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관 목사의 목회의 길에서] 멘붕 대신 약이 되는 시간이 되도록
이수관 목사 – 휴스턴서울교회(미주)
멘붕 대신 약이 되는 시간이 되도록
오래전,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예수님을 믿기 전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때의 경험입니다. 하루는 평일이었는데 회사에서 무슨 일 때문에 낮 12:00시까지 전원이 퇴근하라는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아마 당시에 시끄럽던 노조와의 문제 때문이었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갑작스러운 지시로 인하여 12시에 퇴근을 해서 거리로 나왔지만 모두들 멘붕이었습니다. 늘 밤 8시는 되어야 퇴근을 하고, 별일이 없으면 동료들과 곧바로 생맥주집에 들러서 1시간가량 시간을 보낸 후 퇴근하던 것이 당시 직장인들의 생활이었던지라 갑작스러운 지시로 대낮에 거리로 나오니 신나 하면서도 딱히 갈 곳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은 자기에게 익숙한 생활을 벗어나면 어쩔 줄 몰라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은 지난 두 주간 멈추었습니다. 비즈니스도 멈추고, 학교도 멈추고, 여행도, 외출도, 외식도 모두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가족이 한 공간에 머물렀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바쁘게 정신없이 달리기만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각자의 길로 달려나가고,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는 저녁이면 모이는 삶. 그러면서 가족이 무엇인지, 서로를 위한 배려가 무엇인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느끼지도 못한 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소중한 것들을 파괴하며 살아왔을까요?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인공위성에 찍힌 중국의 대기를 보여주는 영상이 있더군요. 이산화질소 때문에 온통 새빨갛던 대기가 두 달 만에 녹색으로 변해 있더군요. 그 독한 공기를 매일 마시면서 목표도 잊고,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파괴하며, 그저 달리기만 하는 인간을 하늘에서 보시며 잠깐 멈추라고 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시간이 작게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크게는 단체와 국가들이 멈추어야 할 것을 멈추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멈추어 있는 이때, 절대로 멈추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세상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경륜입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아침이면 상쾌한 공기를 주시고, 아침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계절이 오고 가게 하십니다. 신실하신 하나님이시지요. 지난주 저녁을 먹고 나면 딸아이와 자전거로 동네를 돌았는데, 만약 어떤 영화에서처럼 바이러스가 공기를 타고 도는 상황이었다면 어쩔 뻔했을까 싶으면서 상쾌한 공기가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이 시간이 하나님처럼 신실함을 연습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기에게 익숙한 생활에서 벗어나더라도 멘붕에 빠지지 않고 신실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일단 말씀과 기도입니다. 하루에 정해진 시간 가만히 앉아서 성경을 읽고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는 시간을 꼭 연습하면 좋겠습니다. 식사 시간 외에도 또 본인의 기도시간을 잘 지켜서 주님과의 대화를 늘리는 시간을 되시길 바랍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을 연습하는 시간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가족 예배를 안 드리던 분들이 그 습관을 들이면 좋을 것입니다. 부부가 주제와 시간을 정해놓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거나, 자녀와 책 한 권을 같이 읽으면서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평소에 하고 싶던 것들, 집안의 정리 정돈에서 시작해서, 운동, 독서, 글쓰기 등등 성실하게 시간을 보내는 연습을 한다면 이 기간은 분명히 우리에게 약이 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