는 언어의 예술성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시 모두를 읊는다.
강(江)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리(三百里)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시를 읊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정겨운 고향 산천의 그리움에 잠긴 나는 새로운 웃음을 또 웃는다. 하나님이 우리들에게 사랑과 지혜와 뜻을 전달하기 위해 예술성 있는 언어를 사용하시는 멋이 이해됨으로… 바로 왕의 마음을 강퍅하게 하신 이야기, 유다의 마음에 사단이 들어가게 한 이야기, 여리고 성을 무너지게 한 이야기 등등…
어릴 적 난 성경을 많이 오해를 했다. 믿기 힘든 이야기라고… 논리적으로 과학적으로 맞지 않는 글들이라고… 누구는 마음을 강퍅케 하고, 누구는 사단을 그 마음속에 집어넣고, 성을 1주일 돌고 마지막 날 7번을 돌고 소리를 지르니 성이 무너져? 하나님이 악인을 만들고, 기적으로 여리고 성을 무너뜨리며 이스라엘을 승리하게 하신다. 죄인 된 책임은 누구일까? 공평하신 하나님이어야 할 텐데… 본래 구원받은 사람과 저주받은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공평하신 하나님이실까? 정의로운 하나님이실까?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아름답고 신비한 자연을 즐기며, 추억 가득한 고향으로, 인생이 무엇임을 깨닫게 하는 시구(詩句)가 오해했던 성경을 꿀송이처럼 달게 한다. 신묘막측 하고 예술 작품 같은 하나님의 아름다운 세계를 예술성 있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어찌 다 묘사할 수 있을까! 한마디의 말속에 수많은 진리를 내포하지 않으면 어찌 하나님의 깊고 오묘하신 사랑과 뜻을 전달할 수 있을까!
숨은 보화를 문자와 사건들 속에 숨겨 놓고 찾게 하시는 하나님, 그래서 진리에 점점 눈뜨며 성숙하게 하시는 하나님, 이러며 기쁨이 커지게 하시는 하나님, 겸손하게 사모하는 마음으로 값진 진주를 말씀 속에서 찾게 하시는 하나님, 이렇게 말씀이 꿀송이처럼 달아지게 하여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로 인도하시는 하나님!
욕심과 고집이 강제로 꺾일 때 마음이 강퍅하여진 바로 왕, 진리이신 주님이 권고하실 때 욕심과 고집을 꺾어야 하는데… 반대로 욕심과 고집을 꺽지 못하여 마음이 강퍅하여지는 진리를 바로 왕의 마음을 강퍅케 하셨다고 묘사하시는 해학, 주님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을 때 정직한 물음을 묻지 못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서운해지고 오해하여 사단의 종이 되는 가룟 유다, 이를 유다의 마음에 사단을 넣으셨다고 하시는 여유, 질서도 모르고 주체 의식도 없이 노예근성과 이기심만 가득한 백성이 광야에서 훈련받아 일사분란하게 행진하고 하나가 될 때 견고한 성을 무너뜨리게 되는 진리를 숨겨 놓으시고 찾게 하시는 하나님, 이해되지 않는 말씀을 깊게 묵상하며 값진 진주를 발견하고 이해된 말씀이 삶에 보다 쉽게 적용되게 하시는 지혜에 감탄 섞인 웃음이 웃어진다.
하나님의 오묘한 세계와 사랑과 진리를 우리들에게 전하시는 기이하심을 앎이 성경을 더욱 달콤하게 하는데… 난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과학에 맞지 않는다고 무시해 버린 때가 있었다. 언어의 예술성을 몰라서, 숨겨놓은 보화를 찾아보려 하지를 않고… 그러던 난 말씀 속에서 꿀맛을 보고 영혼 가장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찬송을 흥얼거린다.
“내 주는 자비 하셔서 늘 함께 계시고… 주님을 찬송하면서 할렐루야 할렐루야 내 앞길 멀고 험해도 나 주님만 따라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