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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나무 아래서](64) 논쟁보다 사랑을, 비판보다 은혜를

[무화과나무 아래서](64) 논쟁보다 사랑을, 비판보다 은혜를

궁인 목사(휴스턴 새누리교회)

논쟁보다 사랑을, 비판보다 은혜를

몇 달 전, 아이들이 한국에서 한창 유행이라는 ‘두바이 쫀득 쿠키’를 직접 만들어보겠다고 나섰습니다. 주방을 가득 채운 생소한 재료들과 씨름하며 내디딘 첫 번째 도전은 보기 좋게 실패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밤이 깊어 가는데도 유튜브를 보면서 다시 재료를 꺼내 들고 처음부터 계량을 시작하더니, 온 가족을 주방으로 불러 모았습니다. 누군가는 팔을 걷어붙이고 반죽을 거들고, 누군가는 오븐 앞을 지키며 구경하고, 또 누군가는 갓 구워져 나올 쿠키를 먹을 시식 준비를 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두바이 쫀득 쿠키가 완성되었습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한 입씩 베어 물며 저마다 한 마디씩 평가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와, 정말 맛있다!”, “이 정도면 잘 만들었네.”, “내 입맛에는 조금 더 달면 좋겠어.”, “초콜릿 함량을 더 높이면 원래 맛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서로가 전문가라도 된 양 진지하게 토론을 이어가던 중, 문득 한순간 정적이 흐르더니 온 가족이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지금 미국에 살고 있고, 한국에서 진짜로 유행하는 그 원조 쿠키를 실제로 먹어본 사람이 우리 가족 중에는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저 인터넷에 떠도는 레시피와 사진, SNS 영상만 몇 번 보고 흉내 내어 만들었을 뿐인데도, 우리 모두는 마치 그 맛을 다 안다는 듯 자신 있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 맛이 진짜 오리지널이 맞을 거야”라며,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자기 기준을 정답이라 확신했던 것입니다.

이 황당하고도 유쾌한 소동 끝에 마음 한구석을 영적 찔림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오늘날 교회의 모습이, 그리고 내 신앙의 모습이 이 두바이 쿠키 소동과 닮아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을 가슴 깊이 인격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했으면서도 “내 신앙생활 방식이 정답”이라고 쉽게 단정 짓곤 합니다. 성령의 세밀한 만지심과 깨어지는 은혜를 눈물로 체험해보지 못했으면서도, 타인의 신앙과 예배 태도를 내 기준의 잣대로 가차 없이 평가합니다. 주님과의 친밀하고 은밀한 영적 교제를 날마다 누려보지 못했으면서도, 교회가 어떠해야 하고 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박사라도 된 양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러나 신앙은 머리로 자서전을 쓰거나 지식의 탑을 쌓는 것이 아닙니다. 레시피 북을 달달 외운다고 해서 그 음식의 깊은 풍미를 온전히 알 수 없듯이, 성경 구절을 많이 알고 교리를 막힘없이 설명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곧 하나님을 아는 것은 아닙니다. 신앙의 핵심은 아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에 있습니다. 그분의 사랑을 온몸으로 통과해야 하고, 그분의 은혜를 실제로 맛보아야 합니다.

시편 기자는 우리를 향해 간곡하게 외칩니다. “너희는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 그에게 피하는 사람은 복이 있도다”(시편 34:8). 하나님은 우리에게 당신의 존재를 신학적으로 낱낱이 분석하고 연구하라고 먼저 요구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보다 먼저 “와서 맛보라”고 초대하십니다.

주님의 선하심을 진짜로 맛본 사람은 영적인 겸손함을 입게 마련입니다. 십자가의 압도적인 은혜를 직접 경험한 사람은 타인을 쉽게 정죄하거나 비판하지 못합니다. 진짜 은혜를 아는 사람은 내 서툰 레시피와 얄팍한 주장을 앞세워 논쟁하기보다, 나 같은 죄인을 살려주신 하나님 한 분만을 삶으로 묵묵히 자랑할 뿐입니다.

교회는 ‘내가 맞다’고 똑똑한 척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여 논쟁하는 곳이 아닙니다. 주님의 한량없는 사랑을 먼저 맛본 죄인들이 모여, 감격에 겨워 그 사랑을 함께 나누고 흘려보내는 거룩한 공동체입니다.

혹시 나는 오늘도 주님과 만나는 은밀한 골방의 기도는 잊은 채, 손에 낡은 레시피 한 장만 덜렁 들고 하나님을 아는 척 논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오늘도 주님은 우리를 향해 풍성한 은혜의 식탁을 펴고 초청하십니다. “사랑하는 자야, 레시피만 보지 말고 와서 맛보아라.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내 선함이 얼마나 깊은지 네 삶으로 직접 경험해 보아라.”

신앙은 다른 사람의 화려한 간증이나 경험을 그저 부러워하며 흉내 내는 모조품이 아닙니다. 척박한 삶의 한복판에서 내가 하나님을 직접 대면하여 만나는 순간 순간입니다. 주님을 깊이 맛본 사람은 논쟁보다 사랑을, 비판의 칼날보다 은혜의 따스함을 전합니다. 오늘 하루, 내 지식을 내려놓고 주님의 선하심을 깊이 맛보아 아는 진정한 신앙인의 걸음을 내딛으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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