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수다(13) – 심술목사의 심술목회
김영하 목사(샬롬선교교회, 미주)
심술목사의 심술목회
개척한 지 3-4년이 흘러 교회가 어느 정도 안정되어 가던 성탄절 때의 일이다. 그동안 목회를 하면서 선물을 요구하지도 않고 대접해 달라고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이번 성탄절에는 목사와 목사의 가정을 위해 선물을 푸짐하게 준비하라고 선포했다.
교인들은 어리둥절했다. 교회가 안정되니 목사님이 개척 초기와 달라졌다며 웅성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모른 척했다. 이윽고 성탄절 전날에 교인들이 내 사무실에 선물을 수북이 쌓아놓고 갔다. 나는 그 선물들을 뜯어보지도 않고 그대로 승합차에 실어 고아원에 가져다주었다.
때때로 교회 인근의 고아원을 방문하며 예배도 드리고 위로를 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아이들과 돌보는 선생님들의 처우가 너무 약하다는 것을 느껴서 교인들에게 고아원을 돕자고 했었지만, 대부분 집안에서 쓰지 않는 물건이나 혹은 값어치가 떨어지는 선물을 가지고 왔기에 일을 저지른 것이다.
고아원 원장님이 전화를 했다. 아마 선물을 잘못 가지고 온 것 같다며 여기로 올 선물이 맞느냐는 것이다. 선물을 풀어보니 고급 장갑을 비롯해 봉투에 든 현금, 고급 과자, 장난감, 비싼 어린이옷과 신발 등이 있어서 놀랐다고 했다. 어른들을 위한 것은 선생님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아이들을 위한 것은 아이들에게 골고루 전해주라고 했더니 원장님은 연거푸 이런 선물은 처음 받아보았다며 감사하다고 했다.
성탄절 예배를 드리러 온 교인들은 그 많던 선물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것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자 교인들은 그렇다면 고아원을 돕자고 하시지 왜 목사님의 가정에 선물을 가져오라고 했냐고 반문했다. 고아원에 보낼 선물을 가져오라고 하면 그토록 비싼 선물을 가지고 왔겠냐며 다음부터는 가난한 자에게 더 좋은 것을 주는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하자고 하니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어느 교인이 앞으로는 우리 목사님의 심술 목회에 더욱 잘 동참하자고 하자 모두 뻥 터졌다.
우리 교인이 사는 곳 근처에 이단 문제를 다루는, 유명한 잡지에도 나온 적이 있는 자칭 하느님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 근처의 교인들은 그를 다 알고 있었다. 어느 날 그 교우의 집에 심방을 가는 중에 그 하느님(?)이 겨우 승합차 한 대가 지나갈 정도의 좁은 비포장 골목길 입구에서 마주 보며 오고 있었다. 나는 이미 교인들을 가득 태우고 반 정도 진입한 상태였으므로 그대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어서 들어오지 말라는 의미로 약하게 경적을 울려 주었다. 그러자 그 하느님은 하는 수 없이 걸음을 멈추고 내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골목길을 나온 나는 감사의 의미로 손을 흔들어 주었는데 그 하느님은 먼지를 피하려고 그랬는지 뒤로 물러서며 고개를 숙였다. 마치 지나가는 나에게 인사를 하는 것 같이 보였다.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는 뒷좌석에 탄 한 교우가 그만 또 사고를 치고 말았다. “우리 목사님의 심술목회는 하느님도 못 말린다니까… 역시 능력 있는 심술 목사님이셔….” 또 한 번 봉고차 안에서 빵 터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