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Select Page

[목회단상 牧會斷想] 이번 감사절에는          

[목회단상 牧會斷想] 이번 감사절에는          

지준호 목사(헌츠빌 은퇴, 자유기고가)

이번 감사절에는     

황금물결이 농부들에 의해 거두어지는 깊어가는 가을 풍경이 나를 닮은 듯하다. 아쉬운 마음으로 한적한 가을 길을 친구와 함께 드라이브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 남은 단풍을 소중하게 즐기는 데 한 고풍스러운 카페가 시야에 들어왔다. 친구와 나는 눈 맞춤으로 의견 일치를 보고 카페 파킹장으로 들어서 멈추어 섰다. 그리고 자동차에서 내려 카페문을 열었다. 이때다. 이름 모를 한 식물의 싱그럽고 곱고 고상한 자태에 내 마음이 사로 잡혀 버렸다. 욕망을 절제할 수 없어진 난 엄지와 검지 끝으로 초록색 잎을 살포시 만졌다. 부드럽고 촉촉한 감촉으로 생명의 경이를 알렸다. 그리고 나의 잠자던 영혼을 깨웠다.   

생명 있는 식물들은 자라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수정할 벌 나비를 부르고, 수정하여 열매를 맺고, 맺어진 열매를 더러는 솜보다 가벼운 날개를 달고, 더러는 바람개비를 달고, 더러는 살아 있는 것들의 먹이가 되어 멀리멀리 퍼져 번식한다. 더러는 쓸모 있는 목재로, 아름다운 단풍으로, 양식으로 인간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 기쁨을 준다. 동물들은 짝을 찾으려 화려한 멋을 한껏 부리고, 사랑한 뒤 태어난 새끼를 희생으로 섬기는 생명의 경이를 보이다 서로의 양식이 된다. 

‘생물학적 생명’의 신비에 내가 감탄하고 있을 때, “창의력과 상상력 그리고 진리를 깨달은 지혜로운 삶으로 존재가치와 행복을 누리는 ‘영혼의 생명’도 있어”하며 질문을 한다. “너는 영혼의 생명의 신비를 즐기고 있어? 영혼의 생명이 맺는 열매를 맺고 있기나 하고?.” 난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이번 ‘감사절에는 영혼의 생명을 주심에 감사를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내 과거를 되돌아보고, 다양하고 수시로 변하는 생각과 감정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보며, 생명의 근원인 성령의 음성과 인도에 따라, 깊어지는 황혼의 삶에 맺을 아름다운 열매의 꿈을 품었다.  

목회하며 생명 있는 영혼의 경이와 신비를 만족스럽게 누리지를 못하면서, 감사절을 앞두고 창고에 두었던 장식물로 절기의 분위기를 띄우고, “넓은 들에 익은 곡식” 찬송을 부르고, 양식 주심에 감사, 가족 주심에 감사, 공기 주심에 감사 등등을 나열하고는 감사하면 주시는 축복을 설교했다. 성도들이 감사의 헌금을 많이 할 것을 기대하면서…. 그리고 성도들이 준비한 풍성한 식탁에 둘러앉아 터키 요리를 먹으며 역할을 다 했다고 착각했다. 이렇게 감사절을 보낸 뒤 따라오는 성탄절을 위한 장식하는 것을 지켜보며 ‘어떤 프로그램과 설교로 성도들에게 감명을 줄까?’에 골몰하며 감사를 과거로 흘려보내곤 했다. 이렇게 해마다 절기 행사를 되풀이하면서 감사는 의식적인 예식이 되었다. 비록 이렇게 영혼의 생명이 없는 듯한 목회를 했지만, 황혼에 내 영혼의 생명 주심에 감사하고 생명 있는 영혼이 맺을 열매를 가슴에 품었다. 

내 영혼의 생명이 되셔서 생물학적 생명이 존재하기에 필요한 빛과 공기와 물과 양식처럼 되신 예수님이 보인다. 그리고 내 안에서 빛이 되어 수시로 변하고, 편견 되고, 아집이 되는 이기적이고 욕심에 가득한 교만한 감정과 생각을 보게 하시며, 죄인 됨과 어리석음을 보게 하시는 은혜가 새롭다. 내 안에 빛이 되시기 위해 나의 죄를 위해 죽으시고 다시 사셔서 생명의 근원 되신 사랑도, 낮아져 들을 귀가 열린 나에게 진리와 사랑의 음성을 들려주시며, 내 영혼과 호흡하시고, 내 몸과 마음을 부드럽고 촉촉해진 생명이 되게 하시곤 다양한 열매를 맺히게 하시는 신비도 보인다.  

그런데 난 나 스스로, 의지로, 성령의 열매를 맺으려 한 어리석은 삶을 살기도, 위선자가 되기도, 신앙의 회의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난 이번 감사절에 생명 있는 영혼이 되게 하심에 감사하기로 했다. 그리고 음행과 더러운 것과 호색과 우상 숭배와 술수와 원수 맺는 것과 분쟁과 시기와 분 냄과 당 짓는 것과 분리함과 이단과 투기와 술 취함과 방탕함이 가득한 세상에서, 나에게 주어진 상황과 관계를 내 안에 계시는 성령과 호흡하고 상의하며 생명 있는 존재가 되어 자연스레 맺어지는 열매를 맺을 꿈에 가슴이 벅차다. 비록 인생의 황혼이지만 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충성과 온유와 절제의 열매를 맺으며 만나는 이들에게 부드럽고 촉촉한 생명의 감촉을 느끼게 할…. 

미주침례신문 앱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