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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희 사모의 가정상담칼럼]
갈등의 진원지

<span style=" font: bold 0.8em Nanum Gothic, serif ; color: green;">[심연희 사모의 가정상담칼럼]</span> </br><span style=" font: bold 0.5em Nanum Gothic, serif ; color: fuchsia;">갈등의 진원지</span>

심연희 사모(RTP 지구촌 교회,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미주)

갈등의 진원지

바이러스로 인해 이전의 삶이 완전히 뒤바뀌면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모임이 자제되고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고립된다. 고립과 단절,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심이 우리의 삶을 짓누르고 있다. 이런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가족의 몫이 되고 있다. 갈등과 싸움의 원인 중에는 서로 붙어있는 시간과 거리도 포함된다. 제일 가까이서 제일 많이 얼굴 보는 사람, 시간을 많이 보내는 사람일수록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서로에게 가까운 사람이라 부부가 다투고, 노상 붙어있으니 형제가 치고받는다. 가족이라 말할 수 없이 사랑하지만, 가족이라 더 싸운다. 그래서 가정은 우리 삶의 일차적 전쟁터다. 예수님 안에서 가족으로 부르심 받은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 전쟁터는 또한 하나님을 경험하는 기회의 터전이기도 하다.

이런 갈등의 원인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면 대부분의 원인은 다른 사람들에게 있다. 남편은 맨날 바쁘다는 핑계만 대면서 아이들이나 아내한테는 도통 관심이 없다. 애가 언제 레슨이 있는지 시험이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안 한다. 아내는 남편이 얼마나 힘들게 가족을 위해 돈을 벌고 있는지에 감사할 줄 모른다. 아이들 레슨비, 차, 집세 등 다 자신이 애써서 대느라 매일이 고생인데, 뭘 더 하라는 건지 틈만 나면 잔소리다. 아이들은 자주 다투는 부모 때문에 매일이 살얼음판이다. 엄마는 공부하라고 볶는 것이 일이고, 아빠는 집에 오면 자거나 TV 보는 것이 일이다. 내가 문제가 있는 이유는 부모가 준 상처 때문이다. 교회는 목회자가 너무 고집이 세서 자기 맘대로이거나, 혹은 너무 우유부단해서 리더십 없는 것이 문제다. 일주일에 30분 설교하면서 남는 시간에 도대체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 목회자 입장에서 보면, 하는 일은 없으면서 말은 한없이 많은 성도들이 힘겹다. 교회가 풍성할 때는 권리를 주장하고, 교회가 힘들 때는 사라진다. 우리 모두는 갈등 속에서 아주 빠르게 이유를 찾는다. 그 이유의 일차적 책임은 대부분 상대에게 있다. 나는 먼저 잘못한 그들에게 반응했을 뿐이다.

켄산데는 부부갈등 해소전략4라는 저서에서 갈등의 진원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는 우리에게 잘못하는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우리 자신 안의 욕망을 그 원인으로 언급한다. 참 듣기 싫은 소리다. 그런데 딱히 아니라고 부인하기는 못내 찔린다. 그는 갈등이 항상 욕망에서 출발한다고 주장한다. 평화롭고 조용하고 청결한 집, 배우자와의 친밀감, 새 컴퓨터, 사업의 성공, 부모를 존경하는 자녀들, 주님을 경험하게 하는 교회 등 우리에게는 당연하면서도 선한 욕구가 있다. 그런데 이런 욕망들에 정당성과 타당성을 부여하면서 반드시 충족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문제가 시작된다. 욕망의 충족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할 때 그 욕구는 요구사항이 된다. ‘이것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에서 ‘반드시 가져야 해!’로 진화한다. “열심히 일하고 왔으니 당연히 쉬어야 해” “너희 때문에 뼛골 빠지게 일하니 감사해야 해” “내가 부모이고 내가 먹여 살리니 내 말을 들어야 해” “교회를 위해 이렇게 희생하니 칭찬받아야 해. 내게도 이득이 돼야지” 이렇게 우리의 끝없는 욕구는 점점 강해지고 상대가 만족시켜야 하는 요구 조건이 된다. 우리의 자연스러운 욕망은 어느새 우리의 집착이 된다. 우상이 된다.

켄산데는 우리의 정상적 욕구가 이기적 요구로 변하는 시점을 찾기 위해 다음과 같은 X-레이 질문들을 던지라고 조언한다. “__________하기만 하면 행복하고 만족스러울 텐데…’ ‘다른 사람에게 실망이 되더라도 이루고 싶은 욕구가 있는가?’ ‘내가 신뢰하는 것은? 두려워하는 것은?’ ‘내가 좌절하고 분노하는 진짜 이유는?’ 자녀가 행복하고 하나님 주신 은사대로 열심히 살며 성공하길 원하는 자연스러운 바람은 자녀들이 부모가 설정한 기대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분노와 좌절감으로 바뀐다. 자녀가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모습으로 살길 바라는 선한 바람조차 어느 순간 내 욕심, 내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우상으로 변질되기도 하는 것이다. 교회가 천국을 맛보게 하는 샘플이 되길 바라는 선한 욕구는 교회가 내 마음과 기준대로 움직여야 하는 우상으로 탈바꿈을 한다. 이 우상들은 내 욕구를 채우지 못하는 다른 이들을 판단하고 비난하게 한다. 다른 이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이기심이 된다. 우리 안의 숨겨진 우상이 갈등의 진원지가 된다. 갈등의 진원지는 내가 된다.

어찌 보면 갈등은 이런 우리의 마음 상태를 깨닫도록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장치일지 모르겠다. 갈등을 다른 이들에게 가져갈 때 가십이 되고 불화의 씨앗이 된다. 그런데 갈등을 하나님께 가져갈 때 우리 안의 모순과 이기심을 깨닫게 하는 정결의 과정이 된다. 평화를 이뤄내는 시작이 된다. 갈등이 있다면 오늘 우리 내면을 찍는 X-레이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 안에 꽁꽁 숨겨진 우상을 집어내어 버리는 축복의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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