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牧會斷想] 싱크대 앞에서
지준호 목사(헌츠빌교회)
설거지하는 며느리에게 “내가 해줄까?” 했다. 18개월과 6개월 된 두 딸을 양육하기가 힘겨워하는 며느리가 안쓰러워. 이때 며느리는 자연스럽고 경쾌하게 “네” 대답을 하곤 싱크대 앞을 떠난다. 고마워하는 마음도, 미안해하는 마음도 없는 듯…. 난 며느리가 섰던 싱크대 앞에 서서 그릇들에 비누칠을 하며 신세대 시아버지가 된 듯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설거지를 시작했다.
이렇게 열심히 그릇을 닦고 있는 내 마음속에 “괜찮아요 아버님, 제가 할게요; 이래야 되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생겨난다. 그냥 웃음으로 드는 생각을 무시하였는데 점점 세대 차일까, 문화 차일까, 집안 교육이 잘못된 거 아냐? 하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그리고 ‘아무리 세대 차이와 문화 차이가 있어도 그렇지’하는 불쾌한 생각이 나를 사로잡기 시작한다. 이러다 순간 ‘그럴 것이면 왜 설거지를 해 준다고 했어? 체면치레로 설거지해 준다고 했어? 신세대의 멋진 시아버지처럼 보이려고?’하는 생각이 또 생겨난다.
이러면서 난 엷은 미소를 짓는다. 빛이 내 영혼에 비침을 느끼며…. 시아버지는 대우를 받아야 하고 며느리는 섬겨야 하는 문화에 메여 있는 내가 보여서. 며느리도 시아버지도 똑같은 인간으로, 남남으로 태어나서 다른 문화에 길들여진 시대에 살다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이 되었는데…. 누구의 일이 따로 정해진 것이 아니고, 서로 필요한 곳에서 할 일을 하며 사랑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 전통이 문화가 사랑하는 사이를 이간시킴을 보게 된다. 그리고 체면치레를 하려고 내숭 떨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고,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믿고 행동에 옮기는 순수하고 맑은 며느리의 마음이 보인다. 그러나 난 체면 문화에 갇혀 겉과 속이 다른 말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있음에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이때부터 난 손녀들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목욕도 시켜 주고, 우유도 먹여 주고, 한 상에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다 필요한 것을 발견하면 얼른 일어나 반찬과 물과 냅킨을 가져다준다. 이러면서 행복을 빼앗는 오만 가지의 메임에서 풀려나 웃음이 많아지는 가정이 되어 삶이 쉬워지는 기쁨을 누린다. 손녀 며느리 아들, 딸 손자 아내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까지도 의사소통이 점점 잘 되어 친밀해지며….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중요하고 적절한 일들을 잘하게 되는 즐거움을 맛보며….
이 경험이 어둠의 역사에 빛이 비치어 생명력과 풍성함을 생성하게 되는 역사를 읽게 한다. 우주의 중심은 지구라고 알던 사람들, 모든 물질의 기초는 물인 줄, 흙인 줄 알던 사람들, 빛 안에서 틀린 지식에서 벗어나 고전역학을 발견하고, 다시 물질의 기본 단위는 눈으로 보지 못하는 원자임을 알고, 원자 안에 전자들이 고전 역학의 물리 법칙이 아닌 추적 할 수 없는 물체의 움직임으로 존재하는 새로운 법칙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 지식을 고전역학과 다른 양자역학으로 구분하여 풀어내면서 인류의 삶을 더욱더 편리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권위에, 형식에, 이기심과 욕심에 잘못된 지식에 메인 어둠의 삶에서 빛으로 나아가 자유하게 되어 하나님과의 만남을 즐기는 신앙인들의 변화를 ….
주님의 밝은 빛은 우리에게 진리를 보게 하고, 잘못된 지식과 헛된 것에 메인 나를 보며 자유케 하셔서 주어진 상황을 바르게 보아, 해야 할 일을 지혜롭게 하면서 능력 있는 삶, 가치 있는 삶, 행복한 삶을 살게 한다. 그리고 땀 흘리며 일하는 수고로움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하여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게 한다. 죄에서 발생한 전통과 문화와 남의 눈과 육에서 나온 마음에 메여서 어리석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빛, 진리의 빛으로 인도하는 일임이 목회자가 해야 할 중요한 일임이 싱크대 앞에서 새롭게 된다. 밝은 빛으로 나가 먼저 나의 메임을 풀고 진리와 사랑을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