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수다(2) – 여진족 이야기
김영하 목사(샬롬선교교회, 미주)
여진족 이야기
키가 무척 큰 형제가 전도를 받고 교회에 등록했다. 그 형제는 자신을 여진족이라고 소개했다. 여진(女眞)족이라고요? 고려에 조공을 바치기는 했지만, 마침내 금나라를 세운 그 여진족이라는 말입니까? 그럼, 만주 출신인가 보군요? 여진족이 함경도 지역에는 거주하였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들었지만, 북한에서 올 리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만주에서 왔냐고 의아해하며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 청년은 오히려 나를 어이가 없다는 투로 쳐다보며 말했다. 목사님이니 자신들의 은어에 대해 잘 모른다며 자신이 말한 여진족은 ‘여보게 진O 한잔하세’라고 하면 도저히 뿌리치지 못하는 술꾼을 일컫는 말이라고 했다. 평생 술을 입에 대 본 일이 없는 나로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니 모를 수밖에…
그 여진족의 말인즉 자신은 교회에 다녀도 술을 끊을 수 없으니 술을 먹으면서 교회에 다녀도 되느냐는 것이었다. 술 때문에 교회에 오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괜찮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 ‘차츰 교회에 다니다 보면 나아지겠지…’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청년은 수요일 예배에 올 때도 술에 취한 채 왔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주일에는 술을 마시지 않고 왔다. 어느 날은 술에 취해 사택의 문을 발로 차며 나를 불렀다. 당시에는 나도 젊은 목사였기에 화가 나서 그 청년을 밀치며 술이 깬 후에 오라고 했다. 그 과정에 그 여진족이 그만 넘어졌다.
수요예배가 시작되기 전에 멀쩡한 정신으로 예배에 온 청년은 성도들에게 목사님이 자신을 밀치고 넘어트렸다고 하소연했다. 술에 취해도 정신은 온전하다는 것을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나보다 한 뼘은 커 보이는 청년의 말에 교인들은 아무도 들은 척하지 않았다. 목사님이 그럴 리가 있냐며 오히려 다음부터는 술을 먹지 말고 다니라고 면박을 주었다.
자기 말이 먹히지 않는 것을 알았는지, 아니면 정신을 차렸는지, 그 사건으로 인해 성령께서 그 영혼에 충만히 임하셨는지 모르지만, 그 여진족은 술을 끊고 열심히 성경 공부를 하며 교회에 와서 봉사했다. 영혼의 거듭남을 경험했고 진실한 신앙인으로 자라났다.
이제 여진족이 아니죠? 이렇게 물어보니 아직도 자신은 여진족이라고 했다. 술을 끊지 못한 것은 아닌지 불안한 마음으로 왜 아직 여진족이냐고 물으니 대답이 멋졌다. 이제 자신은 아직도 변화되지 않은 옛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여보게 진짜 예수 믿나?’ 이렇게 물어보니 계속 여진족이라고 했다. 그 후 꾸역꾸역 여진족들이 찾아와서 진짜 여진족들이 되었다.
변화된 여진족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는 것도 목회의 큰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