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회 목사의 삶, 안목, 리더십] 아프리카 교회의 리더십 문제
정태회 목사 – D.C.M.i 대표(미주)
아프리카 교회의 리더십 문제
약 40여 명의 아이보리코스트와 차드의 목회자가 현재 아프리카가 직면한 목회 리더십의 문제를 논의하였다. 이 논의 끝에 그들은 19가지 아프리카 목회 리더십의 문제점을 찾아내었다. 이 19가지 문제점 중 가장 많이 득표한 문제점은 열심히 뛰는 것은 사실이나 열매가 없고, 메시지의 깊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단지 아프리카 목회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목회자의 고민이며 한국 목회자의 현실이다. 물론 “열심히 일한다”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 말의 뜻을 분명하게 정의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사람은 지칠 정도로 바쁘게 뛰었다는 것을 열심히 일한 것으로 착각할 것이다. 우선순위와 전략이 분명하지 않다면 인간은 중요한 일에 초점을 맞추어 일하는 대신 다급한 일 중심으로 일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다급한 일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실력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그냥 발등의 불을 껐을 뿐이다.
파레토 법칙이 무엇인가? 위키백과는 파레토 법칙을 “전체 결과의 80%가 전체 원인의 20%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가리킨다”라고 정의한다. 우리의 목회 현장에 적용해 보자. 교회 일의 80%는 교인 20%의 헌신으로 이루어진다. 교회 예산의 80%는 20%의 교인들이 드린 헌금이다. 정부도, 기업도, 교회, 가정도,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의 20%가 80%의 열매를 가져온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효과적인 리더는 그저 바쁘게 열심히 일할 것이 아니라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우선순위에 맞게 분배하여 전략적으로 일해야 한다. 모든 일을 다 잘하려는 열정 대신 가장 중요한 20%의 일에 초점을 맞출 때 80%의 열매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80%의 일은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20%의 결실밖에는 가져오지 않는다. 이런 일들은 리더를 바쁘게 할 뿐, 일의 효과라는 측면에서 볼 때 “영양가” 없는 일들이다. 그렇다면 이 80%의 일들을 타인에게 위임할 수 있어야 효과적이며 지혜로운 리더이다.
아프리카의 목회자들은 연이어 이렇게 말했다. “위임할 사람이 없습니다.” 솔직한 고백이다. 믿고 일을 맡길 만한 리더가 없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리더십> 이라는 학문적 관점에서 내 주변에 리더가 없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나 자신이 리더가 아니기 때문에 내 주변에 리더가 없다. 존 맥스웰은 이것을 “자석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리더는 마치 자석처럼 또 다른 리더를 끌어당긴다. 나의 리더십 자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많은 리더가 나에게 끌려온다. 대상 27:1-34은 다윗 내각의 이름을 나열한다. 이 리스트를 읽어보면 다윗 주변에 얼마나 많은 탁월한 리더들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왜 다윗의 휘하에는 이런 리더들이 있었는가? 바로 다윗 자신이 탁월한 리더였기 때문이다. 나의 리더십 역량이 3이라면 나와 함께 협력할 사람들의 리더십 역량은 2 이하이다. 다시 말해 이들은 믿고 일을 맡길만한 인물들이 아니다. 리더가 자신이 이끄는 조직에 가장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리더 자신을 탁월한 리더로 꾸준히 성장시키는 것이다.
내 주변에 리더가 없는 두 번째 이유는 내가 리더를 훈련하여 키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힘에 부쳐 지칠 정도로 열심히, 바쁘게 일한 대부분의 리더는 우선순위에 따라 20%의 가장 중요한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했다기보다 발등의 불을 끄기에 바빴을 것이다. 리더 양육은 중요도로는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이것을 하지 않았다고 당장 교회에 문제가 생길 일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리더 양육은 설교 준비, 심방 등 다급한 일의 횡포에 밀려 언제나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또 하나 목회자들이 리더를 양육하지 않는 이유는 혹시 리더를 키워낸 이후 이로 인해 자기 자신이 리더십을 잃을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라고 아프리카의 목회자들은 지적했다. 이것 역시 단지 아프리카 리더들 만의 문제는 아니다. 위임하려면 훈련하여 세운 다음 직위와 권한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였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리더십의 전이가 두렵다면 리더를 훈련하여 세우는 일을 할 리가 없다. 그래서 교회의 구조는 목사가 모든 것을 다 해야 하는 구조로 굳어져 간다. 그리고 그런 구조에서 목사는 힘에 부쳐 지칠 정도로 뛰어야 하며 그 결과 열심히 뛰었으나 열매는 없다.
열심히 뛰었으나 메시지의 깊이가 없는 것은 열심히 뛰었기 때문이다. 메시지의 깊이는 꾸준한 연구 생활과 정비례한다. 몸으로 뛰기 바쁜 사람이 언제 차분하게 앉아 깊이 있는 연구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설교 준비가 아닌 자기 발전을 위한 연구를 깊이 하면 할수록 목회자에게 실력이 쌓인다. 충분한 실력이 쌓이면 설교 준비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설교와 관계없이 성경을 오래전부터 연구해왔기 때문이다. 연구와 설교 준비는 설교자의 주간 우선순위에 넣어야 할 중요한 일이다. 발등에 붙은 불을 끄듯이 서둘러야 할 다급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토요일 아침에 설교를 준비하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 설교 준비는 중요한 일이 아닌 다급한 일이 된다. 다급한 일은 아무리 많이 처리해도 실력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오래 설교했지만, 본문을 보는 설교자의 안목과 실력이 늘지 않았다면 언제나 다급하게 설교를 준비하지 않았나 고찰해 보아야 한다. 챔피언은 시합 날 링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연일 계속되는 꾸준한 훈련이 챔피언을 만들다. 챔피언은 단지 링에서 자신이 챔피언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뿐이다. 당신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권투 시합인가 시합을 위한 훈련인가?
아프리카 일정을 마치고 목회자들 피드백을 들었다. 그중 한 목회자의 말을 잊을 수 없다. “목사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죽도록 일했으나 아무런 열매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몸도 마음도 지쳐 있어서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친 목회자는 결코 교회와 사역을 일으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