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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나 사모의 병아리 사모일기” (6) 꽃잎에 스민 기쁨

“김수나 사모의 병아리 사모일기” (6) 꽃잎에 스민 기쁨

김수나 사모 (루이빌 우리교회(KY))

꽃잎에 스민 기쁨

금요일 밤늦도록 드리는 예배가 끝나면 나는 강대상 앞에 있는 꽃을 정리한다. 까무룩 한밤이 되어 아이들을 재워야 한다는 생각에 후딱 집으로 갈 채비를 해야 하는 시간임에도 나는 이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기도의 끝자락까지 기다리다가 마지막 성도님이 의자에서 일어나는 순간에 덩달아 일어난다. 그리고 조심스레 강대상 앞으로 나아가서 전등을 키고 꽃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교회 강대상에는 매주일 아침 새로운 꽃이 올라온다. 지역에 있는 한 꽃집에 주문을 넣어 매주 새로운 꽃으로 장식된 어여쁜 꽃바구니가 배달되는 것이다. 이 꽃은 말씀이 전해지는 강대상 앞에 바로 세워져 많은 성도님들이 예배 시간 내내 자연스레 그 시선이 머무는 곳에 있다.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았던 나는 꽃집에서 알바를 해보고 싶었다. 물기를 머금은 초록 식물들이 하늘을 향해 그 싱그러움을 펼치고 알록달록 아름다운 색을 지닌 꽃들이 그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것을 매일 마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딸랑- 하고 꽃집 문이 열리는 종소리도 듣기 좋았다. 종종 꽃을 사러 가면 환한 미소로 이 꽃 저 꽃을 추천해 주는 꽃집 언니에게는 당연하게도 꽃향기가 났다. 바쁜 남편을 따라 미국 생활을 하던 중 첫째 아기를 낳고 기르며 우울함에 온 존재가 뭉그러진 적이 있었다. 밤새 한 시간도 제대로 누워서 자지 않고 안아야만 자는 아기를 키우던 나는 매일 밤이 앙상한 지옥이었다. 그때 남편에게 부탁해 가로로 기다란 꽃병 하나를 사달라고 부탁했다. 꽃은 그 자체로 힘이 있었다. 꽃을 사러 나가는 그 길도 좋았다. 일주일에 한 번, 꽃을 사러 마트에 가고 집에 돌아와 일주일 동안 내 기분의 한 편에 힘을 줄 꽃을 꽂고 나는 또 그렇게 매일을 살아갔다.

요즘 나는 다시 꽃을 꽂는 강대상 앞 꽃이 금요예배가 끝나면 다시 수거되어 버려진다는 걸 알게 된 어느 날 유심히 꽃을 보았는데 그 속에 아직 시들지 않는 꽃들이 있었다. 여전히 아름다움을 뽐내는 그 꽃들이 버려진다는 게 안타까웠다. 그래서 주일 아침 새로운 꽃이 배달되기 전 버려지는 그 꽃들 속에 싱싱한 꽃 몇 송이를 골라 새롭게 꽃꽂이를 하는 것이다. 네 꽃병에 나란히 꽂힌 꽃들은 새 가족실 책상 가운데에 일자로 정렬시키고 나면 나의 금요일 일과는 끝이 난다.

고작 10분이면 하는 일이지만 그 짧은 순간, 나는 행복이 급속도로 충전되는 느낌을 받는다. 다시 피어난 꽃들을 보며 나는 내일 아침 처음 이 문을 열고 들어설 새가족들과 성도님들을 생각한다. 아무것도 없는 딱딱한 책상보다 어여쁜 꽃이 그 얼굴을 들어 당신의 눈을 바라본다면 주일 하루의 시작이 행복으로 시작되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한다. 하나님은 참 놀랍다. 매주 집에 꽃을 사서 꽂을 수 없는 나의 삶을 아시고 교회에서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하신다. 너무 하찮아 기도조차 하지 않았던 나의 작은 소망조차 이렇게 채우신다. 비록 작은 일이지만 매주 만나는 그 기쁨에 나는 그 소중한 씨앗을 가슴 깊은 곳에 저장한다.

내 깊은 그 곳에서도 향기로운 꽃이 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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