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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牧會斷想] 비상벨 소리

[목회단상 牧會斷想] 비상벨 소리
지준호 목사(헌츠빌 은퇴, 자유기고가)

비상벨 소리

“셰퍼드”

촉새가 다정하게 불렀다.

“왜 또”

“은퇴금으로 억억 소리 내며 다투는 소리가 들리고, 떠나고 싶어도 살 길이 막막해 은퇴하지 못하는 애처로운 소문도 떠돌고, 미리 은퇴금을 당겨쓰고 곤욕당하는 목사도 있다는데…”

룸의 공기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녀석들 모두가 머리를 흔들며 입을 다물어 버렸다.  마침내 두리번거리다 셰퍼드의 눈치를 본 꺽다리가 침묵을 깼다. 

“촉새 네 귀는 어떻게 생겨서 그런 부정적인 얘기만 들리냐?”

“셰퍼드가 걱정되어하는 말이야. 우리는 가족을 잘 먹여 살리려 땀 흘려 일하고, 노후 대책을 세우며 살고 있지만, 셰퍼드는 거꾸로 살잖아.  그런 친구를 타향에 홀로 두고 떠나며 너희들은 안쓰럽지도 안냐? 세상이 다 아는 가슴 아리게 하는 얘기를 나와는 상관없는 일들인 것처럼 모른척하는 꼴들을 보려니 원…..”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들이 모두 셰퍼드를 향했다.

말대가리가 촉새를 향해 눈을 흘기며 입술을 달가닥거렸다. 

“믿음이 없어서 일어나는 일들이야. 하나님이 어련히 알아서 챙겨주실까! 택하고 세우신 당신의 종들인데…. 그것을 믿지 못하니 걱정하고 이상한 수를 부리며 지저분한 소문이 떠돌게 하는 것 아니야!”

룸의 분위기가 아리송해졌다.

“너네 교회 담임 목사는 마음고생 깨나 하겠다.”

촉새가 장로인 말대가리를 한심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살아계시는 하나님을 온전히 믿고 살면 처음은 미약하나 나중은 창대케 되는 것이야.”

말대가리가 촉새를 향해 눈을 흘기며 반격의 화살을 날렸다.

“그러면,  은퇴 준비가 되지 않고 생활이 어려운 목사들은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야? 그들 중에 오히려 순수하고 진실한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촉새가 눈을 부라리며 재 반격의 화살을 날렸다.

“둘의 다툼이 비상벨 소리 같구나.”

셰퍼드가 공간을 날아다니던 화살을 멈추게 했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진실하게 사랑하며 사명을 감당하는데, 교회 작다고 이 사람이 깔보고, 저 사람은 함부로 말하는 것을 웃음으로 받아주며 목회하는 걸 보면서 너희는 아무렇지도 않단 말이야? 겉모양만 보고 차별하는 것을 보면서 속에서 불이 나야 하는 것 아니야?  교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도 어떻게 침묵만 하고 있느냐 말이야?”

촉새가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아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부채질하며 말했다.

셰퍼드가 빙그레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신앙을 업그레이드하라는 비상벨 소리라니까.”

“어떻게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데…..”

“듣고 감정을 뜨겁게 하는 신앙에서 보고 만지는 신앙으로….”

“어떻게 보고 만지는 신앙이 되느냐 말이야? 혼자만 경험하는 신비한 은사나 기적을 강조하는 건 아니겠지?”

“말씀 속에 있는 진리를 누구나 깨닫는 일이야. 그리고 그 진리를 우리들의 삶 속에 옮겨놓는 것이지. 그러며 진리이신 주님을 보고 만지게 되는 것이지. 원하고 구하면 경험하는 신비한 기적 같은 능력을. 그러면 자연히 사랑을 느끼게 되는 것 아니겠어? 인격도 변하고 세상을 보고 상황을 파악하는 눈이 밝아질 것이고, 지혜를 현실에 적용해 유능한 삶으로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 봐. 입맛만 다시게 하지만 말고.”

“그동안 신비와 기적을 바라며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울부짖고, 금식하며 밤새 기도를 했지. 그래서 교회가 부흥을 했어. 그런데 그렇게 부흥했던 교회가 지금은 쇠퇴하고 있어. 왜 그럴까?”

“그 왜의 답을 알고 싶단 말이야.”

촉새가 엄지와 중지를 튀기며 반응했다.

“욥처럼 듣기만 하던 신앙을 보고 만지는 신앙으로 승화시키는 것이지.”

“어떻게 보고 만지고 느끼는 신앙으로 승화시키느냐 말이야. 그것을 사모하여 얼마나 많은 신앙인들이 눈물 흘리며 기도를 했는데….  그런데 삶에선 성령의 열매가 맺히는 듯하다 곯아떨어지는 과일처럼 돼 버리고, 부흥했던 교회가 쇠퇴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유가 도대체 뭐야?”

“말씀 속의 숨겨진 진리를 이해해서 삶의 지혜로 삼아야 하는데, 그것을 찾을 줄도 신비한 기적의 도구로 쓸 줄 몰랐기 때문인 거야.”

“보이듯 말해 봐.”

“이스라엘의 12지파가 땅을 분배할 때, 레위 지파가 분배받지 못한 이유를 너 알아?”

“그거야. 성직을 훌륭하게 수행하기 위해선 먹고사는 문제에 구애받지 말아야 하기 때문 아니야? 그래서 11지파가 십일조를 내어 레위 지파를 먹여 살리며 성전에서 성직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게 하려 한 것 아니야?”

촉새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맞아. 그런데 어느 순간 십일조의 초점이 공동체에서 개인의 축복으로 옮겨져 버렸어.”

“왜 그렇게 됐을까?”

녀석들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셰퍼드의 입으로 모였다.

“말라기 3장 10절의 ‘만군의 여호와가 이르노라 너희의 온전한 십일조를 창고에 들여 나의 집에 양식이 있게 하고 그것으로 나를 시험하여 내가 하늘 문을 열고 너희에게 복을 쌓을 곳이 없도록 붓지 아니하나 보라’의 해석 이 문제가 된 거지.”

“십일조가 어떻게 우리들에게 복이 되게 하는지, 그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문자 그대로 개인의 축복으로 해석해 버린 것이란 말이지?”

“맞아. 땅을 분배받지 못한 레위 지파를 먹여 살리는 깊은 뜻이 십일조 안에 있단 단 말이야. 이스라엘의 신앙을 바르게 하기 위해 레위 지파가 온 마음과 정성을 쏟아야 하잖아. 그래서 정성스러운 십일조를 내어 성전을 운영하고 이스라엘 공동체의 신앙을 바르게 해야 하는데 십일조의 초점을 개인의 축복에 맞춰 버린 것이야.”

“아….! 성직자는 삶의 염려 없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말씀을 바르게 선포하고 가르치고 상담할 수 있어야 하는데, 되레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며 감정만 뜨겁게 하여 사람의 마음만 사려는 얄팍한 속 샘이 보이네.”

“생존의 압박이 느껴지는데 어떻게 마음껏 성직자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겠어!”

촉새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셰퍼드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을 맺었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알려주시는 진리를 가지고 맡기신 일도 하지만 사명 맡은 사람들을 책임 있게 사랑도 해야 하는 것이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소리를 듣고 있는 듯했다.

딩동 딩동 딩동, 교회 곳곳에서 울리고 있는 비상벨 소리를.

“그런데 지금 우리들의 상황에서 그렇게 되게 하려면 힘든 목회자들이 그때까지 지탱할 수 있을까?” 

“먼저 스스로의 삶을 준비할 수 없는 목사들의 입을 누군가 대신해 줘야지. 믿음만을 강조해서 스스로 자기들의 삶을 위해 무언가 해달라고 호소할 수 없는 입장을 당연히 알아야 할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설득해 줘야지. 그리고 마땅히 책임저야 할 가장 가까이에서 아파하는 이들을 돌 보게 해야지.”

“그럼에도 자기는 좀 형편이 된다고 ‘은퇴 준비를 해야 한다’라고 닦달을 하고 있으니….. 지금 먹고살기도 버거워하는 사람들에게 은퇴 준비하라고 야단치듯 하면 듣는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이나 해 보았어?”

“그래서 선교 헌금을 여기저기 보낼 때 담임 목사님의 눈빛이 한없이 외로워 보였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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