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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牧會斷想] 천국에서 익어가는 행복

[목회단상 牧會斷想] 천국에서 익어가는 행복

지준호 목사(헌츠빌 은퇴, 자유기고가)

천국에서 익어가는 행복

천국은 온갖 보석들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고 하는데, 아름다움만 있는 곳에서 아름다움의 가치가 느껴질까? 근심 걱정 미움이 없는 곳이라고 하는데, 평화만 있는 곳에서 평화를 누리는 기쁨이 있을까? 먹고 살 염려 하나 없는 풍족한 곳에서의 삶이 과연 행복할까? 행복이란 생존 본능과 욕망을 성취하고 가치를 높이며 맛보는 것인데… 그리고 어부가 그물치고 많은 고기를 잡는 것으로, 최고급 진주를 찾아 기뻐하는 장사꾼으로 묘사되는데, 천국은 진행형일까? 완료형일까? 진행형이라면 완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도대체 천국은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논리 정연한 대답을 하는 신앙인은 얼마나 될까? 목표가 분명치 않아도 신앙생활을 바르게 할 수 있을까? 질문의 답과 함께 알쏭달쏭한 신비의 늪에서 빠져나와 갈등을 털어내고 행복을 익히는 천국을 누린다.

사고력과 분별력과 창의력이 커지는 만큼 높아지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기대하며 외손주들 돌봄을 한다. 피붙이와 어우러지는 생명력의 달콤함을 맛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딸과 사위 손주들과 다투며 ‘뿌리째 옮겨심긴 고목’의 서러움을 겪는다. 그러나 무한한 시간을 만난 서러움과 외로움이 어설픈 너그러움 뒤로 숨고 딸과의 서먹함을 해소할 용기가 솟는다. 이에 힘입어 한가로운 시간 가족 사랑을 회복할 꿈을 품고 딸에게 “대화하자” 제안했다.

딱딱한 식탁에 둘러앉아 서먹한 분위기를 살갑게 하려 커피를 나눠마시며 시시껄렁한 수다를 떨다 한 말이 툭 튀어나온다. “난 머물던 자리에 너절한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애쓰며 살았다.” 아침에 일어나 침구를 깔끔하게 정돈하고, 샤워 후 베쓰 탑과 세면대를 말끔히 닦으며, 자녀들에게 누 되지 않고 오히려 희생하며 돕고 있고, 목회하다 깔끔하게 은퇴한 것을 인식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말이었다.

빙빙 돌리는 대화법을 꼬집듯 딸은 차갑고 직설적인 말로 응수한다. “그렇지 않아 아빠, 아빠가 다녀온 화장실에는 늘 흔적이 남아 있어. 아빠가 사용한 접시도 싱크대에 매일 똑같은 모양으로 있고…” 인식하지 못했던 허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구체적이고 분명한 사실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당황하는 나를 아예 TKO를 시키려는 듯 이어지는 고백에 멘붕이 온다. 자신과 아무런 상의 없이 이사 온 것과 엄마 아빠가 목회하며 부부 싸움할 때 받은 상처로 아직 미워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가면 쓴 목회자라 여기고 있단다.

회복되려 시작한 대화였는데 불에 기름을 부은 듯하다. 자신을 도우려 온 것에 감사하며 존경스러운 목회자로 여길 것이란 기대는 터무니없는 착각이었다. 머리가 멍하다. 어느 가정에서나 흔히 있는 부부 싸움에 이렇게 큰 상처를 입고 상황 모두를 비틀어지게 보고 있다니! 그동안 예의 바르고 친절한 말들은 내숭이었단 말인가? 아빠와 딸이라서, 사랑하니까, 진심을 알 것이라 믿고, 신뢰하는 관계라 여기고 산 어리석음에 어지러움을 느낀다. 피를 나눈 가족인데 소통이 되지 않아 이렇게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다니!

할 말을 잃은 침묵 속에서 잃어버린 가족 사랑 찾을 방법이 연한 새싹처럼 움튼다. 소통되지 않는 상태로 아들딸을 양육하며 무지와 오해로 주고받은 상처를 나누는 일이 먼저라는 소리가 내면에서 인다. 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질문하고 다시 듣고 또 듣는다. 나를 완벽하다 여기고, 서로 다른 감정과 상황을 무시하고, 사랑이란 명분으로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명령하며 욕심 찬 기대를 하고 살아온 내가 보인다.

부모는 자녀를 조건과 기대 없이 희생하며 양육하고, 자녀는 이 은혜를 헤아려 알고 감사할 때 동물과 다른 존재 가치와 행복을 누리는 것인데… 난 거꾸로 했다. 부모로는 욕심에 찬 기대를 품고 희생하며 자녀 양육을 하고, 자녀로는 나에게 베풀어진 부모의 은혜를 깊게 헤아리지 않으며 당연하다 여기고 살았다. 그리고 다른 감정과 지식과 경험과 성격을 가진 허점 많은 존재가 서로 다투지만 정직한 대화로 소통하며 사랑과 인격을 익히며 선 한 길로 인도받아야 하는데, 정직한 대화도 하지를 않았다. 오히려 권위가 땅에 떨어진 잔소리로 자녀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며 교육 효과가 없다고 실망을 얼마나 했는지! 고도로 발전하는 과학스러운 문화의 세상을 넋 놓고 쫓아가며, 사랑하는 가족에게 기대하는 실망으로 아파하며 그 원인을 타락한 세상과 세대 차에 돌리며 한숨 쉬며 살았다.

어리석음과 미안함 그리고 진심과 미세한 감정과 꿈을 세세하게 나누며 영혼이 소생함을 느낀다. 불의를 상대해 싸울 때, 어려움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결단할 때, 높은 존재가치를 느끼게 하시며 신비한 에너지를 주시고, 아름다움이나 자연스러운 질서와 의로움을 볼 때 평화로움을 느껴 너그럽고 여유 있어지고, 사랑을 위해서는 자신의 희생을 도리어 행복으로 여기며 헌신하며 섬기게 하시며, 거짓을 말할 땐 스스로 기죽어 비천해지게 하시다 그래도 계속할 땐 콧등에 땀까지 나게 하시는 공감의 언어를 들으며…..인간의 손과 지식과 감정에 더 많이 의지해야 하는 변화된 환경도 보인다.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화된 사회에서 치열해진 생존 경쟁으로 형성된 이기적인 문화와 가치관으로 핵가족을 선호하다 결혼을 회피하고, 아이를 낳아 양육하기를 포기하며 자연스러움을 거스르며 공감되는 언어를 잃어버린 세상.

뿌리째 뽑혀 옮겨 심긴 고목이 된 서러움 가운데 인도받음과 사랑의 음성을 들으며 천국을 누리게 하시는 사랑이 보인다. 그리고 이때 들리는 공감의 언어가 할아버지와 아들딸 그리고 어린 손녀 손자 사이의 세대 차와 지식과 능력과 성격의 다름을 이해하고 어우러지게 하여 능력 있고 가치 있는 삶이 되게 함이 느껴진다.

천국을 분명히 알고 누리기 원하는 제자들에게 “천국은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할 것이 아니고 너희 안에 있다”라고 하시는 말씀이 새롭다. 하나님의 영이 지배하는 곳이 천국이고, 사랑과 진리에 의하여 평화롭고 아름다움에서 오는 행복이 익게 하는 삶에서 경험하는 진행되는 천국을 크고 넓게 하다 온전한 천국을 소유하는 것인데…머릿속에 있는 알량한 데이터와 감정에 따라 선택하고 결정하며, 힘겨울 때면 전지전능하신 능력을 구하고, 만족한 것이 있으면 감사하고, 거룩한 모습으로 율법을 지키며 살려고 애쓰다 위선자 되어 있음을 보고 외로움에 빠지곤 하며 동물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하게 할 뻔한 스릴을 느낀다.

가족의 친밀한 대화를 통한 사랑이 깊어지고 하나님이 지으신 아름다운 세계에 감격하며 행복을 딸 집에서 익혀가는데 소문이 났는가 보다. 며느리가 자기 집에 출장와 달라고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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