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관 목사의 목회의 길에서] “스몰 웨딩이 유행입니다”
이수관 목사 – 휴스턴 서울교회(미주)
“스몰 웨딩이 유행입니다”
십년도 훨씬 넘은 일입니다. 어느 날 잘 아는 분의 자녀가 결혼했는데 주변에 알리지도 않고 사람들을 초청하지도 않고 결혼식을 한 것입니다. 속으로 약간 놀라며 ‘왜 그랬을까…?’ 했는데 그때 들었던 말이 스몰 웨딩(Small Wedding), 즉 작은 결혼식이었습니다. 자녀들이 스몰 웨딩을 원하고 부모에게는 대여섯 자리도 채 안 주어서 어쩔 수 없더라는 것입니다. 그 후로 스몰 웨딩이 조금씩 유행이 되더니 이제는 완전히 대세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먼저 말씀드릴 것은 스몰 웨딩으로 치르신 분들에게 섭섭함을 느껴서 하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또 비난으로 듣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녀들이 원하는 요즈음의 추세이기 때문에 다른 선택이 없었다는 것을 잘 압니다. 다만 목회자는 유행을 살펴야 하는 사람이기에 오늘날의 유행을 생각해 보는 것이니 그런 의미로 생각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이 스몰 웨딩을 주장하는 이유는 우선 이것이 자신들의 결혼식이라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결혼식에 왜 자신들을 잘 알지도 못하는 부모님의 지인들이 참석하느냐는 것이지요. 그들은 인사치레로 올 뿐이지 마음속 깊이 본인들을 축하해 주지 않을 것이므로 정말 본인들을 잘 아는 사람들만 초대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규모의 사람들과 함께 예쁜 곳에서 결혼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의 구석구석에는 옳지 못한 생각이 들어있으며, 동시에 공동체의 가치를 무너뜨리고 편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오늘날의 잘못된 세태가 반영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선 무엇보다도 결혼식의 주인공이 결혼하는 두 사람이라는 생각은 잘못되었습니다. 절대 그들만의 결혼식이 아닙니다. 물론 적당한 연령이 되었을 때 사랑하는 짝을 만나서 결혼하는 그들이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인생의 초반기 때에 그들을 낳아서 수많은 어려움을 겪고 희생을 치르며 20~30년을 길러준 부모가 자기 자녀를 결혼시키는 날입니다. 따라서 그들의 결혼식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분명히 부모님들의 결혼식입니다.
따라서 부모님들도 당연히 친구들을 초대해서 내 자녀의 결혼식을 함께 즐기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고, 이것은 당연히 누려야 할 부모님들의 자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자녀들에게 분명히 이것은 너의 결혼식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결혼식이기도 하고, 너에게 중요한 만큼 우리에게도 중요한 행사라는 말을 분명히 해 주어야 합니다.
또 결혼식에는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마음속 깊이 축하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맞지 않습니다. 우리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함께 해온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같은 교회에서 함께 자녀들을 키워왔기 때문에 서로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록 그들을 속속들이 알지는 못한다고 해도, 결혼식에 참석해보면 진정한 감동과 감사가 있고, 진정으로 축복하게 되어 있습니다.
즉 결혼식은 공동체의 경사인 것입니다. 그런 공동체의 경사에 예수님은 참석하셨고, 물을 포도주로 만드는 기적을 베푸셨습니다. 만약 그때 결혼이 스몰 웨딩이었다면 예수님의 기적도 없었을 것입니다. 자기와 친한 몇 사람이 모인 결혼식에 비해서 이렇게 공동체 식구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려 주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선호하는 예쁜 결혼식장은 비즈니스를 위해서 꾸며 놓은 곳입니다. 사진은 잘 나올지 모르지요. 하지만 사진을 진정으로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어디서 누구와 함께했느냐는 사실에 좌우되는 법입니다. 내가 몸담고 있는 교회의 예배당에서 모두 한 마음이 되어서 꾸미고, 함께 모여 치루는 결혼 예식이라면 그것이 훨씬 더 아름다운 결혼식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