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사모의 ‘교회 장애교육’(26) 예수님만이 답
홍경아 사모(미주)
아리조나한인교회, 현 공립초등학교 특수교사
예수님만이 답
공립 학교에서 일하다 보니, 답답하고 속상한 일들이 종종 있다. 풍부한 자료들과 다양한 전문가 선생님들 그리고 과학적인 접근법 등, 한국에서 교사로 일하던 때보다 풍부한 자원과 전문가들에 둘러싸여 일하고 있지만, 진정한 가르침과 배움은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많다. 처음에는 미국 교육 환경의 풍요로움에 매료되어 이러한 결핍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일한 지 4년이 넘어가니 예수님이 없는 곳에서 느껴지는 공허함과 열매 없음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성탄이 다가오는 12월. 학교에서는 성탄과 관련된 것들을 전혀 볼 수 없다.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나 성탄과 관련된 장식물들은 들을 수도 볼 수도 없다.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에 해피 홀리데이라고 이야기하고, 예수님 대신에 눈사람이나 요정 또는 겨울 눈 장식 등이 여기저기 보일 뿐이다. 할로윈과는 사뭇 대조되는 분위기이다. 할로윈 때에는 여기저기에 무서운 눈의 호박과 각양각색의 괴물들이 학교 구석구석 자리를 차지하였는데 말이다. 학생들에게 예수님의 탄생과 이와 관련된 아름답고 신비한 이야기들을 전하고 경쾌하고 신나는 캐롤을 함께 부르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참 아쉽다.
그런데 이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을 훈육할 때,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악한지,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른지를 판단할 기준이 모호하고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학교에서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은 “안전”이다. 나와 타인에게 안전하지 않은 모든 것이 “악”이다. “악”을 저질렀을 때 학교에서 할 수 있는 훈육 방법은 “Positive Behavioral Intervention Strategies”라는 것이다. 이것은 당근을 주어서 선한 일을 하게끔 동기화하는 것이다. 즉 “안돼”, “아니오”라고 말하기보다는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상을 주거나 칭찬해서 학생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방법이다. 처음 이 방법을 접했을 때는 매우 신선하고 인격적인 방법으로 느껴졌다. 무지막지한 체벌과 선생님들의 폭언에 익숙한 환경에서 학생 시절을 보낸 나는 공립 학교의 이러한 훈육 방법이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지금도 이 방법의 장점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간의 “죄”의 문제를 간과하고 그 현상만을 다루는 이 방법으로는 학생들이 진정하게 회개하지 않고 또다시 같은 잘못과 실수를 아무런 죄책감 없이 저지르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마이클과 제이슨은 서로 앙숙이다. 둘 다 정서장애가 있다. 마이클은 욕을 잘하고 공부하지 않으려고 늘 뺀질대며 친구들과 선생님을 함부로 대한다. 제이슨은 욱하는 성격에 감정 조절을 잘하지 못한다. 착하고 온순하지만, 화가 났을 때는 분노를 폭발하고 폭력적인 성향을 나타낸다. 작년에 마이클은 제이슨을 뚱보라고 놀렸다. 제이슨은 참았다. 마이클은 스티커를 받지 못했다. 착한 행동을 할 때마다, 아니 나쁜 행동을 하지 않을 때마다 스티커를 받고, 이 스티커를 모아서 상을 받게 되는데, 이 사건으로 여기에 지장이 생겼던 것이다. 새 학년이 되어 제이슨의 마이클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였다. 제이슨이 주먹으로 마이클의 옆구리를 후려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두 학생 다 장애가 있기에 정학이나 그 밖의 무거운 처벌을 받지 않았다. 대신 제이슨도 스티커를 받지 못했다. 좋아하는 활동 한 개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요즘 제이슨은 마이클에게 악행을 일삼는다. 공연히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가 하면, 마이클을 놀리고 밀친다. 제이슨은 이렇게 말했다. “마이클은 입이 더럽고 못 됐어요. 제가 마이클에게 복수하는 것을 아마 다른 아이들이 고마워할걸요.” 마이클은 그 상황을 친구들이 빤히 보고 있기만 하고 아무도 편을 들어 주거나 말리지 않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나 또한 두렵다. 최대한 보조 선생님을 이들 곁에 배치하여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감시하고 있지만, 이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인다. 한계가 보이는 것이다. 이 두 학생에게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를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마이클과 제이슨에게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의 예수님을 전해주고 싶다. 함께 손을 맞잡고 기도하고 싶다.
요즘 학교는 난리다. ADHD를 지닌 학생들이 많이 복용하는 Ladder라는 약이 공급부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머리는 풀어 헤쳐져 있고, 글씨는 삐뚤빼뚤, 의자에서 넘어지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난리도 아니다. 어린 나이부터 약에 의존해야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약을 먹는 것을 반대하지도 않고, 그 효과도 눈으로 확인하고 있지만 학생들과 그 가족들의 삶 전체가 약 한 알로 좌지우지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모든 교육과 치료의 시작과 끝은 기도이다. 예수님이다. 학생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