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社說] 방 안의 코끼리가 있는지 살피자
방 안의 코끼리가 있는지 살피자
최근 한국의 의료 사태 문제로 갑론을박 여러 견해가 많다. 조속히 이 문제가 해결돼 한국의 의료 공백이 해결되고, 의료 체계가 건강하게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의사와 목사는 자주 비교가 되는 직군이다. 모두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에 그렇다. 의사가 이 땅에 살아가는 육체의 건강을 다룬다면, 목사는 영원한 생명과 영혼의 건강을 다룬다는 의미에서 비슷하기도 하다. 그러나 다르기도 하다. 병원은 퇴원이 있지만, 목사는 거듭난 영혼이 계속해서 건강하게 자라나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영적인 돌봄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의사가 부족하냐 그렇지 않냐는 논점도 중요하지만, 지금 터져 나오는 것은 단순히 그 문제가 아니라, 필수 의료 공백과 지방 의료 붕괴 사태에 관한 얘기가 더 많다. 의사 정원으로 시작됐지만, 사실은 그동안 곪고 곪아왔던 의료 문제가 드디어 수술대에 올라오게 됐다는 것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방 안의 코끼리’라는 말이 있다. 명확하게 문제라고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두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그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 현상을 비유한 표현으로, 최근 의료 사태를 비유해서 회자되는 말이다.
교회와 교계, 우리에게는 ‘방 안의 코끼리’가 없을까? 곪아서 터지기 직전의 문제가 없을까? 언젠가는 터질 것이 분명한데, 폭탄 돌리기 하듯이 다음 세대에 슬며시 미루어 놓는 일은 없을까? 사실은 너무나 많다. 그것도 꼭 의료계와 닮았다. 박봉에 어렵고 힘들며 소송의 위험이 많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의 필수 의료를 기피하는 현상은 다양한 이유로 기피되는 한인교회의 2세 사역이나 EM사역이 닮았다.
또한, ‘Winner takes all’의 원리가 작용하는 강력한 경쟁의 시대에 많은 환자가 대형 병원에 집중되는 것처럼, 성도들이 대형 교회에 더욱 집중되는 것이 닮았고, 지방 의료는 붕괴되고 수도권 의료만 넘쳐나는 모습은 지방 교회 붕괴와 수도권 교회 과밀화의 모습과 닮았다. 이외에도 크게는 출애굽 하듯 떠나가는 청소년과 청년, 고령화되는 교회 등의 문제가 있으며 작게는 정기총회 장소를 SBC와 계속 함께할 것인지 등 머리를 맞대고 시급하게 논의‧준비해야 하는 현안들이 있다. 우리가 회원으로 있는 SBC도 여성안수의 문제에서 더 나아가 여성 교사와 여성 사역자까지도 제한하려는 움직임 때문에 혼란이 많다고 한다.
우리 총회에는 2개의 공식적인 씽크 탱크가 있다. 실행위원회와 상임위원회다. 지난 2월에 있었던 실행위원회와 3월의 상임위원회 모임은 평소보다 회의시간이 길었다. 그런데도 회무 기간 내에 회의를 마무리하기 위해 더 나누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 물론 쉽지 않은 문제들이다. 그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다 나와서 얘기하고 난상토론을 거듭해도 의료 문제의 해법을 찾지 못해 쩔쩔맨다. 우리의 문제도 단순히 테이블에 모여 대화를 좀 나눈다고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의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렇지만, 대화가 첫걸음이라는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우리 총회는 비전 2027을 중심으로 분명한 방향성을 가지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비전 2027이 사역적 목표와 성취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거기에 이제는 미래의 다가오는 현실을 예측하고 대비할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실행위와 상임위에서 미래를 준비하며 대화하고 있고 각 부서에서도 노력 중이다. 그렇지만, 바쁜 목회 중에 1년에 한두 번 만나서 대화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고, 당장 그해와 다음 해의 현안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와 의사단체의 공식 소통 기구인 의료현안협의체가 출범 1년 동안 27차례 만났고, 정부가 의료계와 130여 차례 협의했으나 지금의 혼란 상황을 피하지 못했다.
10년 후 우리 총회의 지형과 지도는 많이 바뀌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 10년 후의 미래를 예측하면서 우리가 테이블에 올려야 할 현안을 정리하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 총회가 앞장서서 구심점이 돼야 한다. 10년 후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꾸준히 논의할 방안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우리에게는 방 안의 코끼리가 없는지 살펴서 해결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