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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원 목사의 청년을 품은 교회이야기]

헌신의 밤

[송경원 목사의 청년을 품은 교회이야기] </br></br> 헌신의 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청년들이 분주하게 준비하는 행사가 있다. 우리는 이 행사를 ‘헌신의 밤’(Night of Devotion, 이하 NOD)이라 부른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진행되는 NOD는 Binghamton University의 큰 Hall을 빌려서 주변 친구들과 이웃을 초청하고 다양한 형태의 performance를 통해서 복음을 전하는 전도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총 60명에서 많게는 80명의 대학생들이 두 달 가까이 구슬땀을 흘리며 찬양, 핸드 마임, 연극, 코러스, 워십 댄스 등을 기도하며 준비한다. 졸업 후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졸업생들도 NOD를 맞아서 빙햄톤을 방문하며 재학생들을 격려할 뿐 아니라 본인들의 대학 시절을 떠올리며 초심을 회복하는 은혜의 시간을 누린다.

과거에는 연습에 너무 몰입하다가 가을 학기 성적마저 하나님께 헌신하는(?) 청년들도 있었다. 또 학교 시설을 first come, first serve로 빌려서 사용하던 시절에는 신청하는 전날 밤부터 대학부의 임원이 줄을 서서 밤을 새워 기다렸다가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Hall을 예약하는 정성, 아니 극성을 떨기도 했다(할인 제품을 줄 서서 사는 Black Friday가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NOD 하루 전에는 모두가 금식하며 리허설에 임하는 비장함도 있었다. 요즘 청년들은 헝그리 정신이 없어서 주로 잘 먹고 열심히 준비하길 더 원하는 것 같다!

NOD 일주일 전에는 학교에서 매일 2시간씩 홍보와 전도를 병행하는데 길거리 전도가 그렇듯 수많은 거절을 경험하며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의 소중함을 배운다. 기독교에 대한 기초 지식이 전혀 없는 중국 유학생과 대학에 오면서 교회를 떠난 미국 학생 및 한국 유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생들을 복음으로 초청한다. 지난 금요일에는 기타 반주에 맞춰서 찬양하며 전도하다가 누군가의 신고로 학교 경찰이 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반면에 그 찬양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NOD에 꼭 오겠다고 말했던 미국 여학생도 있는 것으로 볼 때 역시 복음에 대한 반응은 모 아니면 도다.

많은 청년들이 해마다 귀한 시간과 정성을 들이며 헌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청년의 때에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하며(전도서 12:1) 우리의 다양한 몸짓으로 하나님께는 찬송과 영광의 예배를 드리고 아직 하나님을 모르는 자들에게는 시청각적인 복음의 선포와 이어지는 말씀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기 위함이다. 그동안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캠퍼스의 귀한 영혼들이 NOD를 통해서 주님께 돌아오는 은혜를 해마다 경험하고 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NOD에 참여하는 청년들 중에는 준비과정에서 은혜의 가랑비에 젖다가 당일 소나기 같은 은혜 가운데 주님을 구주로 영접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구원의 확신이 없는 청년들도 처음에는 교회 학예회(?) 정도의 느낌으로 가볍게 참여했다가 매번 연습 시간마다 팀장이 나누는 말씀과 함께 기도의 시간을 통해서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알아간다.

오래전 내가 대학원생으로 이곳에서 처음 접했던 NOD의 기억은 정말 강렬했다. 대학생들이 준비한 연극은 예수님의 수난에 관한 내용이었다. 예수님의 역을 맡았던 한 형제가 실제 크기를 방불케 하는 커다란 십자가를 지고 관객들 사이의 통로로 핀 조명을 받으며 천천히 등장했다. 힘겨운 발걸음 끝에 결국 쓰러지면서 바닥에 떨어진 십자가가 굉음을 내는데… 그 소리가 얼마나 내 마음을 찌르던지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연극을 관람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로부터 어느덧 19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올해도 어김없이 NOD가 캠퍼스 한복판에서 하나님께 드려졌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고 하듯 당연히 지금의 대학생이 20년 전의 대학생과 같을 수는 없다. 아이돌 그룹의 영향인지는 잘 모르지만, 지금 대학생들의 Worship Dance는 10년, 20년 전의 대학생들은 흉내도 못 내는 고난도의 수준으로 발전했다. 음악과 영상의 세련미도 해마다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 복음을 담아내는 그릇은 조금씩 변한다. 그러나 변치 않는 복음으로 올해도 역시 파종과 수확의 기쁨을 동시에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성탄을 즈음해서 예수님이 우리에게 오신 기쁜 소식이 변할 수 없듯이 청년들의 순수하고 헌신된 믿음의 자세도 영원히 변치 않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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