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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나무 아래서](45) “당신이 자랑할 스펙은 무엇인가?”

[무화과나무 아래서](45)  “당신이 자랑할 스펙은 무엇인가?”

궁인 목사(휴스턴 새누리교회)

당신이 자랑할 스펙은 무엇인가?

한번 자신에게 물어보라. ‘내가 가진 것이 자랑이 될까?’ 남들보다 능력 있고, 강하고, 우월해지는 것은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이다. 하다못해 내가 그렇게 못되더라도, 자녀가 그러기를 바란다. ‘자랑’은 인간의 본성이다. 아무리 참으려 해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명품 가방 하나 샀는데 어떻게 참을 수가 있겠는가? 그런데 자랑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들을 얻어야 한다. 더 강해져야 한다. 정당하게 얻을 수 없다면, 때로는 빼앗고 속여야 한다.

나도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을 자랑하고자 물불을 안 가린 경험이 있다. 대학교 4학년 때의 일이다. 당시 주식 투자로 3천만 원을 10억으로 만들었다. 너무 놀라지는 말라. 사이버 주식 투자 대회에서다. 당시에는 대학생 주식 투자 대회가 많이 있었다. 경제나 주식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한두 번 정도 사이버 투자 대회 혹은 실전 투자 대회에 나가게 된다. 나도 사이버 투자 대회에 나갔다. 3천만 원으로 10억 만들어 10등을 했다. 우연히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이다. 그래서 마음먹고 진짜 주식 투자를 하기로 결심했다. 탈탈 털은 800만 원으로 식음을 전폐하고 자본주의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800만 원 전부를 날렸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그 800만 원 중에 마지막 학기 등록금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연히 마지막 학기 등록금이 없으니, 졸업을 못 할 신세가 되었다. 많은 것을 가지고 남들 앞에서 나의 능력을 자랑하고자 했던 나의 시도는 깡통 계좌를 차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많이 가져서 자랑하고, 능력자가 되려고 했으나, 오히려 나의 부족함과 연약함만을 발견했다.

우리는 약함을 숨기고 강함을 자랑하려고 하고, 자랑거리인 강점으로 승부하려고 하지만, 바울은 고린도후서 12장에서 우리와 다른 ‘자랑’ 이야기를 한다. 바울은 자랑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바울은 다른 사람들이 갖지 못한 놀라운 영적 경험이 있었다. 그는 천상에서 ‘사람이 가히 이르지 못한 말’을 들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엄청난 환상, 영적 계시와 영적 경험을 자랑할 수 있었다. 당시 그런 경험을 가진 사람은 바울뿐이었다. 자랑해도 누구 하나 뭐라 할 사람이 없었지만, 바울은 자랑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내가 만일 자랑하고자 하여도 어리석은 자가 되지 아니할 것은 내가 참말을 함이라 그러나 누가 나를 보는 바와 내게 듣는 바에 지나치게 생각할까 두려워하여 그만두노라(고후 12:6)”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뭔가 자랑해야 살길이 생기는 세상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더군다나, 공식적으로 자랑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공식적으로 자랑거리를 만드는 것을 스펙 쌓기라 한다. 취업에 힘쓰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잘 아는 단어다. 2004년 국립국어원에 신조어로 기록된 단어지만,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참고로 설명하면, ‘스펙: 구직자들이 자신을 잘 소개하기 위해서 그리고 증명하기 위해서 하는 모든 것’을 말한다고 한다. 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즉 ‘5대 스펙’에다가 봉사활동, 인턴, 수상 경력까지 ‘8대 스펙’을 갖추어야 한다. 한국에서 사람 노릇 하려면 갖추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졌다. 그래서 요즘에는 초등학교 때부터 스펙 쌓기는 기본이 되었다.

또 외모도 중요한 스펙 중에 하나다. 학벌과 외모가 사람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스펙을 쌓기 위해서는 경쟁해야 하고, 누군가를 이겨야 한다. 항상 비교하고, 비교당하는 삶의 연속이다. 결국은 경쟁에서는 내가 이겨야 하고, 비교에서는 내가 더 나은 사람이라는 것이 증명되어야 한다. 그래서 자기를 속여서라도,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을 소개하기 위해서 작성하는 것이 자기소개서다. 자신을 잘 소개하기 위해 한 문장, 한 문장 심혈을 기울여서 작성한다. 별것 아닌 것도 좀 있어 보이게 만들다 보면 자기마저 속이게 된다. 그래서 ‘자기소개서’를 ‘자기속여서’라고 할 정도다. 어떻게든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어떻게든 높아져야 하다 보니 자신마저 속여야 하는 것이 우리다.

그러나 내가 자랑해야 할 것은 내가 아니다. 스펙의 원래 말이 무엇인지 아는가? 스펙의 원래 말은 Specification이다. 한국말로 ‘내역서’다. 내역서는 물건을 사면 그 물건이 어떤 기능을 하고, 그 속에는 어떤 것이 들어 있는지를 설명해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속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 있어야 하고,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나의 스펙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내 스펙은 내 속에 있는 ‘예수’여야 한다. 그리고 예수님의 제자로 살아가야 한다. 우리 속에 있고, 우리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은 바로 내 속에 있는 주님이어야 한다. 주님 때문에 내가 존재하고 주님 때문에 내가 살아가는 것이다. 세상의 다른 것으로 여러분을 설명하지 말라. 주님으로 나를 설명하고, 주님으로 나를 증명하라. 그러면 당신은 세상에서 빛과 같은 존재가 된다. 이것이 당신이 해야 할 ‘진정한 자랑’이다. 그러므로 다른 것으로 포장하지 말고, 내 속의 예수를 드러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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