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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미 사모의 사모의 뜨락]

그대 내 품으로

[송지미 사모의 사모의 뜨락] </br></br> 그대 내 품으로

 

내가 일하는 곳은 여성용 옷가게다. 오늘은 빨간 정장을 사러 온 부부를 도와주고 있는데 며칠 전부터 한 번씩 와서 돌아보던 가난한 아빠가 또 들어온다. 며칠 전엔 조그만 남자아이를 데리고 와서 남자아이용 정장을 돌아보더니 오늘은 가방 주변을 돌아본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나는 내 할 일을 했다. 다른 손님들도 있어서 좀 돌아보며 도움이 필요한지를 묻는데 자기 부인의 옷을 함께 골라 주고 조언해 주고 하던 남편이 내게 그 남자 쪽을 바라보며 뭔가 좀 불편한 눈치를 준다. 속으로는 ‘그 사람 그냥 그렇게 둘러보다 나갈 건데’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 남자 손님의 생각을 존중이라도 해주자는 식으로 “May I help you?”라며 관심을 주니 쭈뼛쭈뼛 며칠 전처럼 이것저것 돌아보는 것 같지만 오늘은 분위기가 좀 어색했다. 다른 날보다 손님이 더 많은 날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항상 입는 똑같은 옷에 두꺼운 외투도 걸쳐 입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도 도와줘야 하니 그에게만 주의를 집중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기를 아주 잠깐, 그가 출입구를 향해 잰걸음으로 후다닥 나가는데 그의 옆구리가 불룩하다. 아니, 자기 자녀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려고 미리 와서 돌아보며 쇼핑하는 중이라고 말했던 조금 어둔해 보이는 사나이가 급기야는 자기 자녀들에게 주기 위해 선물을 훔치는구나, 이건 정말 아닌데… 하며 그를 쫓아나가며 소리쳤다.

“Give it back to me, sir!”

 

약 일주일 전이었다. 오후 5시 정도 벌써 날이 어스름해질 무렵 그 남자가 황토색 남루한 티셔츠에 그와 비슷한 색깔의 두꺼운 몸빼 비슷하게 생긴 바지 차림으로 들어왔다. 이 가게는 남자아이용 물품 몇 가지를 빼고는 모두 여성용 물품인데 잘 모르고 들어와 남성용 물품을 찾는 경우가 더러 있어 나는 이곳은 여자용 물건만을 취급하는 가게라고 미리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자기는 이곳에 자기 아내와 아이들의 선물을 미리 봐 두기 위해 왔노라고 이야기했다. 사실상 가게의 물품가격대와 그의 행색이 말해주는 주머니 사정과는 좀 격차가 있어 보였지만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을 하는 것은 곤란할 것 같아 그냥 알았다고 하고 그가 가게를 돌아보며 무언가 가족에게 선물할 자그마한 것을 찾을 수 있을지를 바라며 그에게 더 이상 깊은 주의를 주지 않았다.

그는 그 후에도 두 차례쯤 더 와서 돌아보았다. 그때마다 입고 오는 옷차림은 똑같았다. 가난하지만 열심히 일해서 자주는 아닐지라도 일 년에 한 번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선물을 주고받는 성탄절에 자기의 가난한 가족에게도 선물을 하고자 하는 갸륵한 아빠의 정성인가 보다 하며 나름 그런 그의 정성을 무시하지 말자는 생각을 했었던 참이었는데 오늘 이 사태가 벌어진 것이었다.

“Give it back to me, sir!!!”

반사적으로 황급히 따라가며 외친 한 마디에 갑자기 메아리가 돌아왔다.

“Give it back to her!!!”

그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가게 바깥에서 그가 가려는 방향과 정확히 일치하는 곳에 서 있던 또 다른 한 남자가 물건을 옆구리에 끼고 튀어나가던 그 사나이를 향해 조금의 반항도 허락하지 않을 듯 외친 소리였다.

사나이는 갑자기 방향을 내게로 바꾸어 황급히 훔친 가방 두 개를 옆구리에서 빼내어 돌려주면서 돈을 내겠단다. 이건 도대체 무슨 시추에이션인지 전혀 영문을 모르는 나는 물건을 받았으니 그걸로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뒤를 조금 아까 소리쳤던 남자가 따라와서는 자기 차 쪽으로 데리고 간다. 물건 훔친 사내도 거의 무기력하게 저항 없이 따라간다.

그때까지도 도대체 상황이 짐작이 되지 않는 나는 가게 안에 사람들이 있는 것을 기억해 내고 얼른 가게로 돌아왔다. 사람들을 도와주면서도 나는 유리문 너머로 힐끗힐끗 상황을 넘보았다. 소리친 남자는 그의 몸을 수색하고 손에 수갑을 채운 후 전화기를 한 손에 들고 있었다. 이제 보니 내 말을 따라 소리쳤던 남자는 경찰인 듯했다. 다행히 가게에 있었던 손님들은 대부분 빠져나갔고, 잠시 후 경찰이 그를 데리고 가게로 들어왔다.

“Do you want to press charge on him? (그를 고소하기를 원합니까?)”라는 말에 나는 아직도 그 가난한 아빠가 잘못된 선택을 했지만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마스는 다가오고 주머니는 가볍고… 머리는 그 상황이 어떻게 종결될지 알기에 많이 모자라고…

“저, 이 사람이 이런 전과를 가진 적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제 생각에는 가난한 아빠 같은데… 혹시나 전과가 없다면 앞으로 절대로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이번은 풀어주었으면 해요.”

이야기하자마자 경찰은 전화를 했고 그 어둔한 남자는 이미 여러 차례의 전과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가 입은 두꺼운 몸빼처럼 생긴 바지는 물건을 훔치기 위한 장비로 여러 겹의 바지를 입고 밑동을 고무줄로 매어 훔친 물건을 바지 속에 밀어 넣고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흔히 쓰는 수법이라고 했다.

아뿔싸! 어리숙한 건 그가 아니었다!! 지금 세상이 어떤데 나 홀로 소설을 쓰고 있었던가? 그런데도 하나님은 나 같은 어리바리한 자를 불쌍히 여기셔서 거기 사복 경찰을 배치해 두시고 좀도둑을 그의 품 안으로 달려들게 하셨던가?

경찰이 어떻게 그 시간에 거기에 있었는지 물어보니 자기 사촌이 하는 이발소에 들러 머리를 깎으려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기다리는 동안 내 목소리가 그의 직업적 본능을 곤두세웠고 곧바로 상황을 간단히 종료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잡힌 사람이 얼마나 억수로 운이 없었으며 너는 얼마나 럭키했는지 생각해보라고 말하면서 자기에게도 또한 흔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참으로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에 온 첫 해의 크리스마스는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각 집들마다 형형색색의 크리스마스 전구로 만든 장식과 트리 장식을 해놓은 것을 보고 나는, 역시 기독교에 기반을 두고 세워진 나라라서 성탄절을 기념하는 것도 이렇게 엄청나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 보다도 예수님의 탄생이 이렇게까지 환영받는 나라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 세월이 지나면서 보니, 내가 보았던 것과는 다르게 원래의 의미가 너무 많이 퇴색되어 버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파티에 몰두하고 주고받을 선물에 몰두한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진정으로 하나님의 인간을 향하신 깊은 용서와 화해의 사랑의 표현인 예수님의 탄생이 깊이 되새겨져 가족과 이웃 간의 진정한 사랑이 회복되는 의미 있는 날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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