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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 목사의 문학의 숲에서 만나는 진리의 오솔길]

아나톨 프랑스의 “신들은 목마르다”

[강태광 목사의 문학의 숲에서 만나는 진리의 오솔길] </br></br> 아나톨 프랑스의 “신들은 목마르다”

 

작가 아나톨 프랑스

얼마 전에 필자가 기고한 ‘성모 마리아의 곡예사’와 ‘무희 타이스’라는 소설의 저자가 아나톨 프랑스다. 아나톨 프랑스는 1844년에 태어나 1924년에 사망한 프랑스의 소설가 겸 평론가다. 그는 지적 회의주의를 바탕으로 인간의 불완전함과 광신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작품을 주로 썼다. 1896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에 선출되었고 1921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 『실베스트르 보나르의 죄』(1881), 『타이스』(1890), 『붉은 백합』(1894), 『신들은 목마르다』(1912) 등이 있다. 그는 서적상의 아들로 태어나 일생을 책과 함께 살았다. 다독이 작가의 바탕이 되었다. 그는 탐미주의자로, 혹은 회의주의자로 자신의 작품들을 풀어갔던 소설가다. 노벨상까지 수상한 탁월한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소설 ‘신은 목마르다’의 시대적 배경

후세 사람들 중에는 프랑스혁명을 실패한 혁명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오늘날 거의 모든 국가가 ‘공화국’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 프랑스 대혁명이다. 공화국이란 쉽게 말해 ‘왕이 없는 나라’를 뜻한다. 국민이 그 나라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지금이야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서슬 퍼런 왕들이 통치했던 1700년대 말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이 엄청난 도전을 가장 먼저 시도한 나라가 프랑스다. 당시 선구자들은 자유, 인권, 박애를 부르짖으며 죽어갔고, 수많은 희생을 치르면서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무서운 기세로 일어났던 민중들의 저항은 주변 국가들을 공포에 떨게 하였다. 주변국의 군주들이 자신들의 국민들도 자유, 인권, 박애의 가치를 알게 될 것을 겁내고 프랑스를 침공한다.

프랑스는 안팎으로 열세에 몰렸다. 전선은 무너졌고 물가는 치솟았으며 기근이 몰아닥쳤다. 프랑스 국민은 불안에 떨었고 공화정에 대한 대중적 열망도 식어질 수밖에 없었다. 대중이 부르짖었던 ‘자유, 인권, 박애’는 개나 줘버릴 것들로 몰락해 버린다. 현실에 짓눌려 자유, 인권 박애의 정신은 질식을 당하고 만다. 아나톨 프랑스는 이러한 시대적 아픔을 앓으며 소설 ‘신들은 목마르다’를 쓰게 된다.

소설 ‘신들은 목마르다’의 줄거리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에바리스트 가믈랭이다. 그는 어머니에게 줄 빵 한 조각을 구하기 위해 하루 종일 빵 가게에 줄을 서야 했던 가난한 화가였다. 그는 철저한 공화주의자였고 혁명의 가치를 신앙으로 삼은 사람이었다. 올바르고 굳세지만 가난했던 소시민 즉, 당대 전형적인 정의로운 시민이었다.

하지만 굳은 신념을 갖고 살아가는 에바리스트에게 새로운 삶이 열린다. 그가 중산층 화상의 딸 엘로디를 만나 사랑에 빠진 것이다. 엘로디는 힘 있는 자에게 부탁해 에바리스트를 혁명재판소의 배심원으로 만들어 준다. 에바리스트에게 힘이 생긴 것이다. 즉 자신이 휘두를 수 있는 칼을 잡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칼을 손에 잡자마자 에바리스트는 칼춤을 춘다. 정의로운 시민 에바리스트 가믈랭과 그의 혁명재판소는 애국이 아니라 분노를 잣대로 심판의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공화정을 꿈꾸는 정의로운 시민이 아니었다. 단두대는 다른 의견을 가진 정치인과 옛 귀족들을 쓸어버리는 역할을 했다. 대중들은 누가 죽든 상관없이 광장에서 벌어지는 공개처형에 열광을 했다. 사회적 정의는 힘 있는 자의 논리였고, 그 힘의 장단에 맞춰 무지한 대중은 춤추고 있었다.

에바리스트는 심지어 한 망명 귀족을 여자 친구의 옛 애인으로 오해해 단두대에서 처형해 버린다. 정의의 시민 에바리스트가 혁명재판소 배심원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무고한 시민을 자신의 욕망대로 죽인 것이다. 파렴치한 질투는 애국이라는 명분에 가려 양심을 찌를 수 없었다. 혁명은 이미 빛을 잃었고 또 다른 독재가 공화주의자의 손에서 춤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 또한 오래가지 못했다. 로베스 피에르는 실각하고 에바리스트는 투옥이 된다. 정권을 잡은 사람들은 로베스 피에르와 그의 추종자들을 각별히 보살폈다. 그들을 아주 건강한 상태로 단두대에 올리기 위해서였다.

가믈랭이 처형장으로 향하는 날 그는 자신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 군중을 본다. 그들은 얼마 전까지 에바리스트 자신이 단두대로 보냈던 음모자와 귀족들을 향해 욕을 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었다. 가믈랭은 자신의 나약함을, 적의 피를 아꼈던 혁명재판소의 관대함을 한탄했다. 그는 그렇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대중은 혁명이 주는 원대한 발전과 변화보다는 더 많은 빵, 술, 그리고 볼거리에 목말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혁명이 갖는 이상의 실천이 쉽지 않은 것을 가르친다. 혁명이 낭만적일 수 없고, 혁명은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혁명 초기에 대중들의 열렬한 환호의 열기는 금방 시들었다. 혁명이 실패하고 혁명가들이 단두대에 설 때에도 대중들은 다시 열렬한 환호를 보낸다.

작품의 메시지 정리

아나톨 프랑스가 ‘신들은 아직도 목마르다’를 통해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이건 간에 이 작품 속에서 비치는 인간상은 천박하고 무책임하다. 대중 속에 얼굴을 감추는 천박함이 인간 스스로 무리를 짓게 만든다. 인간은 늘 큰 무리 속에 자신의 얼굴을 감추고 무리 속에서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한다. 사람들의 의견과 평가에서 정당성을 찾는 인간은 하나님의 얼굴은 놓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서 역사의 왜곡을 불러오는 인간의 맨 얼굴을 폭로하고 대중의 천박함과 무분별함을 그려냈다. 이런 천박함이 사람들에 많이 모인 곳으로 가게 한다. 이런 천박함 때문에 사람들은 대도시를 찾고 대형교회를 찾는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 정당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업을 선택하고, 끊임없이 이웃들의 동의를 구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아울러 대중은 뚜렷한 기준이 없다. 공화 혁명가들이 왕정 옹호자들을 처형할 때에 대중들은 열렬히 환호했는데, 공화 혁명가들이 처형당할 때에도 그들은 동일한 환호를 보냈던 것이다. 오늘도 무의미한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무지, 천박 그리고 무책임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대중이 외치는 큰 소리보다는 조용한 하나님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바른 인생을 사는 비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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