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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나 사모의 병아리 사모일기” (27) 사모의 딜레마

“김수나 사모의 병아리 사모일기” (27) 사모의 딜레마

김수나 사모 (루이빌 우리교회(KY))

사모의 딜레마

나는 요즘 말을 하다가 가끔 멈춘다. 대화 중에 남편을 언급해야 할 순간이 오면, 뭐라고 불러야 할지 잠깐 망설이게 된다. ’저희 남편이…’라고 해야 할지, ’저희 목사님이…’라고 해야 할지. 그 사이 어딘가에서 잠깐 머뭇거린다.

이전 교회에서는 사모님들끼리 남편을 ‘저희 목사님’이라고 불렀다. 그때는 그게 당연했고, 그 호칭 안에는 존경도 있었고 동지 같은 유대감도 있었다. 그런데 사역을 멈추고 신학교에 다니는 동안 어느새 그는 그냥 ‘남편’이 되어 있었다. 사모가 아닌 학생으로 돌아간 자리에서, 그를 목사님이라 부를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렇게 몇 년을 ‘남편’이라고 부르다가, 다시 사역의 자리로 돌아오니 이번엔 ‘저희 목사님’이라는 말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남편도 교회에서 나를 사모가 아닌 “제 아내입니다”라고 소개한다.

그런데 할머니 성도님들 앞에 서면 또 망설이게 된다. ’남편이…’라고 말하면 괜히 혼날 것 같고, 목사님을 남편이라고 부르자니 어디서 그런 말버릇이냐는 눈길이 느껴질 것 같다. 반면 젊은 성도님들 앞에서 ‘저희 목사님’이라고 하자니, 뭔가 거만해 보인다고 할까. 남편에게 극존칭을 쓰는 것 같아 쑥스럽다.

어쩌면 이건 사모가 아니면 잘 모르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나도 어떨 땐 이 마음이 이해되고, 어떨 땐 저 마음이 이해된다. 누구에게는 당연한 말이 누구에게는 어색한 말이 되고, 누구에게는 예의가 되고 누구에게는 불편함이 되기도 한다. 같은 사람을 두고 부르는 말 하나에 이렇게 마음이 나뉜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그래서 나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말을 고르면서도, 마음 한켠에서는 늘 같은 질문을 품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어떻게 불러야 하지?”

어쩌면 이건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 시대와 사람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균형을 찾아가는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짧은 멈춤의 순간마다, 내가 사모로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게 작은 말 하나에도 마음을 담아야 하는 자리라는 것을 다시 배우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이 고민의 이름을 붙여본다. ‘사모의 딜레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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