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 사모의 [진리와 하나된 교육] – 33. 배움이 예배가 되는 교실

데이튼 라이프 침례교회 (OH)
FIU 교육학과 객원교수 및 LIFEWISE ACADEMY Bible Teacher
“배움이 예배가 되는 교실”
『평생 배움』을 읽으며 다시 생각하는 기독교 교육
9월, 다시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대학 강의를 준비하며 학생들과 무엇을 나눌지 고민하고, 또 한편으로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성경 수업을 계획한다. 연령도 다르고 배움의 방식도 다른 두 교실을 오가며 수업을 준비하다 보니 한 가지 질문 앞에 오래 머물게 되었다.
나는 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는가. 그리고 내가 말하는 ‘기독교 교육’은 과연 무엇인가.
교육자로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 교육과정을 살피고, 학습목표와 교수법, 평가 방법을 고민한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무엇을 향해 가르치고 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교육이 지향하는 사람의 모습이 분명하지 않다면 기독교 교육의 본질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지인이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존 파이퍼의 『평생 배움』을 읽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 책이 마음에 오래 남은 것은 새로운 교수법을 소개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배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배운 사람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했기 때문이다.
파이퍼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세상을 창조하시고 말씀을 주셨다는 사실에서 배움의 출발점을 찾는다. 하나님께서 말씀의 저자이신 동시에 세계의 창조주이시라면, 그리스도인의 배움은 이 두 영역을 함께 읽어 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따라서 잘 배운다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과 그분이 지으신 세계를 주의 깊게 바라보고, 그 안에 담긴 진리와 의미를 발견하고 이해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발견한 진리는 개인의 지식으로 머물지 않고 다른 사람도 함께 보고 누릴 수 있도록 나누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독교 교육은 일반 교과에 성경구절을 덧붙이는 것을 넘어, 배움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진리와 그분이 지으신 세계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돕는 교육이 된다.
시편 기자는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의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시 19:1)라고 고백한다. 피조세계는 하나님과 무관한 학습의 대상이 아니라 그분의 지혜와 능력을 드러내는 자리이다. 그렇기에 과학을 통해 창조세계의 질서와 경이로움을 발견하고, 역사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성찰하며, 문학과 예술을 통해 삶과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일도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를 알아 가는 배움이 될 수 있다. 결국 기독교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정보를 전달했는가만이 아니다. 배움을 통해 무엇을 보게 되었는지,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분별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배움이 마음과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함께 묻는 것이다.
『평생 배움』에서 파이퍼는 이러한 배움의 과정을 여섯 가지 습관으로 설명한다. 관찰, 이해, 평가, 감정, 적용, 표현이다. 나는 이것이 단순한 학습 기술이 아니라 기독교 교육이 한 사람 안에 길러야 할 배움의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관찰이다. 잘 배우기 위해서는 먼저 잘 보아야 한다. 배움은 성급한 판단을 내려놓고 말씀과 세계를 주의 깊게 바라보는 데서 시작한다. 익숙한 것에서도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눈을 기르는 것이다.
관찰은 이해로 이어져야 한다. 본 것을 연결하고, 이유를 묻고,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여기에는 논리와 사고가 필요하다. 파이퍼가 말하듯 성경 안의 ‘그러므로’는 차가운 논리가 아니라 진리를 삶과 연결하는 통로이다. 기독교 교육에서 생각하는 힘은 진리를 깊이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훈련이다.
이해한 다음에는 평가하고 분별하는 일이 필요하다.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 선하고 악한지 판단하는 것이다. 오늘의 학생들은 수많은 정보와 주장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교육자의 역할은 모든 정답을 대신 말해 주는 데 있지 않다. 학생들이 진리의 기준을 가지고 질문하고 분별하도록 돕는 데 있다. 그 궁극적인 기준은 시대의 유행이나 개인의 선호가 아니라 하나님의 성품과 말씀이다.
그러나 분별은 지적인 판단에서 끝나지 않는다. 무엇이 참되고 선한지를 알았다면 그 가치를 마음으로 인정하고 합당하게 반응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기독교적 배움은 ‘무엇이 옳은가’를 아는 것에서 ‘무엇을 사랑해야 하는가’를 배우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것이 파이퍼가 네 번째 습관으로 감정을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이다. 성경이 바라보는 인간은 알고, 느끼고, 사랑하고, 행동하는 전인적인 존재이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하나님을 기뻐하는 마음으로 이어져야 한다. 선한 것을 사랑하고, 불의를 아파하며, 아름다운 것을 기뻐할 수 있어야 한다. 진리를 설명하면서도 그것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앎은 아직 온전한 배움이라 하기 어렵다.
이 대목은 교육자인 나에게 질문을 남긴다. 나는 학생들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만 확인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들이 무엇을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살피고 있는가. 그렇게 형성된 앎과 사랑은 적용으로 이어진다. 야고보는 “말씀을 행하는 자가 되고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자가 되지 말라”(약 1:22)고 권면한다. 기독교 교육에서 앎과 행함은 분리될 수 없다. 배운 진리가 관계와 선택에 영향을 주고 사랑과 섬김의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마지막은 표현이다. 자신이 관찰하고 이해하고 분별하고 느끼고 적용한 것을 말과 글로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주신 언어는 지식을 과시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진리를 나누고 다른 사람을 세우기 위한 선물이다.
이 여섯 가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보면 기독교 교육이 길러야 할 사람의 모습도 분명해진다.
잘 보고, 깊이 생각하고, 바르게 분별하며, 진리를 사랑하고,
삶으로 실천하며, 다른 사람에게 유익이 되도록 표현하는 사람.
새 학기를 준비하며 나는 이런 학생을 길러 내고 있는지를 묻게 된다. 대학생들에게 강의할 때에도, 어린 학생들에게 성경을 가르칠 때에도 이 질문은 다르지 않다.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얼마나 기억하는지만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깊어졌는지, 진리를 분별하고 사랑하며 살아갈 힘을 얻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리고 이 질문은 교육자인 나 자신에게 돌아온다. 기독교 교육자는 배운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자신도 여전히 배우는 사람이어야 한다.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를 관찰하고, 말씀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점검하며, 발견한 진리를 삶으로 살아 내야 한다. 그래서 새 학기를 시작하며 ‘이번 학기에 얼마나 많은 내용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다른 질문을 품어 보려 한다. 나는 학생들이 무엇을 보도록 돕고 있는가. 무엇을 깊이 생각하게 하고 있는가. 무엇을 분별하고 사랑하며 살아 내도록 가르치고 있는가.
진정한 기독교 교육은 모든 답을 대신 말해 주는 교육이 아닐 것이다.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를 주의 깊게 바라보게 하고, 말씀의 빛 아래 깊이 생각하게 하며, 참되고 선한 것을 분별하게 하고, 그것을 사랑하며 삶으로 살아 내도록 돕는 교육이다. 그렇게 본다면 배움은 지식의 축적을 넘어 하나님을 알아 가는 길이 되고, 그분이 지으신 세계를 기뻐하는 일이 되며, 이웃을 사랑하는 능력을 길러 가는 훈련이 된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배움은 예배가 된다.
새 학기, 다시 교실 앞에 서며 한 가지를 기억하고 싶다. 잘 가르치는 교사가 되기 전에 먼저 잘 배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를 바라보고, 말씀을 깊이 이해하며, 진리를 사랑하고 삶으로 살아 내는 배움에는 졸업이 없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배움은 평생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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