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관 목사의 목회의 길에서] “무례함의 문화”
“무례함의 문화”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유명한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이 주장하는 것은,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사람이 되고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를 강의, 설교, 법, 사회규범, 서적 등을 통해서 끊임없이 배우고 있지만 이미 그 기본은 유치원 때 이미 배웠고, 지금은 그 기본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뿐이라는 겁니다. 맞는 말이지요. 거짓말하면 안 된다, 남의 것을 뺏으면 안 된다, 예절이 중요하다 등등 우리는 그 기본을 유치원에서 배웠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이제는 더 이상 사실이 아닐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더 이상 그런 문제를 가르치지 않는답니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초등 교육의 최우선 과제는 아이들이 사회에 적응해서 좋은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었기 때문에 초등 교육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합니다. 제 어린 시절을 생각해 봐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윤리, 도덕은 물론이고 ‘실과’라는 과목이 있어서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바느질하는 법, 과일을 깎는 법까지 배웠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학교는 변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특별히 미국에서는 개인주의와 다원주의가 진행되면서 그런 문제는 본인의 선택이지 학교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고, 학교는 그런 문제보다는 문장력과 산술력 등 학업 능력을 키우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서 내 자녀를 괴롭히는 아이의 문제로 학교를 찾아갈 때, 선생님들이 적극 관여하지 않고 한 발 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얘기를 가끔 접하고 왜 그럴까 했는데 바로 이런 정책의 변화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나니 오늘날의 청소년의 문제가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예절이 무엇이고,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를 포함해서 내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부모가 교육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는데, 우리 부모들은 그걸 모르고 학교가 시켜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핵가족 시대가 되면서 부모들은 아이를 귀하게 생각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가르쳐야 하는 부모의 권위는 예전보다 훨씬 더 포기한 채 살아왔던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날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은 유치원때 꼭 받았어야 하는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란 셈입니다. 결국 학교도 안 가르치고,부모도 안 가르치는 사이, 우리 아이들을 가르친 것은 방송과 매체 그리고 그것에 영향을 받은 ‘쿨’한 친구들인 것입니다. 즉 그들만의 문화가 그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가장 두드러진 청소년의 문화가 무엇일까요? ‘무너지는 부모들’이라는 책에 따르면 그것은 바로 ‘무례함’이라고 얘기합니다. 내 편이 아닌 사람을 비하하고, 잘 모르는 상대방에게 가능한 한 퉁명스럽게 대하고, 부모를 포함한 기성세대를 향해 코웃음 치는 무례함이 이들의 문화라는 것입니다. 요즈음 유행하는 노래, 디즈니의 인기 드라마 등 모든 것이 이 무례함을 가르치고 있고, 학교에서 ‘쿨’하다고 통하는 아이들이 다 그렇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나서야 저는 요즈음 아이들이 왜 그렇게 부모에게 퉁명스러운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학교를 보내면 잘 키워주던, 선생님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던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결국 우리는 부모의 역할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