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사모의 ‘교회 장애교육’(24) 귓구멍부터 뚫어라!
홍경아 사모(미주)
아리조나한인교회, 현 공립초등학교 특수교사
귓구멍부터 뚫어라!
나이가 들수록 먼저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는다. 동시에 그동안 내가 얼마나 남이 하는 말을 한 귀로 흘려듣고 내 멋대로 지레짐작했는지도 느끼고 있다. 영어를 공부하면서 한가지 길러지고 있는 태도는 온몸과 마음을 집중해서 상대의 말을 들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감기가 들거나 몸이 피곤하면 그나마 들리던 영어도 잘 안 들리고 무슨 말을 하는지 통 모르겠는 상황이 온다.
특수교육을 공부하면서 깨달은 놀라운 사실이 있다. 바로 난독증의 원인은 “보기”에 문제가 있어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듣기의 문제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청력에 문제가 있어서 난독증이 생긴다는 뜻이 아니라 듣기와 관련된 뇌 신경의 이상이나 그 밖의 원인을 알 수 없는 요인으로 음가를 식별해서 듣지 못해서 시작되는 것이라는 뜻이다. 음가를 정확히 구별해서 듣지 못하면 음운이나 음가를 상징하는 자음과 모음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결국 읽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난독증이 있는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하는 읽기 교육은 정확한 음소, 음가를 반복적으로 들려주며 인식하게 하고 그다음에 그 음소와 음가를 문자와 연결하여 익히게 한다.
이러한 현상과 상관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옛날에 개그맨들이 팝송 개그라고 해서 팝송 가사를 우리말과 연결 지어 그럴듯하게 해석했던 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All by myself”를 “오빠 만세”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영어를 처음 배울 때, 또는 영어에 익숙하지 않을 때, 영어의 기본적인 음가를 식별하지 못하므로 단어나 문장이 우리말에 있는 음가나 음소 중 비슷한 것으로 대치하여 들어 “오빠 만세”처럼 듣게 되는 것이다. 소리를 제멋대로 해석해 버리는 것이다.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분명 본질적인 내용을 전달했는데도 계속해서 자기의 생각과 상상력을 거침없이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3초 전에 이러저러해서 당신의 의견은 이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점잖게 말씀드렸는데도 고장 난 라디오처럼 자기의 생각을 마치 신대륙 발견만큼이나 위대한 일인 양 거침없이 이야기하고 이에 더 나아가 도전적인 질문까지 던지는 것이다. 마치 나는 “All by myself”라고 말했는데 그 성도는 “오빠 만세”라고 듣는 것과 유사하게 느껴진다.
여기까지는 양반이다. 왜냐하면 누구나 이러한 실수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나도 그동안 살면서 “All by myself”라고 하나님께서 그리고 목사님께서 말씀하시는 소리를 “오빠 만세”로 듣고 혼자 신나 하거나 아니면 혼자 억울해했던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한번 잘못 듣고 잘못 예측한 내용을 바탕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판단과 질책, 개선안을 토해내는 것은 정말 참기 어렵다. 내가 들은 것은 완전히 진리이고 네가 듣거나 말한 것은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속이 부글부글 끓고, 손끝이 차가워지는 것을 경험하지만, 과거에 나도 저런 모습이었겠거니 하고 그냥저냥 넘어간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하나님께서 성령의 드라이버로 귓구멍을 뚫어 주시도록 중보 기도를 날리는 수밖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혹시 내가 기도회에서 유달리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바로 성령의 날카로운 귀 뚫기 드라이버를 구하는 중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수천 년 전에 예수님은 이미 이러한 인간의 경향을 아시고 여러 번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어라”고 반복해서 말씀하셨다. 귓구멍부터 열려야 배움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달은 나는 다시 한번 예수님의 위대함을 느낀다. 귓구멍이 열려야 똑바로 듣고, 바르게 들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고, 제대로 읽어야 지식을 습득할 수 있으며 지식을 쌓아야 지혜가 생긴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