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의 문학의 숲에서 만나는 진리의 오솔길] 기독교 문학 산책 생텍쥐페리의 “미소”
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대표)
생텍쥐페리의 “미소”
프랑스의 소설가 생텍쥐페리는 ‘미소(La Sourire)’라는 아주 짧은 단편을 남겼습니다. ‘미소’의 주인공 ‘나’는 전투 중에 포로가 되어 감방에 갇힙니다. 여러 형편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곧 처형되리라는 걸 직감합니다. 포로가 되어 적군에 의해 죽게 될 운명을 맞이한 것입니다.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면서 주인공은 극도로 예민해집니다. 죽음을 생각하니 맘이 불안하고 공포가 엄습합니다.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 안절부절못합니다. 마음이 복잡하고 온갖 상념이 머리를 가득 채웁니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죽음을 직면하니 고통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이기려고 담배를 피우려고 담배를 찾습니다. 호주머니를 샅샅이 뒤져 보니 담배 한 개비가 있었습니다. 너무너무 반가웠습니다. 담배를 피우려고 담배를 입에 물려고 하는데 너무 긴장하여 손이 파르르 떨립니다. 손이 너무 떨려서 담배를 입에 물기도 힘듭니다. 가까스로 담배를 입에 물고 담배에 불을 붙이려고 하는데 불이 없습니다. 모든 불은 간수에게 이미 빼앗겼습니다.
감방 안을 뒤지며 불을 찾아보지만 아무리 찾아도 불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간수에게 불을 구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창살 너머 간수를 바라봅니다. 간수는 눈을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용기를 내어 간수에게 말을 겁니다. “혹시 불이 있으면 빌려주세요?” 간수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담뱃불을 붙여주기 위해 다가왔습니다. 간수가 가까이 다가와 성냥을 켜는 순간, 무심결에 간수와 시선이 마주쳤습니다. 바로 그 순간, 주인공은 자신도 모르게 간수를 향해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냥 엉겁결에 입가에 띄워진 엷은 미소였습니다.
멍하니 서 있던 간수는 자신을 향하여 미소 짓는 주인공(죄수)을 보고 엉겁결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간수 자신도 죄수를 향해 미소를 지었던 것이었습니다. 간수와 죄수가 미소를 교환한 것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간수와 죄수가 서로의 마음에 미소를 남긴 것이었습니다. 짧은 미소로 간수는 마음의 긴장이 풀렸습니다.
간수는 담배에 불을 붙여주고 나서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포로요 죄수요 적군이었지만 미소를 주고받고 나니 묘한 교감이 두 사람 사이에 있었습니다. 간수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담배를 맛있게 피우는 주인공(죄수)의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또 눈이 마주치자 죄수(주인공)를 향해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미소를 주고받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미소가 교환되면서 서로 적군이라는 현실 그리고 간수와 포로라는 현실을 넘는 모종의 공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적대감이 사라지고 긴장감마저 없어졌습니다. 미소를 통해서 두 사람은 동등한 인간으로의 교감을 갖게 된 것이었습니다.
물끄러미 미소로 바라보던 간수가 문득 죄수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에게 자식이 있소?” “그럼요, 있습니다.” 죄수는 대답한 후에 떨리는 손으로 지갑을 꺼내 허둥지둥 가족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간수도 자신의 아이들 사진을 꺼내 보여주면서 앞으로 계획과 자식들에 대한 희망 등등을 이야기했습니다. 간수의 이야기를 들으니 가족들이 더 보고 싶어졌습니다. 죄수는 서러움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죽음을 앞두니 가족들이 눈물 나도록 그리운 것이었습니다.
울고 있는 주인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간수에게 주인공은 진심을 털어놓습니다. 자신이 가족을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렵다고 간수에게 고백했습니다. 자기 자식들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간수의 눈에도 눈물이 어른거렸습니다. 아마도 간수는 자신의 자녀들과 자신의 가족들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갑자기, 간수는 아무 말 없이 일어나 감옥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감옥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무런 말 없이 죄수를 이끌고 감옥을 빠져나가 뒷길로 해서 마을 밖까지 안내했습니다. 마을 끝에 이르러 간수를 죄수의 수갑을 풀어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간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뒤돌아서서 감옥이 있는 마을로 혼자 걸어갔습니다. 그 간수는 주인공(죄수)이 탈출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한 것입니다. 그길로 주인공은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 번의 미소가 생명을 구한 것입니다.
생텍쥐페리는 여러 번 참전했고, 그 경험을 작품에 녹여냅니다. 2차 대전에는 조종사로 자원해서 참전했습니다. 1944년 코르시카에 주둔한 정찰비행대에서 활약하던 생텍쥐페리는 일곱 번의 정찰비행 후에도 계속 비행을 하겠다고 상관을 졸랐습니다. 1944년 7월 31일, 그는 여덟 번째 비행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 ‘인간의 대지’ ‘야간비행’ ‘성채’ 등의 작품으로 전 세계인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생텍쥐페리의 작품 세계는 대부분 비행사였던 자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쓰였습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어린 왕자’ 역시 사하라 사막에서 추락한 비행사가 만난 한 소년과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본 작품의 ‘미소’는 자신의 처절한 참전 경험을 통해 경험한 휴머니즘을 그리고 있습니다. 생텍쥐페리는 전쟁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인간애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삭막한 전쟁터에서 입가에 번진 미소 하나로 깊은 교감을 나누고 서로의 처지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살벌한 전쟁의 현장에서도 유통되는 휴머니즘이 미소를 통해서 꽃피고 있다는 것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