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관 목사의 목회의 길에서] “내 위기가 왔습니다”
“내 위기가 왔습니다”
하박국서를 설교하고 있는데, 이 책이 끝내면 그 다음은 무슨 책을 설교할까 생각하던 중, 아내에게 특별히 구약에서 설교를 들어보고 싶은 책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역사서 중에서 사무엘상하를 하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이유를 물었더니 “그냥 흥미진진하니까!” 했습니다. 며칠 후에 제가 “나 하박국서 끝나면 레위기를 하려고…” 했더니 아내가 “왜? 내 위기가 왔어?” 하더군요. 그 만큼 레위기는 다들 부담스러워하고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난번에 창세기와 출애굽기를 끝낸 적이 있어서 순서상 레위기를 하는 것 좋을 것 같았습니다. 사실 레위기는 모세오경에서 가장 핵심적인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창세기부터 신명기까지를 모세가 썼다고 해서 모세오경이라고 부르는데, 그 다섯 권의 책을 유대인들은 전통적으로 율법서라고 불렀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창세기는 역사서 같은데 왜 율법서라고 하는가? 그 이유는 이 다섯 권의 책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율법을 주신 배경, 이유, 중요성, 그리고 그 내용을 담고 있는 시리즈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모세오경의 핵심은 율법의 내용을 담고 있는 레위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섯 권의 책 가운데 딱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 이유로 유대인 가정이나 회당에서는 유대인 어린이들이 성경을 배우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시작하는 책이 바로 이 레위기라고 합니다. 이상하지요. 우리가 느끼기에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늦게 가르쳐야 할 책이 레위기 같은데 말이지요. 하지만 그들은 레위기가 구약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이 레위기를 중시하는 이유는, 거룩한 하나님께 부름 받은 백성이 어떻게 거룩하게 살 수 있는지 그 삶의 방식을 가르치는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즉, 레위기는 전반부에서는 제사(예배)에 대해서 가르침으로 인간이 어떻게 죄를 용서받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가르치고, 후반부에는 거룩한 백성으로서 어떻게 성결한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해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구약의 핵심 교리가 레위기에서 발견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레위기가 중요한 것은 우리 신약의 백성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약의 주제는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십자가이지요. 이때 신약의 복음인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 죄의 속박과 빚으로부터의 자유 등은 레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십자가를 집중적으로 설명하는 히브리서는 많은 부분을 레위기에 의존해서 설명합니다. 따라서 학자들은 레위기가 신약을 이해하기 위한 시청각 교재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복잡하고 잘못하면 지루해질 수 있는 레위기를 어떻게 쉽고 재미있게 설교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고민입니다. 결국 저의 위기가 온 것이 맞네요. 저는 나름대로 하나님의 지혜를 구해 보도록 하겠지만, 우리 모두가 성경을 읽을 때 피하고 싶은 레위기가 아니고, 기다려지고 또 읽고 싶은 레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