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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 목사의 문학의 숲에서 만나는 진리의 오솔길]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강태광 목사의 문학의 숲에서 만나는 진리의 오솔길] </br></br>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화제의 소설 ‘장미의 이름’

1980년 이탈리아 움베르토 에코가 발표한 장편 소설이다.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풍미가 가미된 독특한 작품이다. 사실과 픽션이 결합된 소위 팩션이다. 소설 ‘장미의 이름’은 역사소설, 추리소설, 종교소설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소설 ‘장미의 이름’은 복잡한 내용과 섬세한 역사의 터치로 문학계의 큰 주목을 끌었던 화제작이다. 1986년 5월에 이윤기 씨가 영문판을 번역한 한국어 초판이 발행되었고, 1992년 6월 25일 개역판이, 2000년 7월 10일 3판이, 2006년 4월 15일 4판이 발행되었다. 대단한 작품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 세계

움베르토 에코는 기호학자이자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로 볼로냐대학교의 교수를 지냈다. 1932년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변호사가 되길 원했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토리노 대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중세 철학과 문학으로 전공을 선회, 1954년 토마스 아퀴나스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학위논문을 발간함으로써 문학비평 및 기호학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기호학과 미학의 세계에 열중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출판사에 근무하는 친구가 비소설가의 작품을 출판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소설을 집필한다. 그는 2년 반의 집필 끝에 1980년 첫 번째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을 발표했다. 이어 1988년 두 번째 장편소설 『푸코의 진자』를 발표해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았으며, 1994년 세 번째 장편소설 『전날의 섬』을 발표해 작가로서의 재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에코는 ‘문학은 죽는 방법까지 가르쳐 준다’고 말할 정도로 문학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아울러 그는 문학에 대한 대단한 지식과 안목을 가진 사람으로 알려진다. 그는 종종 문학가들 앞에서 문학을 강의하는 대담성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그는 『움베르토 에코의 문학 강의』라는 책에서 문학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그리고 문학이 개인적 삶과 사회적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문학의 몇 가지 기능에 대해’에서 시작하여 마르크스, 단테, 네르발, 와일드, 조이스, 보르헤스 등의 작품에 대한 비평과 문체, 상징, 형식, 아이러니 등 문학 이론의 핵심적인 개념들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 등을 담고 있다.

 

소설 장미의 이름 줄거리

1327년 11월의 이탈리아 어느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살인 사건을 다룬다. 이 외딴 산속의 수도원은 베네딕트 소속의 수도원이었다. 전직 이단 심판관이었던 영국 수도사 윌리엄은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 수도원에서 머물며 사건을 수사한다. 사건을 수사하는 도중, 윌리엄은 이 연쇄살인과 수도원의 도서관이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도서관에 얽힌 비밀을 밝히기로 결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도원 도서관은 그곳 수도사들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특히 도서관 비밀구역은 저주가 걸려있어 들어가는 사람마다 죽게 된다는 흉흉한 소문이 있었다. 그러나 윌리엄은 특유의 이성적 판단과 백과사전적 지식을 바탕으로 사실 도서관의 저주는 조작된 것임을 밝힌다. 그리고 도서관의 비밀이 기록된 문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독하면서 비밀구역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알아낸다.

그러나 갖은 함정이 설치되어 있어서 도서관 깊숙한 곳에 있는 비밀구역까지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윌리엄이 비밀을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에도 또 다른 살인이 발생한다.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 박차를 가한 윌리엄은 장서관 비밀구역에 어떤 책이 있으며 누군가가 그 책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도원 도서관 비밀구역에 들어온 사람들을 죽였다는 것을 추리해낸다.

영민한 월리엄은 호르헤라는 늙은 맹인 수도사가 저지른 살인사건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그의 살인 방법은 기쁨의 유익을 소개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 모든 페이지마다 독을 묻혀 놓아 책장을 넘기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독에 중독돼서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 책은 양피지로 딱딱하고 두꺼워서 읽을 때 엄지와 검지에 침을 묻혀서 책장을 넘겨야 했다.

호르헤는 평소 진리는 웃음과 같은 경박한 것으로 더럽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왔다. 사회의 분위기가 점차 경건함과 거리가 먼 방향으로 흘러가자 위기를 느끼고 웃음의 유익을 소개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의 교훈을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고자 한 것이었다. 책을 감춰야 한다는 그의 욕심은 광기로 변질되어 수도사 4명을 살해하였던 것이다.

이 모든 비밀을 윌리엄에게 들킨 호르헤는 자신이 직접 필사본 서책을 삼킴으로써 문서를 이 세상에서 없애려 한다. 윌리엄 수도사가 이를 필사적으로 막으려 했으나, 호르헤는 장서관에 불을 질러 윌리엄 수도사의 노력을 원천 봉쇄하고. 오랫동안 지식을 감춰왔던 보고인 도서관과 수도원은 불에 타서 없어진다.

 

작품 해설과 메시지 정리

소설의 배경인 14세기 수도원은 닫힌 세계였다. 중세 암흑기의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경건을 추구했던 수도원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서로 다른 이념으로 경직되고 반목하는 인간 세상의 상징이다. 사랑이 충만한 공간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프란체스코파와 베네딕트파의 충돌과 반목이 난무하는 곳이었다. 무자비한 폭력과 살인이 난무했었고, 결국 수도원들은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현대 교회의 패러독스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소설 <장미의 이름>은 절대적 진리에 대한 맹신과 자신만 옳다는 독선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보여주는 뛰어난 작품이다. 자신을 ‘절대적 진리’라고 믿는 사람은 독선에 빠져서 도덕적 우월감을 갖게 되고 남에게 폭력을 행사하기 쉽다. 자신이 금서라고 믿는 것을 지키기 위해 눈먼 도서관장 호르헤 노인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살인을 자행한다. 또 교황청에서 파견한 조사관 베르나르 귀 역시, 자신과 교리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이단으로 몰아 고문하고 화형에 처한다. 당시 가톨릭 교회에 팽배했던 도그마의 독선이다.

아울러 소설 ‘장미의 이름’은 중세 로마교회가 가졌던 웃음에 대한 편견을 고발한다. 작품 속에 많은 논쟁이 등장하지만 가장 치열한 논쟁 “웃음 논쟁”이다. “희극을 논하고 웃음을 찬양한 서책은 얼마든지 있소. 왜 하필이면 이 서책이 유포되는 것을 그렇게 두려워하게 된 건가요?”라는 윌리엄의 물음에 호르헤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것은 바로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철학자가 이 서책의 저자였기 때문이오. 아리스토텔레스의 서책은 하나같이 기독교가 수세기에 걸쳐 축적했던 지식의 일부를 먹어 들어갔소.” 호르헤 신부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곡을 불에 태우고 자신도 그 서고의 책들과 함께 불에 타 죽는다.

노 수도사 호르헤는 웃음의 유익을 강조한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2권을 아무도 읽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온갖 범죄를 자행한다. 그는 웃음은 경건에 대한 독이라는 편견 속에 살았다. 엄숙함이 경건한 삶의 틀이 되어버린 중세의 고정관념을 오늘 교회도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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