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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수다(15) – 커피를 마시지 않는 이유

목회수다(15) – 커피를 마시지 않는 이유

김영하 목사(샬롬선교교회, 미주)

커피를 마시지 않는 이유

한국과 미국에서 개척해 본 나의 경험으로는 미국에서의 목회가 훨씬 어려웠다. 한국에서 목회할 때는 사례비는 적었지만, 교인들과의 유대감이나 밀착도가 높았기에 상대적으로 만족감이 놓았다. 반면에 미국에서의 목회는 개인적인 생활을 중시하는 문화 때문인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뿐 아니라, 생활면에서도 매달 아파트 월세를 내야 했기에 경제적인 압박감이 매우 컸다.

나는 미국에서 교회를 개척한 후 10여 년간은 사례비를 제대로 받지 못했기에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목회 초기, 매주 화요일이면 인근 M 버거에서 햄버거를 1불에 팔았는데 그것을 하나 사서 13살 된 아들과 8살 된 딸에게 반씩 나누어 주면, 아들은 양에 차지 않는지 더 먹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나도 하루 종일 노동을 하고 돌아와 아무것도 먹지 못한 터라 시장기를 느꼈지만, 아들의 갈망하는 눈동자를 억지로 모르는 체하는 것이 더 괴로웠다.

그 어느 곳에서도 지원을 받지 못한 나는 최대한 소비를 제한해야 했기에 스스로 먹는 것을 줄이고 생활을 단순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자동차 타이어의 철선이 다 보일 정도로 타고 다녔고 엔진 실린더가 고장이 나도 그대로 운전하다가 고속도로에서 멈춘 적도 몇 번 있었다. 에어컨이 망가진 것은 창문을 열고 다니면 그럭저럭 견딜만했는데 히터가 고장 나서 겨울에 비가 올 때는 뿌연 습기를 제거하려고 창문을 열고 운전할 때는 빗물이 얼굴에 닿아서 서러움이 복받쳐 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저녁에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성경공부를 했으나 교회가 쉽게 부흥이 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남들처럼 어디를 놀러 가거나 하다못해 식구끼리 외식을 하는 것도 사치로 느껴졌다. 조금만 헛돈을 써도 생활이 유지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 습관이 돼서 그런지 지금도 나를 위한 돈은 거의 쓰지 않는다. 당연히 골프도 치지 않고 커피도 마시지 않는다. 외식도 손님을 대접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도움의 요청이라도 거절하지는 않고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반드시 보내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교인들이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해서 헌금을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큰 은혜였다. 한국에서는 예배시간에 봉헌기도를 할 때 간절히 기도했는데 여기서는 간절함을 넘어 눈물을 흘리며 한다. 뼈를 깎는 아픔을 겪으며 번 돈임을 나의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생한 교인들이 헌금한 돈을 사용하기에 나를 위해서는 1불이라도 아껴 쓰려고 나는 아직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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